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도 종이처럼 접는다…DNA 나노기술 개발

서울대 김도년 교수 연구팀, 나노 크기에서 DNA 이용한 종이접기 구현
센서나 약물 전달용 나노로봇 등 다양한 분야 활용 기대

 

[더테크=조명의 기자] 마치 종이접기 하듯이 다양한 모양으로 접거나 펼 수 있는 나노 구조체를 DNA로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암이나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물질을 검출하는 센서나 약물전달용 나노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김도년 교수 연구팀이 종이접기 작동 원리에 착안해 주변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DNA 나노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외부 자극에 의한 형상 변화를 통해 특정 기능의 발현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성 나노구조체는 약물전달, 분자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특히 DNA 나노기술은 자기조립 성질을 이용해 원하는 형상과 물성을 가지는 구조체를 높은 정밀도로 제작이 가능해 기능성 나노구조체 개발을 위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연구는 DNA 나노구조체에 경첩이나 관절과 비슷한 기계적인 요소를 도입해 단순한 변형과 제한적 기능을 구현하는 데 그쳤다. 하나의 구조체가 다양한 모양으로 변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 변형 작동 원리의 부재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종이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을 수 있는 종이접기 원리를 활용했다. 종이접기 기술은 다양한 모양과 강성을 설계할 수 있다는 고유한 기능과 장점으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변형 및 재구성이 가능한 구조체를 만드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먼저 종이접기 형태에 따라 DNA를 배열해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2차원 격자 형태의 구조를 만들고, 이를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wireframe paper)로 명명했다. 원하는 부분의 접힘과 펼침을 선택적으로 조절해 다양한 형상의 변화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때 접히는 부분의 기계적 강성을 최적화해 구조적으로 안정하면서도 높은 성공률로 접고 펼 수 있게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를 설계했다. 얇은 종이를 접는 것은 쉽지만 구조적으로 약해지고, 반대로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면 접는 것이 어려운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적화된 구조는 다양한 형태로의 반복적인 접힘과 펼침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는 자극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으로 접을 수 있는데, DNA나 RNA(리보핵산)와 같은 분자의 결합을 이용하거나 산염기(pH)나 빛과 같은 환경 변화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연구팀은 질병과 관련된 마이크로 RNA의 종류에 따라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가 다른 모양으로 접히도록 설계함으로써, 다양한 마이크로 RNA의 검출이 동시에 가능한 센서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본 연구에서 개발된 설계 및 제작 기술은 분자진단을 위한 나노센서, 약물전달을 위한 나노로봇과 같은 나노바이오 분야에서 큰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도년 교수는 “본 연구는 종이접기 기술을 나노크기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추후 3차원 구조체의 설계로 기술이 확장‧개발된다면, 기존 단일 자극에 대한 제한적 기능을 가지는 나노구조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성 나노구조체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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