[더테크=전수연 기자] ’디지털 네이티브‘는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의미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를 이끌고 있는 ’MZ세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터넷의 존재가 당연한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은 뭐든지 디지털로 표현하고 소통하길 원한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각광 받아 온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모델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직 ’현실 인간‘ 모델만큼은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들을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관련기사: ‘메이브’가 이뤄낸 버추얼 아이돌의 진화
마케팅·브랜드 전문가인 김상률 유나이티드브랜드 대표는 “가상 세계에서 가상 인간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거기에 포커싱을 둔 마케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은 가상인간이 온라인 위주로 인플루언서 역할을 할 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버추얼 휴먼이 각광 받는 이유는 단순히 젊은 세대에게 소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단기적 관점으로 (가상인간은)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들여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으로는 효용성이 굉장히 크다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버추얼 휴먼은 일반적인 Z세대에게 이제 하나의 마케팅 조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20대 직장인 A씨는 “정말 자연스러운 가상 인간이라면 신기한 마음에 관심이 간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맞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버추얼 휴먼을 통해 기업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다른 20대 B씨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라는) 트렌드를 반영했기 때문에 해당 산업에서 (테크 측면에서) 선구자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만하면 버추얼 모델을 기업들이 마케팅에 활용하는 이유를 짐작할 만 하다.
실제로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블룸버그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2020년 2조원대 규모에서 오는 2025년에는 1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불쾌한 골짜기‘ 넘어 버추얼 모델만의 장점 살리기
현 시점에서 버추얼 휴먼 모델의 등장 자체가 그리 신기할 것은 없게 됐지만 최근까지도 꾸준히 새로운 인물은 창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초창기의 ’신기함‘을 넘어 이제는 기업 마케팅 수단의 한 갈래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네이버의 생성 AI 기반 서비스 전문회사인 슈퍼랩스는 최근 뷰티브랜드 어뮤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버추얼 휴먼 ’아마라‘(AMARA)를 선보였다. ’비건‘과 ’웰니스‘ 같은, 자연에 가까운 브랜드 키워드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모델로 아이러니하게도 버추얼 휴먼을 선택한 것이다.
이와 관련 어뮤즈 관계자는 “국내 뷰티 브랜드 최초로 기존 모델과는 다르게 (버추얼 휴먼 모델 기용을) 시도했다”며 “아마라는 차별화된 Z세대 기반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전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뭐니 뭐니해도 국내에서 버추얼휴먼 돌풍을 일으킨 주역으로는 로커스엑스의 ‘로지’를 들 수 있다. 2021년 신한은행 광고 영상을 통해 등장해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재는 15만명에 가까운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인플루언서’다. 신세계 그룹의 와이티(YT)는 브랜드 모델뿐 아니라 서울시 청년정책, SSG 랜더스 야구단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마케팅이라는 관점에서 버추얼 휴먼 모델들의 활약상은 분명 두드러지지만 모든 이들에게 마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만은 아니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몇몇 20대들은 버추얼 휴먼임이 느껴질수록 왜인지 모를 ‘기분 나쁨’ 지수가 높아진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이론이다.
김상률 대표는 “(기존의 인간)모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활동할 수 있지만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경우엔 한계가 명확하다”며 “가상세계에서 좁은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소비자와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측면에서 한계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통칭되는 플랫폼들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버추얼 휴먼 모델은 분명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정동훈 교수는 “(이미) 생성된 가상인간은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하다. 시간과 공간, 어떤 플랫폼이든 제약이 없고 (브랜드의)운영 방안이 중요하며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며 “메타버스와 (관련된 요소 중) 단기적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버추얼 휴먼이라고 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한, 정 교수는 “(인간)셀럽을 버추얼 휴먼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며 “만약 아이돌 그룹 멤버가 군입대를 해도 해당 멤버의 버추얼 휴먼이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인간) 샐럽은 학교 폭력,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문제가)있을 수 있지만 가상인간은 위기 관리가 100% 가능하다.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고 관리 차원에서 아주 안전하다. 그런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언급했다. 적어도 당분간은 ‘버추얼 휴먼 모델’에 대한 기업의 마케팅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