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반도체 초정밀 공정용 ‘맞춤형 펄스 전원’ 기술 개발

 

[더테크 이지영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물리연구센터 장성록 박사 연구팀이 반도체 초정밀 공정에 활용될 수 있는 ‘바이어스용 맞춤형 펄스 전원(Tailored Pulse Power Modulator for Bias)’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바이어스 장치는 플라즈마 내부 이온이 반도체 웨이퍼에 강하게 충돌하도록 전압을 인가해 식각, 세정, 증착 등 공정을 수행하는 핵심 장치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주로 고주파(RF) 전원을 활용하지만, 파형이 단순해 미세 공정에서 정밀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목받는 것이 ‘펄스 전원’이다. 펄스 전원은 낮은 전력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뒤 높은 전력으로 순간 방전하는 방식으로, 펄스를 정밀하게 제어하면 원하는 만큼 좁고 깊은 식각이 가능해 다양한 공정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2.5㎲) 안에 수 kV 수준의 전압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초당 40만 번(400kHz) 방전해야 하므로 기술 장벽이 매우 높다.

 

KERI는 펄스 전원 분야의 오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소프트 스위칭(soft switching)’ 기법을 적용했다. 이는 전압이나 전류가 0에 가까운 지점에서 스위칭이 이뤄지도록 해 전력 손실을 78% 이상 줄이고, 발열 문제를 개선해 장치 소형화와 전력 밀도 향상, 수명 연장까지 가능하게 한다.

 

또한 연구팀은 ‘경사형’ 방식과 ‘계단형’ 방식을 모두 구현해 맞춤형 펄스 전원 기술의 활용 폭을 넓혔다. 이를 통해 반도체뿐만 아니라 환경, 국방,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 기술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단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Plasma E.I. 융합연구단과 협력해 반도체 공정 챔버에서 실증을 거쳤다. 실험에서는 맞춤형 펄스 전원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특한 파형을 확인하며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KERI는 앞으로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실제 식각 및 세정 장비 적용과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성록 박사는 “맞춤형 펄스 전원 기술은 반도체 성능을 크게 향상시켜 전자기기를 더 작고, 빠르고, 오래 사용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차세대 공정 진입이 어려운 기업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ERI는 이번 성과와 관련된 특허를 확보했으며, 산학연 협력과 기술 이전을 통해 산업 현장에 적용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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