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와 기업 간 ‘동상이몽’, 메타버스가 흥하려면?

엔데믹 이후 시들해진 ‘가상공간’에 대한 관심
메타버스 산업, 대중화 위한 다변화 시작 단계로 볼 수 있어

 

[더테크=전수연 기자] ‘가상공간’이 주는 신선함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메타버스(Metaverse)는 ‘팬데믹’이라는 특수 환경 속에서 빛이 나는 존재였다. 현실세계의 소통이 ‘마스크’로 가려져 버린 세상에서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가상세계는 ‘나’를 표현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국내에서도 메타버스 붐이 일었다. 주요 ICT 기업들이 앞다퉈 메타버스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제페토’(ZEPETO)를 론칭했고 KT는 생성형 AI에 기반한 ‘지니버스 2.0’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론칭했다. ‘이프렌즈’라는 인플루언서 시스템을 만드는 등 메타버스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펼쳤다. 이외에도 국내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마케팅 활동을 하거나 사내 행사를 진행하는 등 메타버스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메타버스에 관한 관심이 다소 시들해진 분위기다. 언론에 언급되는 횟수도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바람이 거세긴 하지만 새로운 기회의 플랫폼처럼 보이던 메타버스의 위세는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분석사이트 ‘빅카인즈’를 통해 24개 언론사(11개 일간지, 8개 경제지. 5개 방송사) 기사에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횟수를 조사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총 5981건의 기사에 언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1만1990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메타버스에 대한 식어버린 관심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다. 

 

메타버스 열기가 이렇게 싸늘하게 식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승원 전남대학교 인공지능학부 교수는 “코로나 비대면 시대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된 게 메타버스 화제성 저하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기술의 집합체인 메타버스 산업에 관심과 투자가 줄어드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타버스 붐’에 편승했다가 이용자들의 혹평, 혹은 외면받았던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에서 제작한 ‘메타버스 서울’을 꼽을 수 있다.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받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야심 차게 만들어졌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용자 수는 저조했다.  

 

이와 관련,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메타버스 공간만 만들고 명확한 취지가 없으니,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본디’(Bondee)’의 케이스도 참고할 만 하다. ‘찐친들의 메타버스 아지트’ 콘셉트로 출시 후 개성 있는 아바타로 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음에도 한순간에 언급량이 줄어들었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지만 메타버스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한 메타버스의 발전 방향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정말 팬데믹 환경에서만 반짝한 ‘한 때의 트렌드’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이 같은 의문에 반론을 제기할 만한 사례가 있다.

 


가상공간 배경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만들어진 인천시의 ‘인천크래프트’는 누구나 가상의 인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데, 2020년 출시 이후 약 50만 명의 이용자 확보와 누적 콘텐츠 조회수 300만을 달성했다. 지자체의 메타버스 플랫폼 중에서는 꾸준한 수요가 유지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2023년 5월 사용자 수는 160만 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사례들을 감안하면 메타버스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한상기 대표는 “메타버스를 지나치게 부풀린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며 “메타버스의 대중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는) 이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김승원 교수는 “꾸준한 수요가 가능한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과 가상이 통합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두 전문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메타버스는 ‘식어버린 관심’과는 달리 기술적으로 고도화되는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진정한 메타버스 시스템 구현을 위한 기술 요소를 몇 가지 제시했다. △현실세계를 파악하는 트레킹 △이질감 없는 가상 물체 렌더링 △실시간 사용자 교류를 위한 네트워킹 △라이프로깅이 가능한 IoT △자연스러운 인터액션 △오랜 착용이 가능한 HMD기술 등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IT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생성형 AI’에 메타버스도 결합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메타버스, 생성AI 엔진을 달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와 메타버스의 융합을 통해 사용자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자신만의 메타버스를 생성하거나 이미지를 3D로 변환할 수 있게 됐다.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프롬프트로 자신이 원하는 가상공간을 프로그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코드 어시스트(Code Assist)와 다양한 3D객체 생성을 지원하는 AI 머티리얼(Material) 생성기 도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양한 기술과의 결합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이야기다. 

 

신호창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상황만으로 (메타버스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측할 순 없다고 본다”며 “유튜브와 생성형 AI 등 그간 축적된 사이버 디지털 비즈니스 역량이 밑바탕 될 거라 본다”고 전망했다. 

 

김승원 교수는 “현실세계를 담아내는 메타버스라면 다방면에 사용 가능하다”며 “공연과 안내, 협업, 훈련 등 최근 메타버스 시스템이 사용된 분야 외에 일반적인 분야에도 활용 가능한 시대가 올 거라고 믿는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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