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서명수 기자] 대한민국 기술 산업의 변화는 지금 정책의 조정이 아니라 속도의 전환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AI 시대에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강조하며 2026년 예산안을 “AI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예산”으로 규정했다. 출범 6개월 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미래 전략산업 중심 국정 운영 기조는 이제 선언을 넘어 실제 시스템과 산업 구조의 변화를 이끌기 시작했다.
축소되던 국가 R&D는 35.3조 원 규모로 회복됐고, AI·반도체·로봇·바이오 등 핵심 기술군을 중심으로 규제 재설계, 인재 정책 정렬, 민관연 협력 구조 재구축이 동시에 진행되며 연구계와 산업계에서는 “불과 반년 만에 체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등장한다. 기술 기반 국가전략이 ‘정책→산업→기술→시장’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갖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휴머노이드 로봇·UAM·완전자율주행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특히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10월 대구 FIX 2025 현장에서 대통령의 시선을 멈추게 한 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기업 에이로봇이었다. 이족보행 로봇 ‘앨리스4’와 바퀴형 ‘앨리스 M1’이 실제 제조공정을 모사해 협업 시연을 펼치자 대통령은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연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이러한 움직임 뒤에 실제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학습–개발의 순환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에이로봇 엄윤설 대표는 “휴머노이드는 제조현장에서 사람처럼 움직이며 데이터를 학습하는 ‘주권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은 규제 샌드박스 실증을 통해 제조공정을 실제 현장에서 반복 학습시키고 있으며,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산업지능형 워크스루 데이터셋을 쌓아가는 중이다.
정부 역시 휴머노이드를 ‘미래 제조력의 핵심 자원’으로 규정하며 2027년까지 100개 이상의 실증을 추진하고, 실증 데이터를 AI 학습에 재투입하는 순환 구조를 본격화하고 있다. 기술–데이터–공정의 선순환이 국내에서 자립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UAM 산업에서도 대한민국은 “이제 선점 가능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UAM 시장에는 아직 절대적 선도국이 없고, 기술·제도·인프라 구축 속도가 곧 패권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서정석 뉴미디어홍보팀장은 “한국의 UAM 기술력은 이미 Top-tier”라고 평가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K-UAM 기술경쟁력 강화방안’이 R&D–시범비행–상용화–규제·인프라를 단일 생애주기로 통합한 점을 핵심 요소로 꼽는다. 이는 단순 시연이 아니라 상용화를 향한 기술·제도 패키지를 한 번에 구축하는 전략으로, 홍보·국제협력까지 동반돼야 글로벌 패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시 말해 UAM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누가 먼저 시스템을 완성하느냐’의 게임이다.
완전자율주행 분야에서는 K-City가 기술적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K-City는 최근 3단계 고도화를 통해 실제 도시와 동일한 난도의 환경을 재현하고, 악천후·야간·복잡 교차로·골목길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무제한 반복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체인과 결합해 완전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을 국내에서 세계 최고 난도로 시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City 연구처 신성필 처장은 “이제 해외 테스트 없이도 한국에서 풀스택 자율주행 검증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정부가 추진 중인 15조 원 규모의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전략’과 2027년까지의 무상 개방 정책이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실증 비용을 사실상 제거했다고 강조한다. 기술 개발과 정부 안전 기준의 병행 고도화가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재명 정부 6개월의 가장 큰 특징은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방식의 변화에 있다. 국가 R&D의 복원으로 자금 흐름이 정상화되고, 규제 실험공간의 확대로 현장 실증이 일상화되기 시작했으며, AI·로봇·모빌리티 전 분야에서 민·관·연이 포메이션 플레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산·제도·인재 정책까지 단일 구조로 정렬되면서, 그동안 분절적이었던 한국의 기술 산업이 구조적으로 ‘연결’을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휴머노이드는 한국 제조업의 주권 기술로, UAM은 미래 교통의 게임체인저로, 자율주행은 글로벌 기술강국 전략의 상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산업 르네상스를 향한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으며, 출범 6개월간의 변화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본편은 이제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