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라는 아이’ 머스크의 트위터 리브랜딩, 관건은 지금부터

[더테크View] 상징성 강한 ‘파랑새’ 없애고 ‘X’로고로 대체
트위터 혁신 위한 리브랜딩 이해하지만 이미지 제고 필요

‘더테크 View’는 더테크 기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칼럼입니다. 각종 테크 이슈,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색깔있는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더테크=문용필 기자] 가사 내용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지만, 일론 머스크의 소식을 접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래된 노래 제목이 있다. 힙합그룹 허니가 불렀던 ‘X라는 아이’라는 곡이다.

 

머스크가 지휘하는 X코퍼레이션과 스페이스X, 그리고 새롭게 설립된 xAI에 이르기까지, 알파벳 ‘X’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지난 1999년 창업했던 온라인 은행의 명칭도 ‘X.com’이었으니 두말하면 입 아플 터다.

 

그런데 트위터의 로고까지 X로 바꿀 줄은 꿈에도 몰랐다. ‘파랑새’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 X가 들어섰다. 24일(현지시간) 벌어진 일이다. 전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브랜드 변화가 있을 것임을 공지했지만 서비스 이용자는 물론. 그 존재를 아는 이들 모두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만한 소식이다.

 

브랜드 로고를 바꾼 이유는 린다 야카리노 트위터 CEO의 공식 트위터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X는 오디오, 비디오, 메시징, 결제/뱅킹을 중심으로 아이디어와 상품, 서비스 및 기회를 위한 글로벌 시장을 창출하는 무제한 상호작용의 미래”라고 밝혔다. “X는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위터를 단순한 SNS가 아닌, 온라인 멀티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로고 뿐만 아니라 트위터라는 브랜드명과 'twitter.com'이라는 URL 마저 역사 속으로 영영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머스크는 "몇달 안에 포괄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금융 전반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트위터라는 이름은 의미가 없으므로 새에게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머스크는 “x.com은 이제 twitter.com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실제로 x.com에 접속하면 트위터에 바로 연결된다. 

 

트위터의 리브랜딩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그리 썩 좋지않아 보인다. 일례로 블룸버그는 “브랜드 소유자가 의도적으로 브랜드 파괴 계획을 발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애널리스트와 브랜드 에이전시에 따르면 머스크의 움직임은 40억달러에서 200억 달러 사이의 가치를 날려버렸다”고 보도했다.

 

그럴 만하다. 파랑새는 십 여 년간 트위터하면 떠오르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트위터 게시물을 의미하는 트윗(tweet)이라는 단어도 원래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의미한다. 트위터라는 이름을 토대로 이제는 익숙해진 ‘리트윗’ ‘트위터리안’ 같은 온라인 신조어도 태어났다. 그만큼 브랜딩 관점에서 파랑새가 가진 상징성이 남달랐다는 이야기다.

 

다만 트위터가 처한 현 상황을 바라보면 리브랜딩에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페이스북과 함께 SNS를 대표하는 존재로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트위터가 최근 몇 년 새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트위터의 새 CEO, 테크 전문가였다면 어땠을까)

 

익명성과 단문 중심의 메시지를 선호하는 ‘진성 유저’들이 여전하긴 하지만 이마저도 위상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출시 초기의 폭발적인 반응이 잦아들긴 했지만 메타의 스레드(Threads)가 여전한 위협 요소로 남아있고 틱톡도 텍스트 기능을 출시한다는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트위터에 커다란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관련기사: 트위터 경쟁상대 '스레드' 가입자 1억 명 돌파)

 

이런 상황에서 X로의 리브랜딩은 어쩌면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야카리노 CEO가 밝힌 야심찬 계획처럼. 처음의 ‘낯섦’이 상쇄되는 기간은 의외로 짧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머스크와 야카리노의 생각에 공감이 가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트위터의 기세가 눈에 띄게 약해진 시점을 머스크의 인수 이후와 연결지어 보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량해고에 각종 버그, 심지어는 사무실 임대료 미납사태에 이르기까지.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의 존재가 짙게 겹쳐 보이는 새로운 브랜드가 과연 혁신의 이미지를 수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브랜드의 흥망은 향후 머스크의 행보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트위터의 ‘넥스트 스텝’과 강하게 연결될 것으로 보이는 xAI의 결과물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관련기사: 우주를 이해하는 AI? 머스크의 인공지능 기업 ‘xAI’ 출범)

 

리브랜딩과는 별개로 트위터의 오래된 팬들을 존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건 브랜드 그 자체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팬들도 함께일 것이다. 트위터, 혹은 X가 ‘헤리티지’와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머스크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결국 사람, 즉 이용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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