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 혁신이 가격논란에 묻히지 않기를

2023.06.12 09:06:03

[더테크View] 공간 컴퓨팅 개념과 콘트롤러 제외 등 획기적
‘비싸다’ 논란보다 중요한 건 혁신에 대한 평가

‘더테크 View’는 더테크 기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칼럼입니다. 각종 테크 이슈,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색깔있는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더테크=문용필 기자] 언제부턴가 SF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가상 디스플레이를 띄워놓고 손짓 몇 번만으로 컴퓨팅을 제어하는 배우의 모습이다. 볼 때마다 멋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늘 의문점이 있었다. ‘저게 언제쯤이나 가능해지려나.’

 

그런데 애플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한 9년 만의 ‘원 모어 씽’(One More Thing)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해소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공개된 헤드셋 형태의 디바이스 ‘비전 프로’(Vision Pro) 이야기다.

 

애플의 소개 영상에 등장한 비전 프로의 인터페이스는 획기적이라고 평가할 만 하다. 실제 현실에 컴퓨팅 화면을 겹치거나 영상 콘텐츠 시청시 화각을 넓혀서 몰입감을 높이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우선 그렇다.

 

‘모니터’로 상징되는 컴퓨터의 출력 장치 개념을 아예 바꿔놓았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공간 컴퓨팅’의 개념이 제시됐다. 이제는 시들해진 감이 없잖은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보다 훨씬 진일보한 모양새다.

 

비전 프로가 더욱 기자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별도의 콘트롤러가 없다는 점이다. 눈짓과 손짓만으로도 디바이스를 제어할 수 있다. 물론 내년에 제품이 출시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완벽한 구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 제품을 두고 다른 관점에서 이야깃거리가 발생하는 듯 하다. 30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 이야기다. 앞서 출시된 메타의 MR 디바이스 ‘퀘스트3 프로’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진 999달러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 저커버그 메타 CEO는 공개적으로 비싸다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비단 저커버그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국내외 언론에서는 비전 프로의 가격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대중적인 보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원래도 애플 디바이스의 가격이 ‘만만한 건’ 결코 아니지만 비전 프로의 가격은 가히 ‘초 하이엔드’라고 평가할 만 하다. 여기에 외장형 배터리 용량과 기존 HMD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외형 등 아쉬운 점도 가격 논란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 제품이 조기에 대중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VR과 AR, MR을 막론하고 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서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 보기 때문이다. 콘텐츠도 늘어나야 하고 기술도 좀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

 

몇 만원짜리 보급형 VR 헤드셋조차 ‘집집마다 한 대씩’이 아닌데 이제 막 싹을 틔운 MR디바이스의 대중화를 논하는 건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비전 프로는 아직 정식 발매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비전 프로가 소개된 무대는 ‘WWDC’. 즉 애플의 연례 개발자 회의였다. 다시 말해 일반 소비자가 아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행사였다는 이야기다.

 

통상 아이폰 등 애플의 디바이스가 별도의 행사를 통해 공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전 프로를 ‘보급형’이라고 판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프로’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추후 애플이 ‘진짜’ 보급형 디바이스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프로’ ‘맥스’등의 수식어가 붙는 것처럼.

 

강조하지만 비전 프로의 가격은 분명 비싼 게 맞다. 하지만 ‘가격’이라는 사이드 이슈에 비전 프로가 가져온 혁신의 가능성이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문명의 진일보’를 이끈 PC도, 휴대폰도, 심지어 라디오와 TV조차도 처음부터 대중화가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용필 기자 eugene@the-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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