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카이스트가 곤충의 시신경계를 모방해 초고속·저전력 동작이 가능한 신개념 ‘지능형 센서’ 소자를 개발했다. 교통, 안전, 보안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돼 산업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스트는 19일 김경민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다양한 멤리스터 소자를 융합해 곤충의 시신경에서의 시각 지능을 모사하는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는 곤충의 시신경계를 참고했다. 초파리 같은 곤충은 비교적 작고 간단한 뇌와 시신경계를 지녔는데 다양한 환경에서 민첩하게 움직이고 생존할 수 있도록 시각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이는 기본 동작 감지기 (Elementary Motion Detector, EMD) 라는 특수한 신경 회로 덕분이다.
김경민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곤충은 매우 간단한 시각 지능을 활용해 놀랍도록 민첩하게 물체의 동작을 인지한다”며 “이번 연구는 멤리스터 소자를 활용해 이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AI가 탑재된 휴대폰 같이 에지(edge)형 인공지능 소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동작 인식을 위한 효율적인 비전 시스템 구현에 기여해 자율주행이나 로봇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비전 시스템은 이미지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 활용한다. 이미지 센서에서 수신된 신호를 알고리즘을 활용해 물체와 그 동작을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데이터 트래픽과 전력 소모량이 많아 모바일이나 사물인터넷 장치에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다양한 기능의 멤리스터 소자들을 집적하여 고효율·초고속 동작 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동작인식 소자를 개발했다. 멤리스터는 메모리와 저항의 합성어로 입력 신호에 따라 소자의 저항 상태가 변하는 전자소자를 말한다.
동작인식 소자는 자체 개발한 두 종류의 멤리스터 소자와 저항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로 이를 통해 곤충의 시신경을 직접 모사해 사물의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개발된 동작인식 소자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차량 경로를 예측하는 뉴모로픽 컴퓨팅 시스템을 설계해 동작인식 소자를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기술 대비 에너지 소비를 92.9% 줄이면서 더 정확한 사물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음을 검증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지난 1월 29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