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봇산업이 ‘물류’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

[전문가 인터뷰-고경철 전 카이스트 연구교수上]

스마트 테크‧산업 전문 미디어 <더테크>가 사이트 리뉴얼을 맞이해 다양한 테크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현재 주목되는 테크 영역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 현재의 흐름을 짚어보기 위함입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진 독자 여러분에게 좋은 인사이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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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크=문용필, 전수연 기자] 단언컨대, 로봇산업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글로벌 테크 산업의 현재진행형이고 모빌리티, 인공지능등과 결합해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먹거리’로 육성해야 할 유망산업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의 로봇 공학 권위자 중 한명인 고경철 전 카이스트(KAIST) 전자공학부 연구교수(現 고영테크놀러지 전무)는 로봇산업이 아직까지는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일반인들이 로봇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봤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로봇산업은 일종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셈. 흐름과 과제를 명확하게 짚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더테크>는 고 전 교수가 현재 몸담고 있는 고영테크놀러지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국내외 로봇산업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들어봤다.

 

현재 글로벌 로봇산업의 흐름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그동안의 로봇기술은 (로봇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자동화 기기에 불과했습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로봇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업용 로봇에 쏠려있죠, 시스템 자동화 기술자들이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로 티칭하기 때문에 전문가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수술용 로봇도 마찬가지죠. 의사들이 몇 개월간 전문적인 교육을 받습니다. 비행기 조종훈련을 받은 파일럿만이 전투기를 조종하듯, 수술용 로봇도 의사면허증과 의료기기 접근권한을 가져야 다룰 수 있죠. 이 역시 전문적입니다.

 

이 외에 우리가 볼 수 있는 로봇에는 청소용 로봇이 있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로봇의 형태를 갖춘 것은 아니에요. 작업 프로그래밍 기능이 없기 때문인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세탁기나 냉장고, TV와 다를 바가 없죠. 식음료, 즉 F&B 분야에서도 로봇을 사용하는데요. 이 역시 요라나 자동화 공정을 세팅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죠. 이렇게 대부분의 로봇은 전문가 영역에 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뚫어줄 수 있다면 로봇 활용도도 올라가게 될 겁니다. 메카닉과 인간 사이의 대화능력이 상승하고 만약 인간의 의도까지도 파악한다면 로봇 산업에서도 챗GPT같은 인공지능(AI) 열풍이 불 것으로 보입니다.

 

특수한 전문가의 활용을 넘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워지면 산업 자체가 성장하게 되겠죠. (언젠가는) 일반인들이 PC처럼 로봇을 사용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로봇산업의 흐름은 ‘자동 티칭’과 맞닿아 있습니다.

 

챗GPT 말씀을 하셨으니 이렇게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최근 테크 산업 전반의 관심사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에 쏠려있는데요. 로봇산업이 보다 고도화되려면 초거대 AI 등과 로봇의 결합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으면서 코딩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대부분의 코딩 환경을 MS가 제공하거든요. 비주얼 스튜디오나 비주얼 베이직, 엑셀‧파워포인트‧오피스 등 사무자동화 응용 소프트웨어, C언어 개발환경 등을 MS가 제공하고 있죠. 여기에 챗GPT가 탑재되고 있다는 점을 개발자들이 눈여겨보고 있어요. 프로그래밍 환경이 달라진거죠.

 

개발자들도 등급이 있는데 1~3등급이 응용수준, 4~7등급이 중급이죠. 7~9등급은 상위 1%에 해당하고요. 프로그래밍 환경에 챗GPT가 결합되면 중급 정도까지는 자동화 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AI가 자동코딩 추천 문장형태로 알려주는 거죠. 로봇을 프로그래밍하는 언어도 대부분 코딩언어인데 이런 것들이 앞으로 다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거죠. 독창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은 아직까지 AI가 완벽하게 접근하기 어려울 테지만요.

 

대화하듯 지시하는 내용을 쿼리로 던져주면 AI가 최적화된 코드를 작성하고 인간은 테스트 동작만 하는 수준까지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생성형 AI도 로봇 산업과 직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업용 로봇을 보면) 전체적인 로봇 최적화와 작업반경 등을 사람이 정해주고 필요한 작업 지시나 세세한 포지션, 경로 계산은 자동화가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주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은 성장 잠재력이 큰 미래산업이라고 보여지는데요. 근력을 보조해주는 웨어러블 로봇이 언제쯤 일반화 될 수 있을 것이라 보시나요.

 

어느 정도는 이미 상용화가 된 상태입니다. 재활로봇분야의 경우엔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문제는 너무 ‘고가’라는 점입니다. 국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 시범사업 등을 통해 상징적으로라도 재활로봇을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AI가 고도화될수록 (디지털 격차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약자는 더욱 약해지고 강자는 더욱 강해지겠죠. 이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미국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자사가 개발중인 뇌 이식 컴퓨터칩 임상 시험을 FDA가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인 'BCI‘(Brain-Computer Interface) 이야기인데요. 실현 또는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뇌의 전기적 신호를 센싱(sensing)해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에 전달되는 인공신경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재활이 필요하거나 걷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밝은 미래가 열릴거에요. 최근에는 스위스의 어느 재활병원에서 전극을 이용해 척수마비 환자를 걷게하는 실험에 성공을 했다는 기사를 보기도 했고요. BCI는 유망한 가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국내 로봇업계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맞춰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혹은 유망한 로봇분야를 꼽으신다면요.

 

진정한 의미의 개인형 서비스 로봇은 한 30년 정도 후에나 가능할 것 같고요. 이 외에는 전문 영역의 로봇들이 주류가 되겠죠. 지금도 (발전)속도가 어마어마해요. 특히 물류 현장 로봇이 미래 신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등 대량생산 로봇의 경우에는 이미 해외 빅테크 기업이나 자동화 기업이 차지하고 있어서 국내 기업들이 들어갈 틈새가 좁아요. 아직 시장 사이즈가 크지 않지만 자동화가 될 틈새시장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특별히 물류 분야를 유망하게 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직 자동화가 덜 된 영역이기 때문이에요. 컨베이어나 소팅(sorting)까진 자동화가 됐지만 상하차. 혹은 배송의 경우는 아직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른바 ‘라스트 마일’(last mile, 고객배송 마지막 단계) 자동화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물건을 차에 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사람이 직접 하고 있는데요. 로봇이 이걸 대체 할 수 있다고 봐요. 아파트 내에서 택배를 전달하는 소규모 이동 로봇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요즘 식당에서 홀 서빙 로봇을 볼 수 있잖아요. 이와 비슷하게 세탁물 수거나 이런 부분들에서 자동화가 이미 고려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비어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죠.

 

<下편에 계속>

 

고경철 전 교수는...

LG전자 로봇개발팀 팀장과 LG산전 로봇연구실 실장, LG종합기술원 지능제어팀 팀장을 거쳐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지식경제부(現 산업통상자원부)지능형로봇사업단 단장을 거쳐 카이스트 전자공학부 연구교수로 일했다. 현재 고영테크놀러지 전무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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