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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크=문용필 기자] 많은 이들이 ‘플립’에 주목했지만 기자가 아닌 ‘유저’로서의 내 시선은 ‘폴드’를 향해있었다. 플립의 커다란 혁신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 폴드를 선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꽤나 만족스럽다. 아직까지는.

 

(관련기사: ‘축제’와 만난 삼성의 기술, ’갤럭시 서울 언팩‘)

 

기자가 ‘갤럭시 Z폴드5’의 출시를 바라본 건 올 초부터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Z플립3’에 불만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바(bar)형 휴대폰에 비해 휴대성이 좋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은 ‘이 맛에 폴더블 쓰지’란 생각이 들 만큼 마음에 들었다. 짐작컨대, 많은 ‘플립 시리즈’ 유저들이 여기에 공감할 것이라 본다. 실제 기자가 가장 오래 사용한 스마트폰이기도 했다.

 

문제는 폰 자체가 아닌 ‘나이’와 ‘직업’이었다. 한해 한해 노안이 심해졌고 현장 취재에 나가서도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봐야 하는 탓에 좀 더 큼지막한 디스플레이가 절실해졌다.

 

태블릿PC를 함께 사용하긴 하지만 외부에서 디바이스를 ‘체인지한다’는 건 그만큼 불편함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일편단심 ‘플립’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였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Z플립 5’가 기존 제품을 대폭 혁신한 ‘플렉스 커버’와 이에 걸맞는 다양한 기능들을 탑재했음에도.

 

(관련기사: ‘Z플립5, 커버가 전부 디스플레이네’)

 

잠깐 망설였던 마음은 사전예약 기간이 되자 다시 굳건해졌다. 서둘러 Z폴드5를 구매했고 오매불망 기다림 끝에 ‘영접’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 기사는 순수한 ‘내돈 내산’ 사용기다.

 

‘Z플립3’에서 넘어오니 ‘묵직한 그립’

 

색상은 이번 시리즈의 플래그십 컬러인 ‘아이스 블루’를 선택했다. 블루라고는 하지만 너무 튀지도 않은 데다가 바디의 무광도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다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좀 더 밝은 컬러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 그래도 지난달 ‘갤럭시 서울 언팩’에서 제품이 공개됐을 때 좀 더 다양한 컬러옵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 터였다.

 

기존에 Z플립을 쓰던 유저로서 Z폴드5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느낌은 당연히 ‘묵직하다’였다. 그런데 그 묵직함이 그리 부담스럽진 않았다. 삼성전자가 밝힌 Z폴드5의 무게는 253g. 전작에 비해 10g 정도를 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인지 그립감과 무게 모두 나쁘지 않았다. 참고로 기자의 손은 남자치고는 굉장히 작은 편이다.

 

그립감이 좋다고 느낀 다른 이유는 달라진 힌지 덕분이었다. 기존의 U자형 힌지대신 이번에는 Z폴드와 플립 모두 ‘플렉스 힌지’가 탑재됐다. 기존 힌지에서는 디바이스를 접었을 때 힌지와 가까운 부분에서 공간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Z플립3를 사용하면서 가진 불만 중 하나가 바로 힌지였다. 접히긴 접히지만 뭔가 완전한 폴더블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새로운 힌지가 적용된 디바이스를 받아드니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메인 디스플레이를 펼쳤을 때의 느낌은 다소 빡빡한 편이었다. 직전까지 Z플립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디스플레이 크기가 남달라서 그런지 다소 낯선 손맛이었다. 물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헐렁거렸다면 오히려 불안했을 터다.

 

그렇다고 내구성을 시험한다는 이유로 여러 번 접었다 폈다 하고 싶진 않다. 어느 해외 유튜버가 일주일간 Z플립5를 여닫는 실험을 했다는데, 그 정도면 내구성은 어느 정도 검증된 셈이니 말이다. 그들은 유튜버이지만 본 기자는 ‘전형적인 서민’이다. 게다가 2년 만에 장만하는 꽤 비싼 ‘새폰님’ 아닌가. 애지중지 모셔야지.

 

오오, 새롭게 느끼는 디스플레이 경험

 

기자가 Z플립에서 Z폴드로 갈아타게 된 이유는 앞서 설명했다. 며칠간 Z폴드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사용해보니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들었다. Z플립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폴더블의 존재 이유를 보다 확실하게 깨달았달까. 아, 물론 Z폴드 초보 유저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다.

