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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크=조재호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ABK) 인수에 마지막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687억달러(88조)에 달하는 세기의 M&A(인수합병)가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MS는 왜 천문학적인 금액과 지루한 협상 기간을 소비하며 ABK을 인수하려는 것일까? 콘텐츠 역량 강화라는 이유만으로 물음표를 지우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지난 31일(현지시각) MS는 영국 시장경쟁국(CMA)에 액티비전 인수 승인을 위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앞선 12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번 인수에 대한 소송을 중단하면서 인수를 막는 규제 기관은 CMA만이 남았다. 그러나 FTC 소송 중단 이후 MS는 합의를 제안했고 CMA가 수락하면서 인수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다.
ABK 인수 과정에서 대부분의 이슈는 ‘A’ 액티비전의 간판 타이틀인 ‘콜 오브 듀티’라는 게임에 집중됐다. 하지만 MS가 이번 인수를 진행하는 목적에는 콘솔 시장 외에도 ‘모바일 강화’, ‘메타버스 사업 추진’ 등이 있다. 국내에선 ‘스타크래프트’의 제작사로서 'B'인 ‘블리자드’의 인지도가 상당한 편이다.
그렇다면 'K'는 어떨까? 액티비전 블리자드라는 사명에선 빠졌지만 K는 킹(King Digital Entertainment)이름의 모바일 게임 회사로 ABK가 2015년 59억 달러(7조6000억)를 들여 인수한 모바일 게임 기업이다. K의 인수도 게임 기업 인수 규모로는 역대 5위급 규모였다.
K의 대표작 캔디 크러시 사가 시리즈의 존재감은 상당한 편이다. ABK는 지난 2022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K가 22분기 연속 미국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매출 규모도 A나 B와 견줄 만큼 존재감이 확실한 계열사이다.
일각에서는 MS가 ABK를 인수하는 이유에서 K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서비스 개발·운영 노하우와 함께 검증된 콘텐츠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MS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는 지난 7월 MS가 청문회에서 ABK 이전에 징가(Zynga)라는 모바일 게임사를 인수하려 했다는 발언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MS가 ABK를 인수한 또 하나의 이유로 메타버스가 꼽히기도 한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S CEO는 2022년 공식 성명에서 “게임은 가장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이며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로 트렌드의 유행이 옮겨졌지만 메타버스와 대한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개발은 현재진행형이다. 당장 메타나 애플도 MR 디바이스 발표와 함께 관련 생태계 구축에 진심이다.
메타버스 구축에 있어 높은 수준의 서버 기술력과 이용자들이 활용할 디바이스 그리고 콘텐츠는 필수적인 요소다. MS는 이미 애저(Azure)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과 홀로렌즈라는 디바이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마지막 퍼즐인 콘텐츠를 위해 MS는 ABK 이전에 모장이나 제니맥스 같은 콘텐츠 기업들을 인수해왔다.
ABK 인수에 주요 쟁점이었던 PC와 콘솔 기기 그리고 게임 타이틀 독점 등 게임 시장의 판도 변화에 대해 MS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가 게임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보다 차세대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라는 미지의 시장은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겨두더라도 MS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자사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구독형 서비스인 Xbox Game Pass 강화와 동시에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에서도 충분한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비즈니스 업무 도구로 지난 20년간 사무실의 절대 강자였던 오피스 시리즈는 물리적인 패키지에서 구독형 서비스로 발전해왔다. 아울러 OS인 윈도우나 보안,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했다.
이번 이슈에서 조금만 시선을 넓혀본다면 90년데부터 밀레니엄 시대까지 윈도우와 오피스로 제국을 구축했던 MS가 아이폰과 AWS로 대표되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에서 빼앗긴 주도권을 다시 한번 가져오려는 시도 중 하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