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20대 제조업 취업자 수가 60대 이상보다 적어졌다. 한국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이 늙어가지만, 서비스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로보틱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20대는 55만5000명, 60대 이상은 5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제조업에서 60대가 20대보다 많은 상황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22년 기준 제조업 평균 연령은 43.5세로 나타났다.
경제의 핵심 축 중 하나인 제조업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인구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그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부족해지는 노동력과 생산 효율성을 위해 AI를 탑재한 로봇 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대기업의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주가 되면서 로봇 산업계가 술렁였다. 이어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이나 한화로보틱스의 발족 등 로보틱스에 대한 대기업 진출 소식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서빙 로봇의 보급과 더불어 배송 로봇의 실증 사업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최근 진행된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삼성전자는 AI 친구 ‘볼리’라는 가정용 로봇을 전시했다. LG전자도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두 기업에서 모두 로봇을 선보였다. 아울러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전시회 현장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언급하며 로봇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국내 제조업에서 로봇의 영향력 증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생산 자동화 지표 중 하나인 로봇 밀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2023년 세계 로봇공학 보고서에서 한국의 로봇 밀도는 1012대였다.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를 알려주는 지표로 10명마다 로봇 1대를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나 일본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제조·설비 부문에서 안정적인 B2B 수요와 함께 개인·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가능성 그리고 AI 기술 탑재까지 대기업의 로봇 시장 진출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도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로봇 시장의 대두는 새로운 가치 창출과 동시에 변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이는 노동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AI를 탑재한 로봇은 기술의 특이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혁신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산업혁명 이후 최대의 변환점이라고도 평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AI와 노동시장의 변화’라는 연구를 통해 AI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과 함께 노동시장의 영향력과 관련한 시사점을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AI는 빠른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적용 분야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연구에서 AI 특허 정보를 활용한 결과 전체 취업자 중 12%가 AI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지난 20년간 산업 로봇과 소프트웨어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의 고용 비중과 임금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점에 기반해 AI에 노출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지만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기존 일자리 내에서도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적절한 교육 및 직업훈련을 통한 숙련도 유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업 현장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서 로봇 대체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다. 다만 사회 구조적인 변화와 경제적 득실만큼 사람들이 얼마나 로봇·AI와 공존하면서 사회적인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노동자와 소비자는 동전의 양면 같은 하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