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저온 PCEC 공정’ 개발… AI 시대 전력·수소 동시 생산 전지 상용화 가속

2025.12.04 10:17:12

KAIST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

 

[더테크 이지영 기자]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안정적 에너지 확보가 글로벌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전기와 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프로토닉 세라믹 전기화학전지(PCEC)’가 차세대 에너지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제작 공정이 1,500℃에 달하는 초고온이 요구돼 상용화가 더뎠던 것이 가장 큰 한계였다. 

 

KAIST는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이 ‘마이크로파 조사’와 특정 화학 성분의 ‘증기’ 확산을 결합한 새로운 제조 공정을 구축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기존 대비 500℃ 이상 낮은 온도에서도 PCEC를 빠르고 단단하게 제작할 수 있게 됐으며, 공정 안정성·에너지 효율·전지 성능을 모두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PCEC 전지의 핵심 재료인 세라믹 전해질에는 바륨(Ba)이 포함되는데, 바륨은 1,500℃ 고온에서 쉽게 증발해 전해질 손상과 성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이 업계의 고질적 문제였다. 연구팀의 핵심 혁신은 ‘저온에서도 전해질 입자를 단단히 결합시키는 방법’을 찾은 데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보조 소재를 전지 근처에 배치한 뒤 마이크로파로 가열해 증기가 빠르게 확산되도록 만드는 ‘증기 확산 기반 열처리’ 공정을 고안했다.

 

약 800℃에서 보조 소재에서 방출된 증기는 전해질 방향으로 이동하며 세라믹 입자를 빠르게 결합시킨다. 그 결과 기존 1,500℃ 공정이 필요했던 세라믹 소결을 980℃에서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고성능 전지를 ‘저손상·저온’으로 제조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실증 사례로, PCEC 상용화의 가장 큰 병목으로 꼽혀온 초고온 공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한 셈이다.

 

새 공정으로 제작한 전지는 작동 온도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손톱만 한 1cm² 전지가 600℃에서 2W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했으며, 시간당 205mL의 수소를 생성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기록했다. 또한 500시간 연속 구동에서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어 내구성·안정성 면에서도 기존 대비 월등한 개선을 확인했다.

 

즉, 제조 온도는 500℃ 이상 낮추고, 작동 온도는 낮추면서도 성능은 2배로 높이고, 내구성은 500시간 이상 유지하는 ‘저온·고성능 PCEC’ 기술이 완성된 것이다. 에너지·수소 동시 생산 전지의 제조 및 운영 효율을 모두 끌어올린 핵심 돌파구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여기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접목해 전지 내부의 미세 구조에서 발생하는 가스 이동 메커니즘까지 분석했다. 이는 실험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내부 현상을 고해상도로 파악해 기술 신뢰성과 공정 최적화 수준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했다.

 

이강택 KAIST 교수는 “증기 확산을 활용한 저온 공정은 고성능·고안정성 전지를 세계 최초로 구현한 사례이며, AI 전력 수요 증가와 수소사회 전환에 대응할 기반 기술”이라며 “향후 대형 전지 및 산업용 전력·수소 생산 시스템으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ljy@the-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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