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랄 자성 나노 나선의 모식도. [사진=과기정통부] ](http://www.the-tech.co.kr/data/photos/20250936/art_17570316386285_3e8ee4.jpg?iqs=0.9094110182861944)
[더테크 이지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외부 자기장이나 극저온 장치 없이도 전자의 스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자성 나노 나선 구조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메모리와 정보 소자 기술로 주목받는 스핀트로닉스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려대학교 김영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전유상 박사, 정은진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남기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카이랄(Chiral) 자성 나노 나선 구조’ 제작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상온을 포함한 넓은 온도 범위에서 전자의 스핀을 선택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 ↓)을 활용해 정보를 저장·처리하는 차세대 전자재료 기술이다. 특히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핵심 기반 기술로, 반도체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연구팀은 금속의 결정화 과정을 전기화학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으로 나노 스케일의 나선 구조를 만들고, 소량의 카이랄 유기분자(신코닌, 신코니딘)를 도입해 나선의 회전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무기물 기반 구조에서 카이랄성을 구현한 세계 최초 사례로, 기존 이론적 연구를 실험적으로 입증한 결과다.
실험 결과, 카이랄 자성 나노 나선 구조는 특정 스핀만 통과시키고 반대 방향 스핀은 차단하는 성질을 보였다. 또한 구조 자체의 자성을 기반으로 상온에서도 스핀이 장거리 이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나노 나선이 자기장 속에서 스스로 전압을 발생시키는 특성을 활용해, 카이랄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도 제시했다.
김영근 교수는 “자성체의 고유한 성질이 카이랄 구조와 결합하면서 스핀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카이랄 스핀트로닉스의 원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남기태 교수도 “금속에서 나노 스케일 카이랄성을 구현하고 제어한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는데, 이번 성과는 그 난제를 해결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과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 9월 5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