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나노 신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소재 기술력이 완제품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행사였다.
현대차는 20일 서울 명동의 커뮤니티하우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개최했다. 행사는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나비 효과(The Butterfly Effect)'에서 착안해 '나노 효과(The nano effect)'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현대차는 이날 각기 다른 목적과 활용도를 지닌 6개의 나노 소재 기술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된 기술로는 △ 셀프 힐링(Self-Healing, 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 투명 태양전지 △ 모빌리티 일체형 탠덤(Tandem) 태양전지 △ 압력 감응형 소재 △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이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은 차량의 외관이나 부품에 손상이 났을 때 스스로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셀프 힐링 소재가 코팅된 부품에 상처가 나면 분열된 고분자가 화학적 반응으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활용했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은 나노 캡슐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기술이다. 부품에 저 마찰과 내마모성을 부여한다. 마찰 발생 시 코팅층의 오일 캡슐이 터져 윤활유가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투명 태양전지’는 우수한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를 이용한 태양전지 기술이다. 이 소재는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율이 높아 태양전지로 제작하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3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탠덤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접합해 만든다. 두 개의 태양전지를 적층해 서로 다른 영역대의 태양광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35%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기술이다.
‘압력 감응형 소재’는 별도의 센서 없이 소재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기 신호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차량의 발열시트 내부에 적용돼 탑승자의 체형 부위만 정확하게 열이 나온다. 필요없는 곳에 발열을 억제해 전력 절감을 돕는다. 전기차의 경우, 추가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한 기술이다.
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복사 냉각이라 한다. 현대차가 개발한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은 차량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씨에도 별도의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낮추는 친환경 기술이다. 이 기술을 차량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면적화 한 사례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다.
현대차는 1970년대부터 소재 연구를 시작해 1990년대 후반부터 연구조직을 갖추고 대규모 투자와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소재 단계에서 그 특성을 이해하고 개선하면 완제품의 문제를 예상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완성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동화 체제 전환과 탄소중립 등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도 소재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해 신소재 개발과 친환경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종수 현대차 선행기술원장 부사장은 “소재 혁신은 산업융합의 핵심이자 기술 혁신의 근간”이라며 “앞으로도 첨단 소재 기술을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적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