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서명수 기자] 이동통신 산업이 음성·데이터 중심의 전통적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서비스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5G 이후 통신 수익 성장 둔화와 글로벌 빅테크의 플랫폼 장악 속에서, 통신사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AI 실행 환경 제공자로 역할을 재정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6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AI 인프라 설계자’와 ‘엠비언트 AI 플랫폼’이라는 상이한 전략을 제시하며 텔코 산업의 방향 변화를 보여줬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자체 AI 모델, 산업용 서비스를 결합한 ‘소버린 AI 패키지’를 공개하며 국가 단위 AI 인프라 구축 사업자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 패키지는 자국 내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인프라 위에 현지 언어와 문화를 반영한 독자 AI 모델과 산업 서비스까지 통합 제공하는 구조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는 “통신사는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AI 인프라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통신사들과 협력해 대규모 전력, 고성능 연산 장비, 초고속 네트워크가 결합된 AI 데이터센터 구축 모델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AI 시대 핵심 자원인 컴퓨팅 인프라를 통신사가 직접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를 AI 실행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음성 기반 AI 에이전트 ‘익시오’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웨어러블, 차량, 가전, 로봇을 연결하는 ‘엠비언트 AI’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피지컬 AI와 결합한 시나리오에서는 통화 내용을 이해한 AI가 일정 조정, 준비물 안내, 생활 지원 등을 자동 수행하고 휴머노이드 로봇과 연동해 실제 행동까지 실행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익시오는 음성 입력, 감정·맥락 분석, 위험 판단, 행동 실행, 결과 보고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AI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러한 AI 에이전트가 통신망을 기반으로 현실 세계를 제어하는 핵심 인터페이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자 돌봄, 생활 자동화, 안전 서비스 등 고객 접점 중심의 AI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변화를 요구받는 이유로 데이터 트래픽 증가 대비 수익 정체, 클라우드·AI 시장의 급성장, 그리고 국가 단위 디지털 인프라 경쟁을 꼽는다. AI 서비스의 성능은 네트워크 지연, 데이터 처리, 컴퓨팅 자원과 직결되기 때문에 통신사는 AI 시대에도 핵심 인프라 사업자로서 유리한 위치를 갖고 있다.
결국 SK텔레콤은 국가·산업 단위 AI 인프라 구축 기업으로, LG유플러스는 생활 밀착형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서로 다른 경로를 선택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통신사의 경쟁력이 단순 가입자 규모가 아니라, AI 생태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계하고 연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