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이지영 기자] 그린수소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희귀 금속 ‘이리듐’ 문제에 대해 한국 연구진이 기술적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수전해 전극 구조 혁신을 통해 이리듐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무탄소 에너지원이지만, 핵심 부품인 PEM(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전극에 고가의 이리듐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이 상용화의 장애로 지적돼왔다. 이리듐은 백금보다 비싸고 연간 생산량도 수십 톤 수준에 불과해, 설비 확대 시 공급망 병목이 불가피한 자원이다.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단과 서울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기존 나노입자 기반 전극 구조를 대체하는 ‘이리듐 나노튜브(IrNT)’ 전극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은 나노와이어를 주형으로 활용해 이리듐을 얇게 코팅한 뒤 내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속이 빈 튜브 형태를 구현했다. 이 나노튜브를 그물망처럼 연결해 전극을 구성함으로써, 적은 양의 이리듐으로도 안정적인 전류 흐름을 확보했다.
기존 전극은 이리듐 입자가 촘촘히 접촉해야 전도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일정량 이상 사용이 불가피했다. 반면 나노튜브 구조는 길게 연결된 형태로 전류 경로를 유지할 수 있어, 구조적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실험 결과에서도 성능 차이는 명확하게 나타났다. 기존 나노입자 전극이 정상 작동을 위해 1cm²당 약 350 마이크로그램 이상의 이리듐을 필요로 한 반면, 나노튜브 전극은 31.3 마이크로그램만으로 동등한 전기적 성능을 구현했다. 약 90% 이상 사용량을 절감한 셈이다.
내구성 측면에서도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40일 장기 구동 시험을 통해 전극 열화 과정을 분석하고 최적 설계 조건을 도출했다. 해당 조건에서는 30일 연속 운전 이후에도 초기 대비 98.3%의 성능을 유지하며 안정성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단순 성능 개선을 넘어, 귀금속 사용량과 내구성을 동시에 고려한 수전해 전극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귀금속 기반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 글로벌 그린수소 공급 확대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 and Energy’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