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월드’가 되어가는 ‘로보월드’

[2023 로보월드] 14일 성료…다양한 콘텐츠로 트렌드 잘 보여줘
제조용 로봇-서비스 로봇 균형감 있어…AI 열풍도 반영
부대행사들 순조롭게 진행…내년엔 더 큰 규모

 

[더테크=문용필, 조재호 기자] 한 마디로 ‘All About Robot’. 즉 ‘로봇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던 이벤트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현장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산업용 로봇부터, 평범한 이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서비스 로봇에 이르기까지 마치 다채로운 ‘로봇 뷔페’같은 잔치였다.

 

(관련기사:  ‘로봇을 보면 산업 보인다’…2023 로보월드 개막)

 

지난 11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나흘간 치러진 ‘2023 로보월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국내‧외 300여 업체의 800여개의 부스가 알차게 꾸며져 다양한 관람객들을 맞이했고 국제 로봇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비롯한 부대행사들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로보월드 주관기관인 한국로봇산업협회의 전한구 MICE 사업본부장은 “지난해에 비해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주셨다.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인 것 같다. 바이어 분들도 많이 방문해주셨다”며 “(참여) 기업들도 전시내용 구성을 굉장히 잘해주셨다. (전시)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전시회에서) 제일 중요한데 최근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고 총평했다.

 

전 본부장의 언급처럼 이번 로보월드는 잘 짜여진 퍼즐과도 같았다. 전시회장 곳곳에서 쉴새없이 구동하는 산업용 로봇들의 웅장한 모습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여기에 아기자기한 외관의 서비스로봇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뤘다. 규모가 다소 작긴 했지만 모터와 바퀴 등 부품기업들의 부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유일로보틱스나 나우로보틱스 등 제조용 로봇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그만큼 산업 현장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에 대한 니즈와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 전 본부장은 “지난 몇해간 제조 로봇 기업들의 참가가 조금 부족한 편이었는데 이번에 많은 업체가 참가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챗GPT 등장 이후 테크업계 불어닥친 인공지능(AI) 열풍은 로봇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이번 로보월드에는 AI를 탑재한 로봇들이 상당수 선보였다. 아울러 인간과의 협업을 통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협동 로봇들도 대거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

 

(관련기사: '협동로봇부터 인간형까지' 모두의 로보월드)

 

이와 관련, 현장에서 만난 A기업 관계자는 “생성형 AI라는 충격은 로봇업계에 좋은 약이 됐던 것 같다.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계기”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AI와 로봇 두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A기업 뿐만 아니라 더테크가 현장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로보월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B기업 관계자는 “산업용 로봇들이 대거 선보여 정말 로봇다운 로봇전시회가 되는 것 같아”며 “기존에 못보여줬던 기술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C기업 부스에서 만난 연구원은 “일단 다양한 로봇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새로운 기술들을 어떻게 응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며 “생각했던 것 보다 관람객들이 많다. 저희 부스에도 마찬가지다. 재미있게 관람하시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로봇 한마당’

 

특히 2023 로보월드에서 주목할 점은 바이어나 연구원 등 업계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선생님과 함께 단체관람을 온 교복차림의 학생들도 많았다.

 

전시회장을 마치 테마파크처럼 누비는 어린이들과 진지하게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하거나 각종 콘테스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미래 로봇산업의 역군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로봇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현직자들을 만날 수 있었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관람객들을 위한 주최 측의 부스 배치도 돋보였다. 전시회 입구 바로 앞에 중‧대형 규모의 부스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긴 했지만 대기업들의 부스에 흥행을 의존하는 듯한 일부 전시회와는 달리, 업계 중견기업들이 업종별로 다양하게 배치돼 있다는 점에서 균형감이 있었다.

 

여기에 산업용과 서비스용 로봇, 그리고 연구기관과 산학연계 등의 테마를 체계적으로 관람할 수 있었던 점에서 부스배치에 적잖은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넓은 전시장에서 동선이 뒤엉킬 것 같은 불안감이 다소 해소될 수 있었다.

 

여기에 다양한 이벤트와 부대행사가 마련돼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가 됐다. 국제로봇콘테스트와 R-BIZ 챌린지에서 선보인 ‘배달의민족 로봇 배달’ ‘드론’ ‘우주탐사‧개발 로봇’ 등 다양한 테마의 경진대회 등이 여기에 속했다. 전한구 본부장은 “(관람객들의) 호응도 굉장히 좋았고 참여하는 팀들의 수준도 높아져 챌린지가 잘 확대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보월드는 기업들에게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전 본부장은 “(로보월드를 통해) 바이어와 매칭을 했다고 전하는 기업이 많았다. 몇몇 기업의 경우에는 초청된 바이어들과 실제 계약까지 완료했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다”며 “해외 바이어들도 많이 찾아줬다. 내년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글로벌 트렌드 압축한 로보월드…기업 큰 성과내길”)

 

실제로 현장에서는 상담이 이어지는 부스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카메라를 든 취재진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로보월드를 통한 홍보의 효과가 이정도일 줄은 미쳐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진행된 라이브 커머스도 성황이었다. 네이버를 플랫폼으로 진행됐는데 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동시접속자가 30만명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5000명 수준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는 성과다.

 

“로보월드는 이제 하나의 플랫폼”

 

이번 로보월드의 또다른 핵심 콘텐츠였던 국제로봇 비즈니스 컨퍼런스도 순탄하게 진행됐다. 개막일인 11일부터 이틀간 킨텍스 2층 컨퍼런스 룸에서 개최됐는데 기조연설은 물론 그린뉴딜과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드론, 우주로봇 등 최근 ‘핫한’ 이슈들로 트랙들이 구성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관련기사: 우주연구 확장하는 ‘우주 로봇’ 가능성은?)

 

 

특히 미국과 오스트리아 등 해외 석학들이 참여한 유료세션 ‘AI와 로봇의 미래: 협업을 통한 새로운 혁신’에서 유익한 인사이트들이 많이 공유됐다. 볼거리가 많았던 전시회와 어우러져 로봇산업의 트렌드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로보월드 컨퍼런스서 인간과 로봇, AI 공존의 답을 듣다)

 

이와 관련, 전한구 본부장은 “올해 컨퍼런스의 세부 내용이나 구성, 연사들의 면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아쉬움은 남았다. 전 본부장은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면 좋은 구성이 더욱 잘 눈에 띄었을 것”이라며 “(올해보다) 보완을 해서 내년에 컨퍼런스를 잘 치르겠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나흘간의 여정’을 마친 로보월드의 시선은 이제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에는 행사 규모가 보다 커질 것이라는 것이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로보월드는 이제 로봇기업들이 제품을 테스트하고 바이어도 만나고 (다른 기업과) 교류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로보월드는 이제 점점 글로벌 ‘로봇월드’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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