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로봇이 잡아도 안 찌그러지는 토마토?

2023.10.05 17:13:55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물성 인지 지능형 로봇 그리퍼 개발
멀티모달 촉각센서 통해 변형 정도 감지

 

[더테크=전수연 기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물의 물성을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운송과 의료, 제조 등 여러 자동화 산업 영역에 서 사용될 수 있어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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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는 유연한 멀티모달(여러 방식을 동시에 다루는 것) 센서를 통해 다양한 물체의 크기, 형상, 물성을 인지하는 지능형 로봇 그리퍼를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기존 수동 제어 시스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물체의 크기, 물성을 정확히 감지해 능동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퍼는 일상에서 채소나 과일을 손으로 눌러보고 판단하듯 유연 멀티모달 촉각센서를 통해 물체의 초기 크기와 변형 정도를 감지한다. 이를 통해 물체의 정확한 물성을 판단하고 물체를 최적의 힘으로 잡거나 옮길 수 있다.

 

그리퍼의 유연 멀티모달 센서는 감지 소재와 전극 사이 에어갭을 미세하게 조절해 압력과 굽힘센서 감지 범위 및 민감도를 선택 조절하게 개발됐다. 또 센서는 로봇 그리퍼에 장착돼 물체에 가해지는 압력과 그리퍼의 굽힘 정도를 동시에 감지하고 물체의 단단한 정도를 판단한다.

 

센서는 보호층과 인터페이스 공정으로 1만 번 이상의 반복 압력과 굽힘 반복 시험 후에도 안정된 성능을 보였다. 또 저온과 고습 환경 신뢰성도 검증됐다.

 

연구진은 멀티모달 촉각센서가 집적된 지능형 로봇 그리퍼가 여러 크기와 물성을 가진 토마토 11종을 98.78%의 정확도로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간에 따라 완숙 여부가 달라지는 토마토의 숙성도까지 실시간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리퍼는 유연 멀티모달 센서로 어떤 물체를 집는지 스스로 이해하고 물체를 파지하는 시점을 결정한다. 이를 통해 상응하는 그리퍼의 힘(토크)을 조절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본 기술이 △대면적 고유연 다중센서 집적 기판 플랫폼 △에어갭 구조 기반 고유연 멀티모달(압력/굽힘) 센서 △물체의 크기, 형상, 물성 등을 판별하는 AI 알고리즘 모델 △로봇 그리퍼의 촉각 피드백 제어 기술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밝혔다.

 

향후 연구진은 압력과 굽힘을 감지하는 2종 센서 외에 온·습도센서, 관성센서, 거리센서 등을 하나의 센서 플랫폼으로 집적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다종의 센서가 집적된 유연 인장형 멀티모달 인공피부를 로봇 그리퍼에 적용해 사람처럼 빠르고 자연스러운 동작이 가능하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더테크는 이번 개발과 관련해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민유림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연구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지능형 로봇 그리퍼를 개발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기존 로봇 그리퍼는 물체를 잡을 때 필요한 힘을 수동으로 작동했습니다. 그래서 사용자는 그리퍼가 물체를 얼마나 강하게 잡는지 피드백을 받지 못했어요. 특정 피드백 없이 물체를 잡게 되면 부서지거나 깨질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마토를 시연할 때 토마토처럼 찌그러지기 쉬운 물체는 조심히 잡아야 하는데 기존 그리퍼는 해당 기능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단단함과 물성을 인지하는 적절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로봇 그리퍼 기술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에어갭에 따른 멀티모달 센서의 압력과 굽힘 센서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나요?

 

물체의 물성을 알기 위해서는 단순한 압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초기 크기와 줄어드는 크기도 함께 알아야 해요. 이를 위해 압력과 굽힘 센서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채소나 과일을 만지면 무름의 정도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유연한 멀티모달 압력 굽힘 센서를 활용하면 초기 크기와 변형 정도를 감지하고 줄어든 길이와 가해진 압력을 알 수 있어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압력과 굽힙 센서는 에어갭을 이용해 미세하게 조절하고 보다 적절한 감지 범위와 민감도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됐습니다. 같은 소재와 재료지만 굽힘 센서에 적절한 에어갭과 압력 센서에 적절한 에어갭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 성능을 에어갭을 통해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리퍼가 현재 어떤 분야에 응용되고 있을까요?

 

물류, 의료, 국방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대체하거나 돕는 휴머노이드로도 확장될 수 있어요. 물류 분야는 물체를 효율적으로 운송, 처리하고 작업자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 분야는 정밀한 수술과 장비를 조심히 다뤄야 하는 특징이 있는데, 로봇이 전문가와 협력하면서 치료 과정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국방 분야는 로봇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서 군사 작전 효과 상승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향후 그리퍼가 활용될 방향과 개발 추진 내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압력과 굽힘 센서 2종만 활용해 물체의 단단함, 크기 등을 분류만 할 수 있는 그리퍼로 제작됐지만 이외에도 거리, 온·습도, 관성 등 물체 파악에 도움이 되는 센서가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한 센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집적해 그리퍼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사람보다 더 자연스러운 로봇의 등장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개발할 생각입니다.

 

전수연 기자 suyeon@the-te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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