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전수연 기자] 한국전기연구원이 마이크로파를 활용해 병해충을 방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농업 분야뿐만 아니라 외래 병해충 방제 및 겨울철 도로 위의 블랙아이스 제거나 오염 토양 정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기대된다.

KREI 정순신 박사팀은 전자레인지 작동의 핵심 원리인 마이크로파를 활용해 병해충을 방제하고 농가의 연작장해 피해를 막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작장해는 같은 밭에 동일한 작물을 심으면 수확량과 품질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원인으로는 토양 전염성 세균이나 곰팡이, 선충 등의 발생이 꼽힌다. 대부분 농약을 활용하지만 생태게 파괴나 약제 저항성 증가, 잔류 독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휴작은 농업인들의 생계의 어려움을 줬다.

이번 기술 개발은 마이크로파를 땅속에 침투시켜 토양 속 수분을 가열하고 열에 취약한 병해충을 방제하는 기술이다. 관련 기술이 호주 등에서 연구 중이지만 마이크로파가 쉽게 흩어져 10cm 정도에 머물렀고 잡초 제거 정도에만 활용됐다.

정순신 박사팀은 마이크로파의 성질을 연구 및 분석해 파장을 늘리고 공간 분포를 조절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시킬 수 있는 안테나를 개발했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30cm 깊이에 마이크로파를 60~100° 수준으로 가열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병해충이 60° 이상의 열에 취약한 만큼 실질적인 살균효과를 볼 수 있으며, 땅은 보온성이 높아 지속성도 큰 편이다.

이번 연구의 성과로 농가의 연작장해 피해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술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요청으로 시작됐고 좋은 결과를 보여 병해충 방제 장치 전문업체에 기술이전까지 진행했다. 업체는 이전받은 기술을 토대로 장비를 제작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통해 농민들에게 대여 및 보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정순신 박사는 ”마이크로파의 파동 성질을 이용해 땅속에서 마이크로파가 퍼지지 않고 적절하게 모이도록 함으로써 깊은 곳까지 가열하는 원리“라며 ”농약의 부작용이나 환경 오염의 걱정없이 농작물 수확 후 빈 땅에 남아있는 병해충을 방제해 농업 생산성 향상 및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기술은 농업 뿐만 아니라 최근 항만과 공항 등에서 출몰하는 외래 병해충 서식지를 피파괴 형식으로 방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아울러 이동식 차량에 마이크로파 가열 장치를 설치해 겨울철 도로의 블랙아이스 제거에 활용하거나 기름에 오염된 토양도 가열 기술을 통해 정화하는 등의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연구와 관련한 특허 출원을 완료한 KERI 연구팀은 수요 업체를 지속 발굴해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