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서명수 기자]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휴머노이드 로봇·우주 사업을 동시에 확장하기 위해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칩 독립 전략’에 나섰다. 핵심은 폭증하는 AI 연산 수요를 기존 공급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테라팹(TeraFab)’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공장은 차량용 AI 칩, 로봇용 연산 칩, 위성용 고성능 프로세서를 직접 생산하는 통합 제조 거점이 될 전망이다.
머스크가 반도체 제조에 직접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공급 속도와 기술 최적화 때문이다. 자율주행 차량,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위성 인터넷 서비스 등 그의 사업은 모두 대규모 온디바이스 AI 연산을 필요로 한다. 특히 실시간 추론 성능이 핵심인 로봇과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범용 칩보다 맞춤형 반도체가 효율적이다.
그동안 테슬라는 자체 칩을 설계하고 생산은 삼성전자와 TSMC 같은 파운드리에 맡겨 왔다. 그러나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이 제한되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머스크는 기존 공급망이 사업 확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팹은 설계부터 생산, 테스트까지 반도체 제조 전 과정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수직 통합형 시설로 계획됐다. 특히 설계팀과 생산라인 간 실시간 피드백 체계를 구축해 성능 개선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는 테슬라가 자동차 생산에서 구축한 ‘소프트웨어 기반 제조 혁신’ 모델을 반도체 분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될 칩은 테슬라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차세대 로봇 플랫폼, 스페이스X 위성군에 탑재될 AI 컴퓨팅 장치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1테라와트(TW)급 연산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체 반도체 공장 건설은 막대한 비용과 기술 장벽이 요구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업계에서는 수년의 건설 기간과 최소 200억 달러(약 30조 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머스크가 직접 생산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AI·로봇·우주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결국 반도체 성능과 공급 안정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즉, 칩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테라팹이 완성될 경우 자동차 기업이 아닌 ‘종합 AI 하드웨어 기업’으로서 테슬라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머스크의 반도체 자급 전략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