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의 미래, 이동 수단을 넘어 ‘디바이스’로

2023.08.30 09:00:55

[전문가 인터뷰-황기연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下]

스마트 테크‧산업 전문 미디어 <더테크>가 다양한 테크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현재 주목되는 테크 영역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 현재의 흐름을 짚어보기 위함입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진 독자 여러분에게 좋은 인사이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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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황기연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上

 

 

[더테크=조재호 기자] ‘미래 모빌리티’를 논한다고 하면 ‘이동’ 자체에 집중하기 쉽다. 운전의 피로도나 교통 체증처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더 다양한 영역에서의 변화를 주도한다.

 

황기연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의 시대에서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표현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콘텐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휴대폰을 넘어 움지이는 디바이스로 발전한 차량에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있어 투자 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자본력이 갖춰진 대기업이 유리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는데, 눈여겨볼 만한 스타트업이나 기술이 있을까요?

 

지금 자율주행 시장은 대부분 시범 운행 중이고 상용화는 아직입니다. 그런데 기술개발을 위한 돈은 계속 필요하니까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입니다. 미국의 경우엔 문 닫은 회사가 많아요. 하지만 빛나는 기업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한국에선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이하 에이투지)라는 기업이 있어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시범 사업에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어요.

 

다만 한국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 인증을 받기가 쉽지 않아요. 최근까지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증받은 차량이 몇백대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에이투지는 이런 상황에서 인증받을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은 R&D로만 살아남기 힘듭니다. 만든 차량이 시범 주행용이지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용화 시기가 올때 (이런 기업들에) 지속 가능성이 있을지 걱정됩니다. 국내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업체인데도 말이죠.

 

주의 깊게 보는 회사 중에는 포티투닷(42dot)도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곳이죠.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데 자율주행을 위한 AI를 만듭니다. 운전보조장치(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ADAS) 기능으로 먼저 쓰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율주행으로 향하는 필수 기술 중 하나이기에 현대차가 많은 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이전에도 활용도가 높고요.

 

자율주행으로 향하는 차량의 진화도 흥미롭지만 UAM 같은 경우에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과는 크게 관련없어 보이는 이동통신사들이 미래 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UAM을 내세우고 컨소시엄을 만들어 진출하고 있습니다.

 

UAM도 미래 모빌리티의 중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항공 이동 수단이기에 자동차에 비해 안전에 대한 규제가 많죠. 우리나라처럼 국방이나 안보가 특히 중요한 나라에선 더욱 (상용화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상용화 시점은 생각보다 더딜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도서 지역이나 섬과 섬을 연결하는 남쪽 지방의 경우엔, 적정한 요건만 갖춰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서울이나 수도권 같은 대도시인데요. 안보나 개인의 프라이버시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겠죠. 하늘의 차선인 고도 문제나 사고 발생 시 위험성 등 안전 문제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입니다.

 

다음으로 버티포트(Vertiport) 문제도 있습니다. UAM용 정거장인데, 자칫 잘못하면 이게 님비 시설이 되거든요. 주택가나 건물 밀집 지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강 둔치처럼 동떨어진 곳에 건설하면 교통 연계 측면에서 접근성이 떨어져요. 과거 수상 택시가 그렇게 외면받았던 사례도 있고요.

 

그럼에도 대기업을 비롯한 스타트업이 UAM 영역에 진출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의 매력이겠죠. 굉장히 빠르고 육상에서의 혼잡을 겪지 않으니까요. 항공이라는 교통수단의 장점입니다. 좀 더 빠르고 신속한 이동을 원하는 수요층은 있어요. 다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러한 소수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면서 영업성과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UAM이 한번에 실어나를 수 있는 인원은 현재까지 기술로는 5인 이하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령, 세계 경제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은 서울보다 훨씬 더 많은 부자들이 있거든요. 그런 곳에선 헬리콥터를 운행합니다. 서울에 UAM을 도입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고 그걸 이용할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만 이상적인 이동 수단이긴 합니다.

