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문용필 기자] 전파의 ‘벽’처럼 느껴졌던 지중(地中)에서도 무선통신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척됐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남아 있지만 광산 등 지중 환경에서의 작업 등에 응용될 경우 지상(地上)과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명구조와 업무 효율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은 1m 직경의 송신 안테나와 수cm 급 수신안테나를 이용해 광산 지중 40m 거리에서 음성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는 자기장 지중 통신 원천 기술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조인귀 ETRI 전파원천연구실장은 더테크와의 통화에서 “해외의 경우 40m가량의 안테나로 시도한 경우가 있지만 (이번에는) 1m의 작은 안테나로 실증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송·수신 안테나는 마치 통신중계기(AP)와 같은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지상과 지중을 연결하는 기지국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지상과 지중에 각각 송수신 디바이스를 설치해 통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간 광산은 복잡한 지하 환경 등 신호가 감쇠돼 무선통신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ETRI는 매질(특정 파동을 이동시키는 매개물)에 대한 자기장의 고유한 경계조건 특성을 이용해 새로운 통신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와 관련, 조인귀 실장은 “전파는 지중에서 매질을 만나면 반사되거나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통신이 어려운데 자기장을 이용하면 가능하다. 다만 자기장이 멀리 못간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자기장 지중 통신 원천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ETRI의 이번 지중 통신 시험은 석회암 암반으로 구성된 광산 내 40m 거리에서 실시됐는데 연구진은 20kHz의 대역 반송파를 이용해 음성신호 전송 수준인 4kbps급 데이터를 전송했다. 20kHz는 일반 무선통신에서 활용하는 MHz, 혹은 GHz급은 아니지만 지중이나 수중에서 매질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려된 주파수 대역이다.
이번 기술 개발은 10년이 넘는 연구개발을 통해 얻은 무선전력전송 원천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선전력전송이란 자기유도와 자기공진 원리를 이용해 초 근거리에 무선 에너지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앞서 ETRI는 지난해 민물에서 수중 40m통신에 성공한 바 있으며 송수신기와 관련 안테나, 모뎀, 대역폭확장전송 기술, 소형 자기장 센서 등에 대한 특허출원을 완료한 바 있다. ETRI는 자기장 통신 시스템이 광산 붕괴나 지하매설물에서의 화재 등 통신 불가 비상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통신수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인귀 실장은 “광산에 (실질적으로) 응용하려면 전송거리가 110m를 넘어야 한다. 전송거리를 확장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며 “장비도 더욱 소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