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서명수 기자] 국내 민간 기업 최초의 종합 연구소인 LG전자 ‘가산 R&D 캠퍼스’가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1975년 문을 연 이 연구소는 한국 전자산업 R&D 패러다임을 바꾼 핵심 거점이자 LG전자가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이다.
LG전자는 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50년의 기술과 열정, 내일을 향한 약속’을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고 연구소의 반세기 혁신성과를 되돌아보며 미래 전략을 공유했다. 행사에는 이현욱 HS연구센터장(부사장), 오세기 ES연구소장(부사장) 등 현직 연구 책임자뿐 아니라 김쌍수 전 부회장과 이영하·신문범·송대현 전 사장 등 역대 가전사업본부장과 연구소장이 대거 참석해 연구소가 걸어온 기술 여정을 함께 기념했다. 산학 협력 중인 주요 대학 교수들도 자리하며 연구소의 의미를 더했다.
가산 R&D 캠퍼스의 시작은 1975년 12월 ‘금성사 중앙연구소’다. 당시 국내 기업 대부분이 공장 내 소규모 연구조직만 운영하던 상황에서 LG전자는 가전, 컴퓨터 등 다양한 제품군을 포괄하는 국내 최초의 민간 종합 연구소를 구축하며 R&D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신제품 개발에서 품질 향상, 생산 자동화까지 기술개발의 전 과정을 한곳에서 수행하는 체계를 갖추며 한국 연구문화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다.
출범 당시 단층 건물에서 시작된 연구소는 기술 축적과 함께 빠르게 확장됐다. 2002년에는 압력·온도·소음 등 각종 실험실을 갖춘 실험동이 신축됐고, 2007년에는 지상 20층, 지하 5층 규모의 연구동이 추가되면서 연구소는 본격적인 글로벌 R&D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이어 2013년 별관까지 준공되면서 현재 총 연면적은 약 3.5만 평, 연구인력은 1,700여 명 규모로 성장했다. 반세기 동안의 기술 자산이 집대성된 LG전자 핵심 연구단지로 완성된 셈이다.
이곳에서 탄생한 기술들은 한국 전자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1977년 전자식 금전등록기(POS) 국산화 성공을 시작으로 국내 첫 전자식 한·영 타자기, 주문형 반도체(Custom IC) 개발 등 당시로서는 도전적이던 기술 성과들이 연이어 나왔다. 특히 1981년 2만 개가 넘는 부품이 집적된 전자식 VTR(Video Tape Recorder)을 국산화한 것은 일본이 독점하던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한국 기술력이 인정받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1990년대 이후에는 혁신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벨트 없이 모터와 세탁통을 직접 연결한 DD모터, 2001년 냉장고용 리니어 컴프레서가 개발되며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 측면에서 LG전자 가전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2016년 출시된 국내 최초 듀얼 인버터 에어컨은 기존 대비 에너지 효율을 최대 40% 끌어올리며 미국 ‘에디슨 어워드’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기술 기반 위에 LG전자는 기존에 없던 가전 카테고리까지 개척해왔다. 의류관리기 ‘LG 스타일러’(2011), 분리세탁 ‘트윈워시’(2015), 기능 업그레이드 기반의 ‘UP 가전’(2022)까지, 가산 R&D 캠퍼스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제시하는 제품 개발의 중심지였다.
연구성과는 글로벌 평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전 브랜드’에서 종합가전 브랜드 기준 6년 연속 최고 순위, 미국 JD파워 ‘가전 소비자 만족도 평가’ 최다 수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북미·유럽 주요 소비자 매체에서도 LG 가전은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부문에서 20개국 이상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현재 가산 R&D 캠퍼스는 차세대 기술과 미래 가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연구 중심지로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핵심부품, 기능성 신소재, 모터·인버터, 플랫폼 기술 등 미래 전략 기술이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의류과학연구소, 공기과학연구소, 소재연구소 등 특화 연구시설을 통해 HVAC 컴프레서, 차세대 가전 플랫폼, 신소재 ‘유리파우더’ 등 새로운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현욱 HS연구센터장(부사장)은 “가산 R&D 캠퍼스는 지난 50년간 LG전자의 혁신 DNA를 축적해온 기술의 심장부”라며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역량을 기반으로 AI홈 시대를 선도하는 전략 거점이자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만드는 R&D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