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서명수 기자] 산업 자동화와 인공지능 확산으로 제조업 현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도입이 노동시장 구조와 현장 안전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업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효율성 확보를 서두르는 반면, 노동자들은 일자리 축소와 작업 환경 변화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며 이해관계 충돌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러한 전환의 그늘 속에서 산업용 로봇이 오히려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과 안전을 위협하며 새로운 노동인권 문제를 낳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공개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해·위험 요인에 대응한 노동인권 증진 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의 약 90%가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불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산업용 로봇 및 2차전지 산업 노동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자의 62%는 이미 로봇 공정 도입을 직접 경험했다. 도입 수준을 보면 46%는 일부 공정, 13.2%는 대부분 공정, 2.8%는 전체 공정에 로봇이 적용됐다고 답해 자동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 불안 체감도 역시 높았다.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거나 다른 업무로 대체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가끔’ 32.0%, ‘자주’ 23.2%, ‘드물게’ 24.8%, ‘매우 자주’ 10.4%가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해 사실상 대부분의 노동자가 일자리 위협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심리적 불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는 제조업 노동자 2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8%가 로봇과 근접 작업 시 충돌이나 끼임 위험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실제 위험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61.2%에 달했다. 또한 로봇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피로와 근골격계 부담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84%로 나타났다. 비상정지 버튼 등 안전장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자동화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노동조건 악화와 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용 불안의 구조적 확대, 노동강도 증가, 안전 기준 미비, 심리적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산업 재해 위험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로봇 기반 공정에 특화된 안전 기준 마련과 함께 자동화로 인한 직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재교육 및 전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기술 도입 과정에서 노동자의 참여를 확대해 노동조건 악화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산업 자동화가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와 동시에 고용·안전·노동권 전반에 새로운 위험 요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기술 혁신과 인권 보호의 균형 있는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