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2023년 대표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챗GPT에서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기업마다 AI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 공간의 서비스와 함께 실제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 자동차는 AI를 현실화할 대표 주자로 꼽힌다. 특히 로봇 산업의 고도화는 올 한해를 강타했다.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대기업의 진출도 이어졌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의 구현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에 더테크에서는 올 한해 국내 로봇 산업계에 어떤 일이 펼쳐졌는지 살펴봤다.
하나. 지난해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하면서 로봇 산업에도 생성형 AI 열풍이 불었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해 초거대 AI를 선보였고 구글과 메타, 네이버, 알리바바 등이 연이어 초거대 AI 모델과 함께 관련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면서 기술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AI 기술 경쟁과 더불어 이를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디바이스로서의 로봇은 위상은 한층 더 강화됐다. 자율주행 기술과 더불어 로보틱스 분야는 첨단 기술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로봇사업팀에서 시작한 HD현대로보틱스와 함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자동차 그룹이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부분이다.
둘.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로봇 산업의 종착점 중 하나로 꼽히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제품이 등장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올해 세 편의 소개 영상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5월 공개된 첫 영상에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사이를 거니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는 계란을 들어 올리는 정밀한 모터 제어와 환경 인식,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는 모션캡처 등 다양한 기술을 총망라했다.
이어 9월 공개된 영상에선 춤을 추듯 양 손을 움직이며 탁자에 놓인 블록을 구별하고 요가 자세를 구현하는 모습을, 12월엔 보다 깔끔해진 외형과 함께 더 빨라지고 안정적인 자세 제어 능력과 함께 전용 손 파츠의 정밀 센싱 기능을 소개하면서 엄청난 개발·개선 속도를 선보였다. 물론 기술 공개 이외에 양산이나 상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지워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셋. 두산과 한화 그리고 만도 등이 협동 로봇 대중화를 위해 로봇 비즈니스를 본격화했다. 지난 10월 한화로보틱스의 정식 출범과 함께 두산로보틱스의 IPO(기업공개)가 연이어 국내 로봇 시장을 달궜습니다. 12월엔 HL만도가 주차로봇을 공개하면서 기술 경쟁을 본격화했다.
세 기업 모두 갑작스러운 움직임 혹은 발표보다 예측됐던 부분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파괴력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화로보틱스는 산업용 협동 로봇과 함께 그룹 리조트 등과 시너지 효과를 보일 서비스 로봇까지 다양한 제품라인업을 예고했다.
두산의 경우, 상장과 함께 시총 3조 규모를 달성했다. 상장 초반에는 시장 기대를 밑도는 모습을 보였지만, 반등에 성공하면서 국내 로봇 산업의 대장주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두산이라는 기업의 성공적인 신사업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로봇 산업 전반의 이미지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넷. 산업통산자원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지난 3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로봇 산업이 경제혁신, 노동시장 대응, 미래 신성장 산업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국가 핵심 사업으로 분류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했다.
실외 이동로봇의 보도 통행이나 자율주행 특구 등의 시범사업 전개와 함께 스타트업 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도 진행됐다. 이와 관련 서빙, 배달 등의 서비스 로봇 시장과 함께 물류 로봇 등의 발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브이디컴퍼니나 티로보틱스 같은 서빙 로봇 전문기업이나 유진로봇, 트위니, 로보티즈 등의 물류 관련 스타트업도 주목받았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 중인 풀필먼트(Fulfillment) 물류와 협업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다섯. SK텔레콤과 KT 같은 이동통신사의 AI 서비스 구현 중 일부는 로보틱스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SKT는 모빌리티 서비스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면서 UAM 같은 차세대 이동 수단을 비롯해 순찰과 교통제어, 순찰 로봇 등의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KT도 통신과 데이터를 활용한 AI 솔루션을 배송 및 스마트팩토리 기반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두 기업 모두 자사 AI 모델을 활용한 융합 서비스 구현에 진심인 모습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LG그룹 차원에서 협업을 통한 서비스 제공으로 시장을 공략할 전망이다.
한편, 카카오T 등으로 익숙한 카카오모빌리티도 플랫폼 서비스 기술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자율주행과 배송, 건설 로봇, 드론 등의 다양한 디바이스에 자사 AI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한 것을 계기로 로봇산업 진출이 예고됐지만, 구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배민과 협업한 세계적인 로봇 석학의 조리 로봇인 ‘YORI’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