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업무'를 위한 메타버스를 만나다

[리뷰T]LGU+의 직장인 전용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슬랩' 베타 버전
상태 메시지, 제스처 등 동료 간 소통에 유용

‘리뷰T’는 더테크의 기자가 다양한 테크 서비스와 기기, 마케팅 현장 등을 직접 체험하는 콘텐츠입니다. 'T'는 더테크와 이야기(Talk)를 동시에 의미합니다. 딱딱한 기사형식에서 다소 벗어나 편안하고 톡톡 튀는 문체로 독자분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겠습니다.

 

[더테크=전수연 기자] 직장인은 늘 바쁘다. 출근길부터 회의 준비까지 업무 피로는 만만치 않다. 기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뭔가 색다른, 그러면서도 새로운 업무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들어가봤다. ‘메타버스 오피스’에.

 

LG유플러스가 일부 신청자에 한해 베타버전을 공개한 메타버스 가상오피스 ‘메타슬랩(MetaSlap)’이 그 대상이 됐다. 선배들을 모았다. "갑시다, 메타버스로." 그들의 떨떠름한 반응은 가볍게 무시하고 메타버스 오피스에서의 일상을 시험해봤다. 

 

(관련기사: 직장인들에게 더 '쓸모있는' 메타버스 나온다)

 

 

'메타버스=가상공간'이라는 공식은 자신을 표현하는 아바타가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실제 사무실이 아니기에 내 맘대로 꾸미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제는 패션센스. 평소에도 수수하게 다니는 기자는 프리셋에 있는 코디를 참고했다. '나'인듯, '나'아닌 '나'같은 아바타가 만들어졌다. 아바타들을 모아보니 선배들 패션센스도 '그닥'인 듯 보인다. 훗.

 

여기서 발견한 장점은 출근복장의 다채로움이다. 매일 아침 뭘 입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괴롭기만 한데 메타슬랩 속 아바타는 '샤랄라'하다. 선글라스나 모자같이 회사에선 언감생심인 아이템도 OK. 기왕이면 웃는 얼굴이 좋으니 아바타의 입꼬리도 올려본다. 섬세한(기자가 생각하기에) 커스텀의 시간속에 점점 빠져든다. 메타버스로. 

 

 

출근코디가 끝났으니 사무실로 입장해야지.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도 있고 뻥 뚫린 하늘에 개방감 만점인 루프탑도 있다. 만원 전철의 악몽따윈 느껴지지도 않는 쾌적한 공간. 일터인지 휴식처인지 구별되지 않을만큼 좋다. 실제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부장의 목소리는 이어폰으로 커버완료. 

 

메타슬랩에 접속한 동료들이 슬슬 눈에 띈다. 매일아침 머리를 산발한 채 출근하는 부장은 모자코디 하나로 전혀 다른 인간이 됐고, 수염자국 선명한 선배기자는 미소년으로 탈바꿈했다.  다들 각자의 아바타를 바라보며 비웃기에 바빴다. 그래도 인사라도 반갑게 나눠본다.

 

 

더테크 최초의 메타버스 편집회의가 진행됐다. 기자도 그렇지만 다들 말이 많다. 아이디어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나오는 법. 마침 기자들 모두 프로야구 팬이라 야구이야기로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굳이 원격화면이나 음성 기능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일반채팅으로만 회의를 진행했다. 팀원 아바타에 말풍선 형태로 대화창이 표시되면 누가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을텐데. 다소 아쉬웠다.

 

여담으로 목소리가 큰 중년의 부장은 고요한 채팅대화를 상당히 어색해했다. 그래서 재미를 더하기 위해 중간중간 리액션을 취했다. 메타슬랩에선 '짜증' '박수' '엄지척' 등 다양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다. 슬슬 다가오는 점심시간에 '대식가' 선배기자는 배고프다는 리액션을 취한다. 부장이 '짜증' 아이콘을 클릭한 이유였다.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를 메타슬랩에서 진행해보면 어떨까. 마침 예정된 발표가 있었기에 타운홀로 직원들을 모두 모았다. 회의실이 아닌 대규모 강당에서의 발표라. 좁은 회의실보다는 집중도가 훨씬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말해 기자는 약간의 '관종끼'가 있다. 

 

회의시간은 원래 발표자를 제외하면 정적이 흐르는 것이 국룰. 하지만 아바타들이 모여서일까. 한마디 한마디에 다양한 리액션이 올라온다. 발표에 자신감이 붙는 이유다. 물론 리액션이 전부 진심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렇게 모인 것도 기념할만한 일.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어본다. 기자만 무대에 올라가 있으니 마치 콘서트장에서 관객들과 사진을 찍는 가수가 된 기분이다. 메타버스가 아직은 어색한 동료들도 꽤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다. 

 

물론, 메타슬랩에서 모든 업무를 다 하기엔 무리가 있다. 게다가 더테크 편집부는 멤버간의 빠른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메타슬랩에서의 체험이 한정될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3차원 가상공간이 주는 메리트는 분명히 있었다.  매일 똑같은 사무실이 아니라서 느껴지는 새로움도, 동료의 기분을 상태메시지로 인지하는 것도 참 편리했다.  다만 크지 않은 오피스에서 일하는 보통 직장인들에게는 어쩌면 새로운 '공간의 압박'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론. 비교적 멀리 떨어져서 일하는 타부서, 혹은 재택이나 유연근무제를 채택하는 회사라면 분명 매력적인 플랫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베타버전에서 수렴될 보통직장인들의 의견을 유플러스가 정식버전에 적극 적용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분명한 건 메타슬랩은 '놀기'에 최적화된 다른 메타버스와 달리 정말 '업무'를 위한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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