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한국재료연구원(이하 재료연)이 전기차의 베어링 볼 제조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교두보 마련과 동시에 기술이전을 통해 수출 효과까지 기대되는 성과다.
재료연은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 고재웅 박사 연구팀이 전기차 구동 모듈용 질화규소 베어링 볼 제조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해외 수입에 의존했던 핵심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수급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질화규소 베어링 볼은 전기차의 출력과 고속 회전 환경에서 전기 침식에 의한 고장을 방지하고 높은 내구성과 신뢰성을 가진 부품 소재이다. 이전까지 일본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해서 관련한 문제가 지속해서 지적됐다.
연구팀은 질화규소 원료 분말에서 소재 및 베어링 볼 부품에 이르기까지 국내 수요 대응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번 국산화는 외부 공인 평가기관과 수요기업 테스트를 통해 세계 1위 베어링 볼 기업인 T사에 근접한 수준의 물성과 기대 수명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T사의 상용 볼과 연구팀의 볼을 같은 조건에서 평가한 결과, 하중을 견디는 압쇄강도는 103~105%로 비교 우위를 보였고 장시간 고속 회전을 견디는 구름피로수명은 동등한 수준이었다.
연구책임자인 고재웅 재료연 책임연구원(박사)는 ”향후 기업 기술이전을 통해 국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체 공급망 확보했다“며 ”국산화에 의한 수입 대체 효과와 더불어 수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국내 세라믹 소재 및 부품을 양산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역량을 갖춘 국내 중견 혹은 강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질화규소 베어링 볼과 하이브리드 베어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재료연에서 제조한 베어리 볼은 실험실에서 500개 내외의 볼을 제작한 것을 시험 평가한 결과다. 하지만 양산 공정도 1회에 2000~5000개를 제조하는 수준임을 고려하면 실험실 규모를 양산 규모로 확장하기위한 규모의 괴리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년 전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에 기술이전까지 완료한 질화규소 원료 분말 제조기술과 함께 이번에 개발된 베어링 볼 제조기술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질화규소 베어링 볼은 전기차 구동 모듈 내 고속 회전하는 하이브리드베어링과 높은 하중이 걸리는 풍력발전기용 베어링, 반도체 공정 펌프용 초고속 베어링, 우주·항공용 베어링 등 극한의 작동 환경에서 활용된다.
베어링 볼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약 1조원이며,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2026년 이후에는 1조3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