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로 엔비디아의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로이터는 24일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최신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가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로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HBM3와 HBM3E에 대한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8단, 12단 HBM3E 칩에 대해 테스트가 실패했다는 결과를 지난 4월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GTC 2024에서 삼성전자의 부스를 찾아 12단 HBM3E 제품에 ‘JENSEN APPROVED(젠슨 승인)’이라는 사인을 남기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겼지만 상반된 결과다.
HBM은 메모리 반도체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크기와 전력 소비를 줄이고 실리콘 관통 전극(TSV)을 뚫어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인공지능(AI)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가 필요하고 여기에 탑재되는 부품 중 하나로 메모리 반도체인 HBM의 존재감이 한층 더 강해졌다.
더욱이 전 세계 GPU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엔비디아는 AI 개발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과 존재감을 보이는 기업이다. 엔비디아의 테스트는 HBM을 생산하는 기업의 평판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납품하고 있으며 미국의 마이크론도 HBM3E를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HBM 시장의 거대한 세 축을 이루는 기업 중 삼성전자만 엔비디아에 납품을 실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큰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로이터에 “HBM은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최적화 프로세스가 필요한 맞춤형 제품이라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품 최적화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정 고객사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아울러 엔비디아도 로이터의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고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HBM의 품질과 성능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신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특정 시점에서의 테스트 관련 보도는 당사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는 HBM3E등 5세대 HBM 시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8단 HBM3E의 양산을 시작하고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제품을 2분기 중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하는 등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를 진행했다.
한편,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D램과 SSD 분야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HBM 시장은 2013년 최초로 HBM을 개발한 SK하이닉스가 연구개발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으며 지난 3월에는 메모리 제조사 중 가장 빠르게 5세대 8단 HBM3E를 양산에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