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AI 협력하면 보다 풍요로운 사회 만들어질 것”

[인터뷰]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이사 上

 

[더테크=조재호 기자] 엔비디아의 시가총액 1조달러 달성은 ‘인공지능(AI)의 시대’의 서막을 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AI 기술이 산업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에서 실질적인 가치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모델과 장비, 데이터 중 ‘장비’에 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 전문 반도체 기업이다.

 

국내 대표적인 AI·빅데이터 기업인 솔트룩스는 ‘데이터’에 집중했다. 2000년 창립부터 자연어처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업계의 선구자이다. 창업 초기부터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했는데 20여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AI 관련 특허를 보유했다.

 

솔트룩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지녔다.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공급과 공공 빅데이터 분석, 비정형 데이터 분석 등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대 기업 거래)·B2G(Business to Government, 기업 대 정부 거래) 영역에서 AI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국내 대기업과 정부, 공공기관 등 2000여 고객사에 AI 업무 환경을 구축할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했다. 국내 최대 민원상담 서비스인 국민비서 ‘구삐’가 솔트룩스의 AI Suite를 활용한 서비스다.

 

올해 초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는데, AI기반 메타휴먼 ‘한지아’와 함께 나를 닮은 가상인간 만들기 체험존을 열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누구나 나를 닮은 가상인간을 만들 수 있고 영상과 사진 등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할 수 있는 플루닛 스튜디오는 솔트룩스가 2020년 상장 이후 준비한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 대 고객 거래) 서비스다. 그리고 2023년 하반기 나만의 AI 비서 ‘손비서’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더테크>와 만난 자리에서 ‘세상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지식소통 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라는 핵심가치 아래 AI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사람과 AI가 협력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린다면 보다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많은 분들이 솔트룩스라는 회사에 대해 궁금해 할 것 같은데요. 대표님께 직접 회사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솔트룩스는 2000년에 설립한 회사로 인공지능(AI) 중에서 자연어처리 기반의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업력이 23년 정도 됐네요. 2020년에 상장했고요. 본사는 B2B와 B2G 중심입니다.

 

요즘 화제가 된 GPT 관련 분야에서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s, LLM)에 기반한 대화형 시스템과 챗봇 그리고 검색과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대한민국에서 AI 관련 특허. 특히,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특허 출원 105건, 등록 82건)를 가진 회사이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서비스로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사업 중 하나인 국민비서 구삐가 있습니다. 그리고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 등 금융서비스에도 저희 AI가 들어가 있습니다. 자회사로는 플루닛과 미국 법인인 구버(GOOVER)가 대표적인데요. 기존 영역이 아닌 서비스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국내에서 인기를 끈 생성형 AI를 활용해 B2B뿐 아니라 B2C도 타겟층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B2B와 B2G위주로 사업을 전개하시다가 B2C까지 영역을 넓히셨는데, 이 부분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추가로 솔트룩스의 로드맵이 궁금합니다.

 

B2C 사업을 처음 해본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3번 정도 시도해봤어요. 그중에서 지니뉴스(ZinyNews) 라는 모바일 앱 서비스를 진행했었는데 사용자 수가 50만명이 넘는 서비스였죠. 3년 정도 앱스토어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나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한계가 있어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제대로 된 B2C를 해보자는 비전으로 코스닥 상장 이후 만든 자회사가 플루닛이고 플루닛 스튜디오 서비스입니다.

 

로드맵을 말씀드리자면 플루닛 스튜디오는 이미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사용자를 대신에 전화를 받거나 걸고 SNS까지 24시간 관리해주는 AI 비서 서비스 플루닛 워크센터는 8월쯤 발표할 예정입니다. 손비서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효율적인 고객응대가 가능해 보험 설계사나 영업직, 개인 사업자들에게 주목받을 것이라 예상하고요. 저희 목표는 내년 말까지 사용자 1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는 겁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챗GPT(ChatGPT)나 바드(Bard) 같은 생성형 AI가 대중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선 다소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고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서비스 사업자들도 고민하기 시작한 부분입니다. 플루닛에서 준비하는 손비서나 워크센터에 대해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익숙했던 환경인 UI(User Interfac)·UX(User Experience)를 유지하면서 AI를 결합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습니다. 플루닛은 CX(Customer Experience)만 전담하는 부서도 운용하고 있고요.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최근 기술 변화를 살펴보면 14년 간격으로 혁신적인 메가 트렌드가 나옵니다. 1981년 IBM PC가 나오면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 열렸고, 1995 WWW(World Wide Web)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로 인터넷 시장이 시작됐죠. 2009년은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라는 트렌드가 있었고요. 그리고 2023년 올해네요.

 

생성형 AI의 기반인 LLM은 사용자의 언어에 따라 답변의 정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영어나 중국어와 비교해 한국어가 불리한 지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백터 스페이스(Vector Space)에서 언어를 학습하기 때문에 정확히 표현하면 데이터만 있다면 언어의 장벽은 없습니다. 각각의 언어를 벡터로만 전환한다면요. LLM 자체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어나 영어를 따로 배우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챗GPT를 쓰실 때 한글을 쓰다가 영어로 바꿔도 문맥이 이어집니다.

