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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크=전수연 기자] #1. 지난달 30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 무대. ‘대세 걸그룹’ 뉴진스가 신곡 ‘ETA’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언제나처럼 열심히 노래하고 안무를 선보이던 뉴진스. 그러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멤버들끼리 사진을 찍어주는 퍼포먼스에 나선다. ‘지상파 방송사’임에도 카메라는 이들을 클로즈업한다.
#2. 26일 열린 ‘갤럭시 서울 언팩’ 현장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그 주인공. 옆자리에 앉은 미국 배우 시드니 스위니가 ‘셀피촬영’을 제안하자 웃으며 함께 한다. 걸그룹 답게 프로페셔널한 표정과 포즈다. 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은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공개돼 큰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4일 간격으로 언론의 화제가 된 두 장면에는 아이돌 스타라는 것 외에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모두 스마트폰과 연관이 돼 있다는 것. 뉴진스가 무대에서 꺼내든 휴대폰은 애플의 아이폰14프로였고, 장원영의 셀피사진은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 Z플립5로 촬영됐다.
(관련기사: ‘축제’와 만난 삼성의 기술, ’갤럭시 서울 언팩‘)
예전이나 지금이나 '스타'는 기업 마케팅의 주된 수단 중 하나다. IT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핫한 아이돌을 내세워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모습이다. 신제품 프로모션이 마치 '아이돌 대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뮤직비디오와 무대, 개인 SNS 등이 마케팅의 수단이 되곤한다.
이 때문일까. 특정 경우에는 새로운 디바이스의 기능보다 '누가 어떤 기종을 쓰는지'가 화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Z세대에게 스마트폰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처럼 보이는 이유다. 여기서 부작용이 나오기도 한다. 특정 브랜드의 홍보대사를 자임하는 스타가 실제로는 다른 기종을 써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Z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밀레니얼도, X세대도, 베이비부머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쓴다. 활용방법과 빈도수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것이다. 구순을 넘긴 어르신도 카카오톡을 쓰는 세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스마트폰의 선호도를 연령별 잣대로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물론 마케팅이나 홍보의 타깃 세그먼트라는 면에서는 당연히 필요하다. 실제로 갤럭시 스마트폰의 연령별 선호도가 나이대별로 확연히 갈린다는 요지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그래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남다른 의미가 느껴진다. 당시 노 사장은 연령별 선호도 관련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글로벌 전 지역, 전 계층이 편안하게 사용하도록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의무이자 바람이다. 특정 계층 선호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5세대 폴더블’ 공개 삼성, “올해는 폴더블 티핑포인트”)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생활에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특정 계층만을 바라보고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자세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보인다.
물론, 연령별 특화 기능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마케팅 전략이다. 현재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있는 갤럭시 Z플립5의 경우, 커버를 거의 덮는 디스플레이와 이에 걸맞는 커스터마이징 기능 등 Z세대에게 어필할만한 기능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Z플립을 Z세대만 써야한다는 법은 없다 중장년층도 Z플립에 얼마든지 열광할 수 있다. 반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쓴다는 아이폰에 시큰둥한 Z세대도 있을 수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디바이스를 '나잇대'로 갈라치기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모든 스마트 디바이스를 선택할 때 본질적인 기준은 바로 기능이다. OS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기본요소가 얼마나 발전했고, 전작에 비해 어떤 혁신을 이뤘는지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 마케팅은 그 다음이라는 생각이다.
스마트폰의 연령별 선호도 구분이나 아이돌을 동원한 마케팅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십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아이돌'보다는 '기술'이,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개발, 생산인력들의 '땀'과 '노력'이 조금이나마 더 부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비자들의 시선 또한 그 방향으로 돌려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