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새 CEO, 테크 전문가였다면 어땠을까

[더테크 View] 광고, 미디어 전문가를 새 CEO로 영입한 일론 머스크
이용자 되찾기 위해선 ‘기술적 혁신’ 먼저, ‘광고 수익’은 그 다음 문제

‘더테크 View’는 더테크 기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칼럼입니다. 각종 테크 이슈,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색깔있는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Excited to announce that I’ve hired a new CEO for X/Twitter. She will be starting in 6 weeks!” (트위터의 새로운 CEO를 발표할 수 있어 흥분됩니다. 그녀는 6주 이내에 (업무를) 시작하게 될 거예요!)

 

[더테크=문용필 기자]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었지만 정작 현실이 되니 개인적으론 반가웠다. 일론 머스크가 드디어 트위터의 CEO 자리에서 물러나 자신을 대체할 ‘새 인물’을 찾았다는 소식이 최근 들려왔다. ICT 전문지는 물론 전세계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이 뉴스를 전했다. 머스크의 ‘본진’인 테슬라 주가는 급등했다. 테슬라 경영에 좀 더 충실해 질거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긍‧부정을 떠나 머스크가 화제를 몰고 다니는 ‘글로벌 인싸’인 만큼 트위터 CEO 사임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 뉴스겠지만 ‘대서특필’에는 그 말고도 또 다른 이면의 이유가 엿보여다. 한때 페이스북과 함께 SNS업계를 양분했던 트위터가 지난해 머스크의 인수 이후 점점 내리막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종종 기이한 언행을 해왔던 머스크였지만 트위터를 왜 인수했는지 이해가 안 갈 만큼 그의 행보는 의문투성이었다. 취임 직후  ‘핵심 C레벨’ 임원들을 갈아치우더니 직원들을 절반 가량 해고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뿐만 아니었다. 트위터에는 버그와 문제들이 속속 노출됐다. 외부에서 바라보기에 뭔가 황폐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때 페이스북과 글로벌 SNS 시장을 양분하던 트위터의 몰락을 바라보는 ICT업계의 시선이 어땠을지 짐작 가고도 남는다.

 

머스크가 언급한 ‘She’의 정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NBC 유니버설에 몸담았던 린다 야카리노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야카리노는 자신의 링크드인 계정에 ‘CEO Twitter’라는 직함을 새겨 놓았다.

 

트위터에 새로운 CEO가 등장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긴 하지만 야카리노의 경력을 보면 다소 의아한 느낌이 든다. NBC 유니버설과 터너 브로드캐스팅 등 대형 미디어 회사에서 광고 담당 업무를 해온 이력 때문이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광고 수익 만회를 위해 광고전문가를 영입한 것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7일(현지시각)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성인 트위터 이용자 10명 중 6명은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4분의 1은 1년후에도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트위터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이런 상황에서 트위터가 최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혁신이 아닐까 싶다. ‘집 나간’ 이용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기술적 혁신 말이다. ICT 전 영역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의 진보가 이뤄지는 시기에 괄목할만한 혁신이 없다면 트위터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긴 쉽지 않아보인다.

 

이용자에게 매력적이거나 새롭지 않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광고 수익 급증을 기대하긴 어려운 시대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머스크를 대체할 새로운 CEO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의 선봉에 설 테크 전문가였어야 하지 않을까. 선후관계가 바뀐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다소 아쉬움이 든다.

 

 

물론 야카리노 신임 CEO의 능력이나 개발자들을 비롯한 트위터 내부 인력들의 역량을 폄하 하는 것은 아니다. 야카리노가 트위터의 기술적 혁신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근거도 없다. 하지만 CEO의 철학과 전문성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좌지우지 되는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이런 맥락에서 광고, 미디어 전문가가 이끄는 트위터의 미래가 마냥 긍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다. 결국 온라인 서비스의 본질은 ‘테크’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순다르 피차이의 구글처럼.

 

야카리노는 자신을 새로운 CEO로 맞아 기쁘다는 머스크의 트윗에 “더 밝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당신의 비전에 오랫동안 영감을 받았다”고 화답했다. 부디 야카리노가 언급한 비전에 기술적 혁신의 의미도 함께 녹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간 트위터가 온라인 세상에서 이뤄온 연결과 소통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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