 

알고리즘 문제보다 데이터의 문제입니다.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이 쓰는 언어는 영어와 중국어이고 다음으로 스페인어가 있습니다. 한글이 이런 모수가 큰 언어가 아니라는 점은 어쩔 수 없습니다. 언어적인 장벽과 알고리즘 문제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그보다 더 힘든 건 인프라 문제입니다. 오픈AI가 GPT를 개발하면서 사용한 시스템에 GPU가 2만개 들어갔어요. 우리나라는 그정도 규모로 운용할 수 있는 기업이 없습니다. AI를 학습시키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운영하는 클라우드 가상화 기술 분야에서 격차가 더 힘든 부분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규모의 경제와 맞닿아 있는 영역인데, 한국 서비스만으로는 불가능한 상태라서요. 회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주제 같습니다.

 

장비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 솔트룩스는 얼마나 많은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나요?

 

엔비디아의 GPU 시스템인 H100급 2대, A100 7대에 그보다 낮은 등급으로 30~40대 가량을 운용하고 있어요. 국내 AI 전문기업 중에선 많은 편입니다. (짐작컨대) 네이버나 LG AI 연구원이 저희보다 3~4배 클 것 같고요. 요즘은 돈이 있어도 장비를 사려면 넉 달 정도 걸립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 AI 활용은 텍스트 위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시각, 청각, 촉각 등을 이용해 정보를 인식하고 생산하는데요. 인공지능에 감각을 더한 멀티모달(Multi Modal)은 얼마나 발전할지 궁금합니다.

 

솔트룩스가 첫 번째 멀티모달 R&D를 진행한 것이 2008년 정도로 기억합니다. AI나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에서 관심이 많았던 분야입니다. 예전엔 모달리티(Modality, 양식)를 따로 만들어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한꺼번에 학습을 시키려는 시도가 있죠.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요.

 

솔트룩스도 플루닛 스튜디오뿐 아니라 가상 인간 프로젝트를 보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만질 수 있는 모달리티를 통합하고 있습니다. 멀티 모델 프레임워크라고 음성 인식과 합성 영상 생성 같은 햅틱을 하나의 통일된 프레임워크에서 운영 관리하는 것이죠. 조만간 전체가 하나의 모델로 발전하게 될 거예요.

 

데이터가 관건입니다. 멀티모달리티를 지원하는 데이터가 한꺼번에 존재해야 하는거죠.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미디어로 옮겨가면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장 적절한 미디어는 유튜브가 될 가능성이 크고요. 영상도 있고 음성이나 자막도 있으니까요.

 

솔트룩스도 네이버 못지않게 데이터 검색 엔진처럼 수집하고 정리하는 플랫폼이 있어요. 빅오(Big-O)라고 그 플랫폼이 지난 13년 동안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한게 있어요. 저희가 AI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기도 하죠.

 

AI산업을 순탄하게 이어가기 위해선 인프라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인프라, 관련 장비는 명확히 규모의 경제입니다. 아마존이 AWS(Amazon Web Services)를 시작한 것도 노는 컴퓨터를 활용한 것이니까요. 그러니 투자가 많아지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시스템을 갖췄죠.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정도겠네요.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면 우리가 잘하는걸 더 잘하는게 맞을 수 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인프라 투자는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다만, 우리에게 있는 리소스를 최적화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프라 부분은 전체를 활용해 거대한 AI 모델을 만드는 경쟁 측면에서 네이버나 다른 대기업도 불가능합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특정 도메인에서 최고가 될 수 있냐를 고민할 시기가 필요하죠. 우리가 반도체 분야나 자동차에서 그랬던 것처럼요.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대한민국엔 네이버나 KT, 혹은 솔트룩스처럼 세계적인 수준을 지닌 AI 기업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한국, 캐나다, 이스라엘, 영국 정도가 AI 기술을 선도합니다. 이 여섯 나라 외에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한국과 이스라엘은 인구나 국가 규모를 감안 하면 엄청난 성과죠.

 

<下편에 계속>

 

이경일 대표는…

 

인하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LG중앙연구소 주임연구원과 현대전자 선임연구원을 거쳐 2000년 자연어처리 기업 시스메타를 설립해 대표로 취임했다. 현재 회사 이름인 솔트룩스는 2006년부터 사용 중이다. 솔트룩스(Saltlux)는 소금(Salt)과 빛(Lux)의 합성어다. 새로운 지식기반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기업 철학이다.

 

아울러 2016년 인공지능산업협의회 회장을 시작으로 국가기술표준원 산업인공지능표준화포럼 의장, 디지털정부혁신범정부 TF 총괄위원, 동국대 AI융합대학 객원교수로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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