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브’가 이뤄낸 버추얼 아이돌의 진화

[20대가 바라본 버츄얼 휴먼②] 진보하는 테크-엔터의 협업이 낳은 파급력 입증
이색적 세계관과 어색함 없는 자연스러움으로 주목

 

 

[더테크=서채림 객원기자] ‘메타버스 대홍수’의 시대에서 데뷔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 ‘메이브(MAVE:)’의 등장은 가히 주목할 만했다. ▶관련기사: K-버추얼 휴먼 모델, 마케팅서 각광받는 이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화제성을 동반한 버추얼 아이돌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메이브는 실제 아이돌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버추얼 아이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닐까 싶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협력으로 탄생한 메이브의 데뷔는 ‘촉망받는 신인 아이돌’ 그 자체였다. 지난 1월 공개된 첫 싱글 'PANDORA'S BOX'(판도라의 상자) 뮤직비디오는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했다. 공식 트위터 계정 역시 팔로우 20만 명을 기록했다. 나날이 진보하는 테크,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의 협업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지 입증한 셈이다.

 

기획 단계부터 실제 아이돌과 다를 바 없었던 메이브는 버추얼 아이돌의 특성을 살린 세계관까지 갖췄다. 감정의 자유를 찾아 미래에서 온 4명의 아이들이 2023년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이색적인 설정은 이들의 존재 이유에 대중이 고개를 끄덕이도록 만들었다.

 

추지연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사업실장은 “치밀하고 완성도 높은 세계관으로 만들어진 그룹으로, 공개하는 음악과 콘텐츠들은 이들의 서사를 엮어놓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메이브의 활동 영역이 원소스-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형태로 폭넓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버추얼 아이돌의 현재는?

 

‘한국 최초의 사이버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은 '아담'의 등장이 1990년대 후반이니 국내에서 버추얼 가수가 등장한 지는 20년을 훌쩍 넘겼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기술은 계속 발전돼왔고 이에 따라 새로운 버추얼 아이돌들이 속속 등장했다.

 

일례로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캐릭터로 구성된 ‘K/DA’는 2018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개막식 무대에서 걸그룹 ‘(여자)아이들’과 함께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합동 공연을 펼쳤다.

 

K/DA는 인기 게임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캐릭터의 팬덤을 탄탄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의미가 있다. 게임뿐만 아니라 캐릭터 마케팅이 가능한 다른 산업 분야에서 참고할 만한 케이스다.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이세계 아이돌’은 K-POP 인기 아이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지하철 전광판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탄탄한 팬덤을 쌓았다.

 

실제 아이돌에 버추얼 아이돌의 콘셉트를 적용한 케이스도 찾을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다국적 그룹 ‘에스파’가 대표적인데 멤버 4명과 각각의 가상 자아 아바타인 ‘아이-에스파’가 인공지능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소통한다는 설정이다. 에스파의 뮤직비디오나 앨범의 세계관에도 ‘버추얼 자아’의 개념이 적용됐다.

 

팬덤과도 소통하는 ‘진짜같은’ 버추얼 아이돌

 

글로벌 마케팅분석업체 하이프오디터는 지난해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마케팅 시장이 15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버추얼 스타’는 참신하고 혁신적이며, 미래가 기대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특히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엔 ‘기괴하다’는 평가가 따라붙기도 했다. 기술의 한계로 인한 불가피한 어색함이 본능적인 인간의 거부감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메이브의 정교한 얼굴 표정과 감정 표현, 자연스러운 동작 구현은 다른 버추얼 아이돌과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리얼타임 3D 렌더링 기술을 메이브에 적용했는데 윤기 나는 피부와 휘날리는 머리카락의 디테일, 쉴 틈 없이 춤을 추는데도 어색함 없는 움직임은 버추얼 아이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메이브는 팬덤 문화가 강한 K-POP 시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는 마케팅활동에도 주력했다. 멤버별 MBTI를 공개해 각 캐릭터에 부여한 자아의 개성을 강조하고, 공식 트위터 계정에 멤버의 일상 메시지나 셀카도 주기적으로 공유했다.

 

K-POP 그룹의 팬덤은 단순히 뛰어난 실력과 완성도 높은 무대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대 뒤편의 현실적인 모습에 열광하고, 여러 창구를 통해 아이돌과 소통하며 애정을 쌓아간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비하인드 영상같은 자체 콘텐츠에 힘을 쏟거나 ‘버블’과 같은 일대다(1:多)소통 메신저를 활발하게 사용한 것도 팬덤 유입을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메이브의 경우엔, 대중들이 상호 교감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지난 2월 웹툰 '메이브: 또 다른 세계'를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동시 연재했다. 웹툰의 최대 장점인 내러티브 특성을 활용해 단순히 무대에 서는 가상인간이 아닌 고유의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로 발전시킴으로써 거리감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버추얼 아이돌은 늙지 않는다. 아프거나 지칠 일도 없다. 시공간을 초월해 활동할 수 있으며, 어떤 분야로든 확장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고, 필요한 능력이 생기면 실시간으로 탑재할 수 있다.

 

멤버 시우는 지난 1월 소속사가 공개한 인터뷰를 통해 “때로는 멋진 무대에서, 때로는 게임이나 웹툰에서, 때로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와 모습으로 찾아뵐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티는 “100년 이상 활동하는 세계 최초 그룹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메이브만의 특징이 아닐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 1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사람이 원하는 건 결국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있지만, 실제 인물인 지금의 아이돌도 결국 캐릭터 설정에 기반해 대중 앞에 나선다”며 “소통 능력이 고도로 발전한 버추얼 아이돌이 이를 대체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시점이 올 것”이라고 봤다. 대화형 AI 서비스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어쩌면 인간의 세세한 개입 없이도 가상인간에게 자아를 부여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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