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뉴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악재가 이어지는 반면, ‘파운드리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텔은 ARM과의 ‘동맹’을 발표하며 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 빙하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업체의 엇갈린 명함이 미칠 영향이 자못 궁금해진다.
TSMC의 매출 그래프는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13일 발표한 ‘3월 대만 IT 매출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019년 5월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1분기 매출은 5086억 대만달러를 기록 했는데 이는 전분기 대비 18.7% 감소한 수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매출 분석의 주요 원인은 미디어텍과 애플,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감소다. 이 중 애플의 경우엔 5월 이후 신제품 출시에 따른 수요확대가 예상되지만 샤오미와 트랜션 같은 중국 고객사들의 주문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수요약세, 2분기 경기 둔화 우려, 환율 등이 TSMC의 매출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설상가상으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보유중이었던 TSMC의 주식을 지난 2월 86%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의 1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버핏 회장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대만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대규모 주식 매각의 이유가 된 셈이다. 회사와는 별개의 ‘외적 변수’이긴 하지만 버핏 회장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TSMC의 입장에서는 별로 반가운 뉴스가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텔이 Arm과 손을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텔은 12일(현지시간)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와 Arm이 인텔의 18A(1.8나노) 공정을 통해 모바일 저전력 시스템 온 칩(SoC)을 구축하는 내용의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인텔 측은 “먼저 모바일 SoC 설계에 초점을 맞추지만 자동차와 사물인터넷, 데이터센터, 항공 우주 등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공조’에 대해 팻 겔싱어 인텔 CEO는 “IFS의 시장 기회를 확대하고 동급 최강의 CPU IP와 첨단 공정 기술을 갖춘 개방형 시스템 파운드리의 힘에 접근하려는 팹리스 기업을 위한 새로운 옵션과 접근 방식을 열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IFS와 Arm은 Arm 코어의 PPAC(성능, 전력효율, 집적도, 비용) 개선을 위해 설계 기술 공동 최적화(DTCO)도 함께 수행할 예정이다.
‘경력직’이긴 하지만 현 시점에선 파운드리 시장의 후발주자 격인 인텔은 Arm과의 동맹결성을 통해 TSMC를 맹추격할만한 동력을 얻게 됐다는 평가다. Arm은 모바일 반도체 설계 자산(IP) 분야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있는 업계 최강자다.
이와 관련, 테크 전문 외신 디지타임즈 아시아는 “Arm의 파트너(회사)는 Arm의 최첨단 컴퓨팅 포트폴리오와 인텔의 공정 기술에 기반한 세계적 수준의 IP를 활용해 기존 웨이퍼 생산 외에도, 패키징,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는 인텔의 개방형 파운드리 모델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22조 투자를 공언하는 등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인텔의 ‘야망 가득한 행보’는 또다른 파운드리 리딩기업인 삼성전자에게도 경계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주에 신공장을 착공하는 등 파운드리 ‘세계 1위’를 향한 지속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인텔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은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8.5%, 삼성전자가 15.8%를 차지했으며 인텔은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참고로 10위기업인 DB하이텍의 점유율은 0.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