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편에 이어…>
[더테크=조재호 기자] 40여년 가까이 로봇 한 분야에 계셨는데, 대표님에게 로봇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짧게 이야기하자면 제 자체가 로봇입니다. 제 아바타 명도 ‘로봇다람쥐’거든요. 항상 로봇이라는 걸 붙여요. 석사 논문부터 로봇을 가지고 연구했고 첫 직장에서도 로봇, 학교로 가서도 학생들에게 로봇공학을 가르쳤죠. 그리고 정부 기관에서 연구도 해보고 지금도 로봇 사업을 하고 있고요. 다 로봇과 관련된 일이죠.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보자면 로봇산업진흥원장으로 있을 때 지능형 로봇 3차 기본 계획을 수립했는데 거기에 협동 로봇이 들어갔었어요. 그 과정 중에 지금 각광받는 협동 로봇이 들어가 있다는게 참 보람차죠. 국가 기관의 장으로서 해온 거니까.
그리고 의료로봇 관련해 국제표준화 활동을 하는데 한국 대표로 10년 이상 활동하면서 국제 표준도 만들었고요. 지금 대한의료로봇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도, 공학한림원 회원이라는 명예스러운 곳의 일원이라는 점도 있겠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40년간 산학연을 두루 거쳐 기여도 하면서 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있고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CEO로 부임하셨는데, 소회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로봇산업진흥원에 있을 때부터 서비스 로봇 분야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물류, 돌봄, 웨어러블, 의료 같은 분야에서 로봇은 앞으로 계속 필요한 부분이고 우리나라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언젠간 나도 사업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LG에서 한 20년 정도 있으면서 로봇을 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현 로보케어의 모기업 대표님을 만나면서 돌봄 서비스와 사회 기여 측면에서 공감하게 되면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회사의 철학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죠. 다만 로봇이라는 분야가 거의 모든 기술을 꿰서 보배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그냥 기술을 합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죠. 우리가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특화된 기술도 있어야 하고 특허 기반도 있어야겠죠. 그리고 중장기적으론 로봇만이 아닌 데이터. 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정부에서 ‘첨단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정부가 로봇 산업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우리 로봇 산업이 1~3차 기본계획에 이어서 이제 4차 계획에 들어갔다는 거니까요. 올해부터 5년간 4차 계획이 이어지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3차에서 진행된 큰 틀은 유지하되 제조 공정에서의 산업용 로봇 육성은 이어가고 우리가 부족한 서비스 로봇도 포함했고 고령화라는 사회적 이슈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다만 조금 더 기대해본다면 단순히 로봇 공급 기업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범부처 합동 계획에 걸맞게 보다 다양한 기업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로봇 산업을 전망해본다면 어떤 이슈가 있을까요?
이번엔 제가 CES를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모든 분야에서 특히 로봇이 AI와 융합된 부분이 있겠습니다. 데이터를 모아 클라우드 환경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죠. 그러면 이제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로봇에 활용하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로봇 서비스에 접목할 거냐는 것이 제일 큰 이슈라고 보고요.
두 번째는 AI 활용이 많아지고 로봇이 늘어나면 일자리 문제가 있겠습니다. 이런 이슈는 계속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AI나 로봇이나 둘 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분명히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AI 윤리라던가 로봇 윤리 같은 부분은 산발적으로 있는데, 이게 쉽지 않은 이유가 만드는 순간 규제가 되거든요.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로봇 분야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의 위치일까요.
협동 로봇 분야에서 있어서는 이미 세계적인 레벨입니다. 그리고 제조 공정이라는게 공장 환경인데 이 부분은 문화 차이만큼 크지 않아요.
서비스 로봇은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에서는 상당한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를 포함해 여러 기업이 많이들 하고 있고요. 몇 년이 지나면 국제 경쟁력을 갖출 거라고 봅니다.
다만 서비스 로봇은 제조 공정이 어느 정도 비슷한 산업용 로봇과 달리 나라마다 법이나 규제 문화 자체가 달라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검증과 실증을 거쳐 해외에 나가야 하는데 또 해외에 가서도 최소한의 실증해야 한다는 부분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청소 로봇과 비슷한 경우죠. 우리는 다 바닥인데 유럽으로 가면 카펫 문화권이고 처음엔 잘 안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한 거죠.
우리 돌봄 로봇도 외부 진출을 알아보고 있는데요. 협동 로봇은 동남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돌봄 관련으로는 고령화에 신경을 별로 안 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유럽 시장을 타진해보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로봇 혹은 AI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아닙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발전할 때마다 있었던 논쟁입니다. 일자리 일부는 대체될 거예요. 일례로 제조 공정을 보면 로봇이 도입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건 증명되고 있거든요.
또 하나는 제가 기관장으로 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조 공정을 혁신하는 사업들이 있었어요. 그러면 산업용 로봇 관련 통계를 보면 항상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없어지는게 아니라 고용 인력이 늘어나요.
그리고 늘어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왜 양질이냐면 작업환경이 안 좋았던 부분을 로봇이 대체하고 그 사람들은 유지보수나 관리하는 교육을 받는단 말이죠. 아직은 사람의 눈이나 손처럼 섬세한 작업은 로봇이 대체하긴 힘듭니다. 그리고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수십년은 걸릴 거라고 보고요. 그 사이에 해답을 찾고 새로운 일자리는 계속 생겨날 겁니다.
마지막으로 로봇 산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편하게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든 로봇 분야가 궁극적으론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국내 시장은 좁으니까요. 결국 국내외적으로 파이를 키우는데 협력해야 합니다. 후방 산업부터 전방 산업까지 국산도 많이 활용해 주면서 협력해야 미비한게 있더라도 보완되고 그걸 가지고 해외에 나가야 경쟁력도 있습니다. 이런 협력과 국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 각자도생이 하나의 트랜드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저는 그게 이슈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희만 하더라도 로봇에 온갖 기술이 다 탑재됐거든요. 그중에서 일부는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다 개발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희처럼 작은 회사도 협업하는데 큰 회사는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협업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데 저는 앞으로도 최소한 5년은 가야겠다 보입니다. 제4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외 무대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aaS(Robot-as-a-Service) 라고 5G, AI, IoT를 기반으로 로보틱스 4.0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국제 표준도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거기에 우리가 참여해서 선점해야 합니다. 표준을 정함에 있어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고 완전 선점은 아니더라도 동등하게 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협력해야 한다는 거죠. 표준화된 로봇 부품을 선점하면 더욱 경쟁력 있는 서비스 로봇 시장이 열릴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