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문용필 기자] 지난해 국내 산업별 시가총액을 집계한 결과 ‘기술 하드웨어‧장비’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와 ICT가 현시점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한국과 G5(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그리고 중국의 업종별 시가총액 비중, 산업별 경합 수준을 분석한 리포트를 13일 발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상장기업 시가총액에서 ‘기술 하드웨어‧장비’ 분야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23.7%로 나타났다. 삼성전자(317.6조원)와 삼성SDI(39.5조원) 등이 대표기업이다.
두 번째로 비중이 큰 분야는 기계, 장비, 부품, 자재 등을 망라하는 자본재로 15.2%를 기록했다. 대표기업은 ‘K-배터리’의 선두 주자격인 LG에너지솔루션(101.9조원)과 삼성물산(18.6조원). LG화학(44.3조원), 포스코홀딩스(21조원) 등이 속한 소재분야는 9.8%의 비율로 그 뒤를 이었다.
전경련이 주요국가의 상장기업 시가총액 비중을 비교해보니 중국과 일본은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긴 했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각각 12.3%, 14.7%로 나타났다. 한국과 큰 차이 없다는 해석이 도출되는 대목이다.
일본의 경우 ‘기술 하드웨어‧장비’분야의 비중이 한국보다 현격하게 작은 6%로 조사됐다. 다만, 조사대상이 된 7개국 중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에서 해당 산업군의 비중은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생명공학‧생명과학’(8.4%)은 국내 시총에서 4번째로 비중이 높았으며 네이버(26.6조원)와 카카오(23.2조원)으로 대표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는 6%로 집계됐다. ‘자동차‧부품’과 ‘반도체‧반도체 장비’는 각각 5.1%의 비중을 나타냈다.
10년 전(2012년) 시가총액 비중과 비교해보면 ‘제약‧생명공학‧생명과학’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는 각각 6.2%p, 3.3%p 비중이 높아진 반면, 자동차‧부품 분야는 6%p 감소됐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시총규모가 같은기간 2.7배 높아졌으며 ‘반도체‧반도체 장비’ 분야에 속한 SK하이닉스는 2.9배(17.8조→51.6조원) 증가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시가총액 데이터로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산출, 국가간 산업 경합성을 분석했는데 한국은 ‘기술 하드웨어‧장비’와 ‘소재’ ‘자본재’ ‘반도체‧반도체 장비’ 등의 산업군에서 비교우위가 있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술 하드웨어‧장비’는 우위지수가 4.02로 집계됐다. 1보다 수치가 높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결과를 조사대상 국가들의 우위지수와 비교해보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각각 4개의 산업군에서 비교우위가 겹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리포트는 “향후 IT부문에서 특히 미국과의 업종 경합 수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나 미국과 달리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경쟁력이 취약하다”며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큰 산업 특성상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체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기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향후 국제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 안전 및 환경 규제 패러다임의 재구성에 따라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에서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