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이지영 기자] 최신 CPU의 복잡한 병렬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시성 버그’는 시스템 오류와 보안 위협을 유발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발견이 극도로 어려웠다. KAIST 연구팀이 실제 칩 없이도 CPU 내부 동작을 정밀 재현해 버그를 자동 탐지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 수준으로 구현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신 CPU 구조는 고성능 실행을 위해 수십·수백 개의 명령을 동시에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명령 실행 순서가 예상과 다르게 뒤섞이는 ‘동시성 버그(concurrency bug)’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시스템 다운뿐 아니라 해킹 공격 경로로도 악용될 수 있는 고위험 취약점이다. 그럼에도 기존 테스트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버그를 재현하거나 정확히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KAIST 전산학부 권영진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칩 없이도 CPU 내부의 미세한 명령 실행 과정까지 그대로 가상 환경에서 재현해 자동으로 버그를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밝혔다. 특히 Apple M3 등 최신 ARM 기반 서버 환경에서 발생하는 동시성 버그까지 포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도가 높아, 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활용성을 인정받았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리눅스 운영체제를 실제로 구동하며 오류를 자동 탐지한 끝에 최신 리눅스 커널에서 신규 버그 11건을 발견했고, 이를 개발자 커뮤니티에 보고해 모두 패치가 완료됐다. 글로벌 오픈소스 인프라의 안전성을 실질적으로 높인 성과로 평가된다.
이 기술은 단일 운영체제에 특화된 방식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윈도우·리눅스 등 다양한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범용 분석 플랫폼이다. KAIST 연구팀은 분석 시스템 전체를 GitHub에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며, 학계와 산업계 모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권영진 교수는 구글이 전 세계 신진 교수 대상 혁신적 연구를 지원하는 ‘Google Research Scholar Award(시스템 분야)’를 수상했다. 이 프로그램은 글로벌 수백 명의 지원자 중 극소수만 선정되는 고난도 심사 체계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수상 사례도 흔치 않다.
구글 리서치 측은 “해당 기술은 자사 인프라에도 매우 중요한 기술적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이번 성과는 KAIST 시스템 연구의 국제적 경쟁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컴퓨팅 환경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