 

우선 ‘글자 크기’를 키워도 대화면 디스플레이답게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느 폰에서도 당연히 쓸 수 있는 기능이지만 노안에 굴복해 글자 크기를 확대하면 디스플레이 크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Z폴드의 디스플레이에서는 확실히 그런 위화감이 덜한 편이었다. 눈이 확실히 편안해졌다. 좀 과장해 이야기하면 ‘눈앞 1cm’까지 스마트폰을 가져가야 했던 불편한 경험이 꽤나 개선됐다.

 

 

물론 양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커버 디스플레이(157.3mm)에 의존해야 할 경우가 많은데 이전에 사용하던 플립3의 메인 디스플레이(170.3mm)보다 작은 편이다. 하지만 메인디스플레이를 사용하다 커버로 넘어가면 이전에 쓰던 디바이스와 그리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디스플레이는 확실히 커다란 게 좋은 것 같다.

 

외부에서 사용했을 때 비교적 선명한 화질로 볼 수 있다는 점도 개인적인 시인성 개선에 영향을 줬다. 전작보다 약 30% 이상 높아진 1750니트의 최대 밝기를 지원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 카메라의 경우 전작과 동일하다고 하니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직업상 스마트폰을 통해 텍스트를 주로 읽게 되는지라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즐겨하던 모바일 야구 게임을 돌려보니 ‘헐’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대화면에서 달라진 역동성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용 게임기를 쓰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꽤나 오랜시간 게임을 즐겼는데도 별다른 발열이나 끊김도 감지되지 않았다. 물론, 개인마다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초소형 노트북 느낌나는 플렉스 모드

 

폰을 교체한 이유는 단순히 디스플레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외부에서 업무를 볼 때 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포함돼 있었다. 취재현장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들을 꺼낼 수 없는 환경에서 데스킹을 보거나 기사를 수정할 때 편리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대를 만족시키는 기능이 바로 ‘플렉스모드’였다. 디바이스를 마치 노트북처럼 접으면 하단 디스플레이를 마우스나 키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어느 각도에서도 폰을 접을 수 있는 ‘프리스탑 힌지’가 있기에 가능한 기능이기도 하다.

 

가로비가 긴 화면에서 오는 불편함 정도를 제외하면 급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 ‘비상 상황’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원터치로 화면 캡처도 할 수 있고 최근, 혹은 많이 사용한 앱을 선택하고 화면을 분할해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 ‘카톡’하면서 뉴스를 볼 수 있어서 편리했다.

 

멀티태스킹을 위해 쓸 수 있는 태스크바 기능도 유용했다. 마치 윈도우의 작업표시줄처럼 최근에 사용된 앱을 액세스할 수 있다. 굳이 바탕화면으로 들어가 새 앱을 찾아 터치할 필요가 없어진 셈. 바쁘게 메일함을 열거나 키워드 검색을 해야 할 때 딱이다. 이 상태에서 전화가 오면 ‘일단 접고’ 통화를 하면 된다. 기술의 진보는 결국 편안함과 연결되는 것 아니겠는가.

 

여기에 S펜을 사용하게 되면 편리함은 더욱 커질 것 같다. 폴더블이 등장하기 전 노트 시리즈를 오랫동안 사용한 입장에서 S펜과의 재회가 두근거린다. ‘옛날 기자’의 상징과도 같은 ‘종이 수첩’을 굳이 휴대하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사전예약 사은품으로 받은 S펜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Z폴드5의 특징중 하나인 ‘두 손 드래그앤 드롭’ 기능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한손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갤러리 앱에서 선택하고 다른 손으로 삼성노트를 열어서 이미지를 붙여넣는 기능인데, 기자에겐 크게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한 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능이 될 것 같긴 하다.

 

폴더블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전작 대비 변화가 큰 Z플립5에 비해 Z폴드5에서는 그리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전작을 사용해 본 유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기능 중 일부는 Z폴드4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플렉스 힌지와 대화면의 존재가 결합됐다는 점 만으로도 Z폴드5는 분명 폴더블을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디바이스가 아닐까 싶다. 출고가 200만원이 넘는 가격과 무게의 압박이 있기 때문에 구입해보라고 선뜻 권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런데 Z플립3를 통해 폴더블의 효용성을 이미 경험한 입장에서 이만하면 만족스럽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기자처럼 보다 큰 디스플레이에 대한 갈망이 있거나 스마트폰 만으로도 외부에서 만족할만한 업무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말이다. 앞으로 폴더블을 떠나 바형 스마트폰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