 

다만 이러한 기술 개발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해외 시장을 바라본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차가 자동차를 한국에서만 파는 건 아니잖아요. UAM의 경우에도 잘 개발해서 시범 운행에 성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봅니다.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UAM에 대한 수요는 있을 거예요.

 

다년간의 연구와 강연을 통해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셨을 텐데요. 미래 모빌리티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빌리티의 혁신은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많습니다. 산업혁명을 통해 철도가 생겼고 세계대전을 전후로 자동차의 시대가 열렸어요. 그리고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또 다른 변화가 감지됩니다. 100년단위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팬데믹을 지나면서 우리 사회는 (직접)돌아다니지 않아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험을 했습니다. 재택이나 원격 근무가 보편화됐어요.

 

이에 따라 자동차의 다른 기능들에 대한 요구가 커졌어요. 이동 수단에서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 차의 기능이 바뀌었다는 이야기죠. 앞으로 차는 하나의 디바이스로 봐야 합니다. 휴대폰 이상의 디바이스가 되고 차 안의 창들은 스크린으로, 시트들은 침대가 되고 사무실 책상도 되는 기능성을 갖출 것입니다.

 

그러면서 공간 내부를 채울 콘텐츠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과 비슷해요. 유선 전화기에서 무선으로, 무선에서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화하면서 콘텐츠의 양과 질이 달라졌잖아요. 자율주행이 발전하게 되면 차를 호출해 스스로 오게 하고, 탑승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그런 시대로 나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가장 먼저 주차가 참 편해질 것 같아요. 차만 놔두고 가면 알아서 주차 공간을 찾아가는 서비스. 얼마나 편하겠어요.

 

지오 펜스드(Geofenced)라고 하는데 외부와 연계가 차단된 공간이지요. 쉽게 말하자면 버스 전용차선 같은 건데 앞으로 자율주행이 활발하게 진행될 겁니다. 이런 장소부터 자율주행의 혜택들이 나타날 것이고 점진적으로 일반 도로까지 확장될 거예요.

 

또한, 점차적으로 차 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중요해지겠죠. 최근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픽업트럭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싼데도 인기가 있었던 건 다양한 활동에서 범용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차가 이제 집 같은 존재가 되고 사람들이 여기에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이죠. 앞으로 차 자체가 하나의 디바이스로 발전하면서 OS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많은 부분이 변화할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차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디바이스로 나아가는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일어날 것 같습니다. 벌써 진행 중이기도 하고 5년 안에 그 방향으로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로 보입니다. 이를 뒷받침할 기술도 있죠, 우리나라가 통신이나 디스플레이를 얼마나 잘합니까.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차량이 변화하는 기반에는 통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통신 인프라는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보는데요. 5G와 6G, 앞으로 자동차 전용 통신망도 생길 거예요. 다만 콘텐츠는 조금 보강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인프라를 잘 활용하고 차량 콘텐츠 분야를 보강하면, K팝이 세계를 지배하듯 창의성이 융합돼고 자율차의 세계 1등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전장 분야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참 잘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의 폭스바겐이 협업하자고 할 만큼 말이죠. 미래지향적인 차량을 이동 수단에서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 바꾸는 데 한국의 기술이 필요한 거예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도 전장 기업들이 많지만 현대자동차가 한국의 콘텐츠를 활용한 창의성이나 통신 관련 노하우를 잘 활용한다면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을까요.

 

자율주행도 중요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차는 이동의 수단에서 라이프 스타일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시대적인 커다란 흐름의 변곡점이라고 봅니다. 자동차를 우리가 어떤 미래지향적인 디바이스로 만들 것인가. 이동의 제약을 받지 않고 움직이는 AI가 되는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로봇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결국 로봇과 결합할 거라고 봐요. 챗GPT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소프트웨어와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하드웨어의 차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말(馬)을 대신하면서 다양한 사건이 벌어졌어요. 안전에 대한 걱정도 있었죠. 하지만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슈퍼카도 나왔잖아요. 그러면서 자동차는 인간의 성취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성장했습니다. 이제 자율주행의 시대를 거쳐 AI를 탑재한 자동차, 로봇이 우리 눈에 왔다 갔다 하는 시대가 온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재호 기자 jjh@the-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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