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 뉴스] 엔비디아가 미국 증시 시총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1일 천하였다. 다음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3위로 떨어졌다.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일까? 적어도 현재 AI 개발 도구를 판매하는 AI 반도체의 대표주자로서의 위치는 확고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엔비디아를 평가하는 목소리다. 긍정적인 부분을 보는 투자자들은 가파른 상승세 이후 나타나는 ‘숨 고르기’라 평한다. 반면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이어 미국 3위를 차지했다. 구글이나 아마존, 메타와도 시총의 앞자리를 달리할 정도로 빠르게 급성장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앞서 열거한 기업들은 미국의 대표 IT 기업이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며 엔비디아와 밀접한 관계를 지녔다. 그리고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이들을 비롯한 AI 생태계 인프라의 대부분을 점유했다.
사실상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엔비디아의 성장이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사에 우연히 찾아온 시대적 흐름이라 평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하드웨어만 뛰어났다면 전통의 라이벌 AMD나 자체 NPU를 개발 중인 업체의 견제로 일정 부분 점유율을 내줬을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는 챗GPT로 촉발된 AI 개발 열풍 이전부터 여러 단계에 걸쳐 기술 지배력을 키워왔다. 대표적인 도구로는 쿠다(CUDA)가 있다. 쿠다는 GPU의 범용 연산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2007년 첫선을 보였다. 그동안 쌓인 레퍼런스는 AI 개발자들이 엔비디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우리에게 AI 핵심 기술로 알려진 딥러닝이 2012년 알렉스넷이나 2016년 알파고로 충격을 주던 시기보다 앞선다. 적어도 AI 열풍이 급격히 사그라들거나 또 다른 혁신적인 AI 개발방법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엔비디아의 하드웨어는 개발 플랫폼을 통해 그 영향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게다가 빅테크 기업들이 관련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시장 선점과 함께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AI 개발 경쟁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정 부분 과열된 경향이 있지만 범용 AI(AGI) 근처 혹은 확실한 수익 구조를 형성할 기업이 정해질 때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유지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AI 인프라 판매 기업이자 도구상이라 할 수 있는 엔비디아의 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지역별 특화 AI인 소버린 AI 전략이 있다. 소버린 AI란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 데이터, 인력, 그리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능력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 중심으로 발전해가는 AI 특성상 영어권 국가들의 데이터를 중심적으로 다뤄 비영어권의 데이터가 빠지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문화권이나 나라별 혹은 특정 기업의 특징을 살린 AI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버린 AI는 엔비디아도 지속 강조해온 바 있으며 적극 지원하는 분야 중 하나로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중국이나 인도 같은 거대 이용자층이 있는 국가나 일본이나 아랍권 국가를 비롯한 EU 각국 등 AI 투자 여력이 있는 국가에서 정부와 스타트업의 공조가 진행 중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빅테크 경쟁이 마무리되더라도 AI 인프라의 추가 수요를 불러올 수 있는 시장으로 보인다. AI 핵심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특화 시장에 대한 수요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모든 곡괭이가 황금을 향할 순 없다.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돌덩어리를 찍어 망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곡괭이를 탓하지도 않을뿐더러 수요는 지속해서 이어진다. 황금을 캐길 포기하는 그 순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