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이지영 기자] 리튬메탈전지가 기존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고에너지 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연구진이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고체 전해질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고체 전해질이 가지던 낮은 이온 전달 속도 한계를 극복하며, 차세대 전지 상용화의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KAIST는 변혜령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손창윤 교수팀과 공동으로 상온에서도 리튬 이온이 빠르게 이동하는 새로운 유기 고체 전해질 필름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10월 5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구멍이 일정하게 배열된 다공성 구조체인 ‘공유결합유기골격구조체(COF, Covalent Organic Framework)’를 활용해 두께 약 20마이크로미터의 초박형 전해질 필름을 제작했다.
COF는 202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금속유기골격체와 유사한 결정성 구조를 지녔지만, 전지 구동 환경에서 훨씬 높은 화학적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유기계 고체 전해질은 상온에서 리튬 이온 전달 속도가 느려 고온에서만 작동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리튬 이온을 전달하는 기능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정교하게 배치해, 실온에서도 이온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이중 설폰산화 기능기’를 나노 기공 내부에 도입해 리튬 이온이 가장 짧은 직선 경로를 따라 이동하도록 유도했다.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해당 구조는 리튬 이온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크게 낮춰, 적은 에너지로도 이온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리튬 이온 이동성이 기존 유기계 고체 전해질보다 최대 100배 이상 향상됐으며, 상온에서도 안정적인 전도 성능을 보였다.
또한 이 전해질 필름은 스스로 가지런히 배열되는 ‘자가조립’ 방식으로 제작돼 표면이 매끄럽고 구조가 균일하다. 리튬 금속 전극과의 계면에 빈틈 없이 밀착되면서 이온 이동 경로의 안정성이 확보돼 충·방전 효율을 높였다.
실제 리튬메탈 기반 리튬인산철 전지에 적용한 결과, 300회 이상의 충·방전 이후에도 초기 용량의 95% 이상을 유지했으며,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는 쿨롱 효율 99.999%를 기록했다. 이는 실온 구동형 유기 고체 전해질 가운데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변혜령 KA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온에서도 빠른 리튬 이온 이동이 가능한 유기 고체 전해질을 구현해 리튬메탈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긴 의미 있는 성과”라며 “무기 고체 전해질과 하이브리드 형태로 결합할 경우 계면 안정성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는 KAIST 화학과 최락현 대학원생이며, 해당 기술은 향후 전기차 및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고성능 배터리 상용화의 핵심 기반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