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계적 '로봇석학'은 왜 '요리로봇'을 개발했을까

데니스 홍 UCLA 교수, '퓨처 테크 컨퍼런스'서 연설
우아한형제들과 손잡고 로봇 ‘요리’ 선봬, 기술보다 '본질'에 집중

 

“기술보다 중요한 건 본질과 철학입니다.”

 

[더테크=조재호 기자] 세계적인 로봇석학 데니스 홍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의 기조연설은 공학적이라기 보단 문학적이었다. 로봇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지만 기술 그 자체 보다는 로봇을 활용해야만 하는 상황과 결과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홍 교수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퓨처 테크 컨퍼런스 2023’에 참석해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대한민국 디지털 미래혁신대전 2023의 부대행사 중 하나로 진행됐다. 

 

컨퍼런스의 시작을 알린 연설에서 홍 교수가 들고 나온 것은 의외의 것이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Artemis)와 함께 요리하는 로봇 'YORI'를 공개한 것. 홍 교수는 “연구에 있어 기술보다 본질이 중요하다”며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로봇을 제작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홍 교수는 소개에 앞서 로봇의 본질과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의 응용보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인 ‘맛있는 음식’ 그리고 먼 미래의 공상과학이 아닌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현실공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이 없다면 길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한 가지 요리만 만드는 로봇이 아니라 (거의)모든 요리를 만들 수 있거나 확장할 수 있는 로봇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사람이 요리하는 방식을 흉내내는 것이 아닌 로봇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기계를 위한 조리법과 도구 시스템을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홍 교수는 ‘YORI’를 제작했다. 그리고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궁극적 지향점으로 음식 공장을 제시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로봇을 시작으로 배달까지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YORI’는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브라우니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앞으로 더 다양한 음식을 배워갈 것이라고 홍 교수는 이야기했다. 다른 로봇에서 볼 수 없었던 인공 근육을 사용하는데 이는 반죽이나 칼질 등을 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현실에 발을 떼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큰 꿈을 꾸자”며 “(이러한 도전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쉬워보인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인공지능(AI)에 대한 생각도 빠지지 않았다. 홍 교수는 “AI를 접목하려고 하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고 생각한다”며 “로봇(공학)은 물리적인 요소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지능적이지 않은 기계를 지능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지능적이지 않은 기계를 지능적으로 설계하고 테스트한 뒤 AI를 접목한다”고 말했다.

 

그의 강연에서 자주 등장하는 '스타워즈' 이야기도 이어졌다. 자신이 로봇 공학자의 꿈을 키우게 된 두 로봇인 R2D2와 C3PO에 대한 이야기였다. R2D2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원통형 로봇으로 세 개의 바퀴달린 다리로 움직이는데, 이는 홍 교수가 개발한 비인간형 로봇은 이에 뿌리를 두고 있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C3PO는 황금색 사이보그 로봇으로 앞서 언급한 R2D2와 달리 사람의 형상을 띤 로봇이다. 홍 교수는 “로봇이 인간과 공존하려면 기존 시설을 활용해야 하므로 인간의 형태를 띠는 것은 당연하다”며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어가면서 C3PO를 떠올릴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난 4월 공개한 아르테미스를 소개했다.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으로 사람과 같은 이족 보행을 하지만 절대 넘어지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흔들거나 밀쳐는 등 외부 압력을 줘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달리거나 공을 찰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홍 교수는 아르테미스에 인공 근육과 비슷한 액츄에이터를 장착해 기존 로봇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휴머노이드의 축구 대회인 RoboCup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까지 연속 5회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번에 아르테미스와 함께 다시 출전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 모빌리티,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디지털 융합을 통한 기술의 혁명을 주제로 8개의 세션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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