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호황과 빅테크 해고 물결, 일자리 행방불명

2024.02.21 09:06:12

미국 증시 5000 돌파했지만, 기술기업 올해 들어 3만4000명 해고
AI는 경제 전반에 영향 미치지만, 그 수혜는 일부에 그쳤다는 비판 나와

‘더테크 View’는 더테크 기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칼럼입니다. 각종 테크 이슈,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색깔있는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더테크=조재호 기자] 미국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가 5000선을 돌파할 정도로 미국 경제가 호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러한 호황을 이끄는 빅테크 기업에서는 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를 위한 재편이라고 설명하지만, AI의 시대에서 가장 좋은 일자리로 꼽히던 기업들의 인원 감축 소식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들어서만 3만4000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지난 11일 파이낸셜타임즈는 미국의 고용정보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의 자료를 인용해 138곳의 기업의 일자리 감소 사실을 보도했다.

 

AI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미국의 기술기업들이 축소한 일자리는 기업마다 수백개에서 수천개에 달한다. 이는 작년 3월 이후 최대 규모인데, 주요 빅테크 기업이 26만3000명을 감원한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업들은 연간 사업 계획을 준비하는 연초에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지난해에 이어 빅테크 기업이 AI와 같은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인적자원을 재편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도 연례행사처럼 읽힌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AI가 인류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하던 빅테크 기업의 감축 소식은 언뜻 보면 모순적인 상황이다. AI의 발전과 함께 자동화된 부분이 늘어나면서 비용 절감과 함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여줬지만, 그 수혜는 일부에 그쳤다는 우려를 사기엔 충분하다.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고 최고의 효율성을 보이는 것에서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근로자이자 소비자인 대중의 후생 감소와 이윤의 독점 심화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은 마냥 지나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챗GPT발 혁신의 바람이 불어온 지 고작 2년이다. 아직 AI 도입이나 일자리 변화의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작점에서 일자리의 증가나 감소를 논하기엔 다소 이를 수도 있다. 높은 노동시장 유연성은 인력 재배치를 통해 미국의 경제를 성장시켜왔다.

 

그렇다면 국내 현황은 어떨까? 대량 해고나 구조조정 등의 이슈가 크게 불거진 부분은 없지만, 일부 기업에서 인건비 관련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미국보다 해고가 어려운 국내 현황상 아직은 조용한 편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AI와 노동시장의 변화’에서는 AI 특허 정보를 활용해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한 결과 전체 취업자 중 약 341만명(전체 취업자수 대비 12%)이 AI 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산업용 로봇과 소프트웨어의 발달과 달리 고소득·고학력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되는데 AI가 비반복적·인지 분석적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체 가능성은 고용 감소와 함께 임금 상승률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의 크기는 근로자들의 적응력과 정책 디자인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보였다.

 

요컨대 AI 놀라운 기술력과 생산성 향상 효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 정책이나 노동자의 재교육 모두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와 전망치는 다양한 보고서에서 저마다 철저하게 검증된 수학적 계산과 함께 수치로 제시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부작용이나 연착륙 방안에 대해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기술 발전에 따른 수혜만큼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AI인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변화와 수혜를 가져오는 기술인 만큼 반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재교육이나 새로운 적응이라고 불리는 단어들은 현실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재호 기자 jjh@the-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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