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상온 초전도체’ 상용화 된다면 산업계는?

[더테크View] ‘전기저항0’ 성질로 산업현장 에너지 효율에 기여할 듯
아직은 갑론을박 여전, ‘검증’ 마쳐도 상용화까지는 갈길 멀어보여

‘더테크 View’는 더테크 기자들의 시각이 반영된 칼럼입니다. 각종 테크 이슈,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색깔있는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더테크=문용필 기자] 이만하면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들썩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국내 민간 연구소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LK-99’이야기입니다. 관련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가 하면 사실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만약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초대박’입니다. 인류가 초전도체의 개념을 발견한 지 100년이 넘었고 실제로 일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이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저온에서만 가능합니다.

 

즉, 상온에서 쓸 수 있는 초전도체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런 상식을 뒤집은 결과물이 국내에서 나왔다고 하니 언론과 주가가 들썩이는 것도 당연합니다.

 

다만 샘플분석을 통한 완벽한 검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내외에서 잇따라 검증에 나서거나 혹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보다 빠르게 진위여부가 가려져야 될 사안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를 두고도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고요.

 

하지만 상온초전도체의 존재가 ‘팩트’이기를 바라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초전도체가 가진 특성과 그 무한한 쓰임새 때문인데요. 검증 결과와는 별개로 상온 초전도체가 상용화될 경우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다소의 ‘상상’을 섞어 전망해봅니다. 한국재료연구원 정국채 책임연구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기 저항 0’→‘전기 손실 0’→‘에너지 효율 up’

 

초전도체는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집니다. 우선 전기저항이 ‘0’이라는 점인데요. 초전도체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전기저항이 없는 물질, 소재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기저항이 없다는 건 쉽게 말해 손실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꿈의 소재’라는 수식어가 붙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전력케이블을 초전도체로 만든다면 어떨까요. 아주 약간의 전기도 잃지 않고 고스란히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정국채 책임연구원은 “저항이 있으면 발열에 의해 전기손실이 생기는데 초전도체는 저항이 없으니 기존의 구리 전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초전도 케이블은 이미 개발돼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한국전력과 LS전선이 지난 2011년 실제 전력망에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죠.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의 성과였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초전도 전력 기술에는 극저온을 유지하기 위한 ‘냉각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온 초전도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냉각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현저하게 낮아지거나, 혹은 필요없기 때문에 차세대 케이블 개발이나 시스템 경량화 등이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전도체를 이용한 송전 인프라가 널리 보급된다면 전기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산업현장에서 특히 환영할만한 일이 될 것입니다. 기계,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설비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곳은 없다시피 하니까요.

 

특히 중소사업장의 경우에는 전기요금 인상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상황인데 전기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체라면 비용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장 내 에너지 효율화가 구축 목적 중 하나인 스마트팩토리 대중화에도 힘이 되겠죠. 현재 전세계적인 화두인 ‘탄소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입니다.

 

발열문제 자유롭고 자기장 기술 응용될 듯

 

상온 초전도체의 상용화는 테크 분야에서도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기저항이 없어 발열이 적은 특성상 컴퓨터는 물론 다양한 디바이스에 이용될 수 있죠. 발열이 없다는 건 다른 부품들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발열로 인한 화재 위험도 줄어들게 되겠지요.

 

앞서 언급한 초전도 전력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냉각시스템 의존도가 줄어들게 되면 현재 초전도 기술이 사용되는 양자컴퓨터의 획기적인 경량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소재에 초전도체가 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초전도체의 두 번째 중요 특성은 바로 자기장입니다. 전문용어로 ‘마이스너 효과’라고 하는데요. 전기를 흘려주면 내부에 있던 자기장이 외부로 밀려나기 때문에 강력한 자기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언론에 나온 LK-99 관련 이미지나 영상을 보면 물질이 둥둥 떠 있는 듯한 모습인데요. 바로 마이스너 효과 때문입니다.

 

초전도체의 자기장은 현재도 응용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위해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장치, 즉 MRI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MRI 검사비용이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냉매로 사용하는 액체헬륨의 가격이 높기 때문이죠. 정국채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MRI는 모두 액체 헬륨을 (냉매로) 쓰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전량 수입해오는 데다가 고갈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냉매가 필요없는 초전도체가 MRI에 응용된다면 기기 제작비용은 물론, 검사받는 이들도 보다 저렴한 가격에 MRI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초전도체의 강한 자기장을 응용한 자기부상열차의 대중화, 보편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쯤 되면 ‘상온 초전도체’의 존재여부에 큰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설명될 것 같습니다.

 

아직은 검증 단계…명백한 결론 전까지는 신중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상과 전망은, 말 그대로 상상과 전망일 뿐입니다. LK-99가 상온초전도체로 판명된다고 해도 생산과 인프라구축,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각종 연구개발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뭔가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란 예상이지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검증과정은 이제 막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학계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이들도 있습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구성한 검증위원회는 공개된 LK-99 관련 영상과 논문을 두고 ‘상온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의 입장은 여전해 보입니다. 이석배 대표는 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세계 연구진들이 LK-99의 검증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한 달 후쯤 여러 내용을 종합해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퀀텀 측의 발표시점 이전까지는 당분간 갑론을박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관련 언론보도가 나올 때마다 이른바 ‘테마주’가 출렁거리는 경제적인 현상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백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상온 초전도체’의 실제 존재 여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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