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불리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의 핵심소재 및 소자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과 미국이 기술적 우위에 있던 분야로 이번 기술 개발로 그 격차를 좁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과 함께 국내 최초로 3kV급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모스펫’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전력반도체 소자는 소부장 관련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다. 이동통신, 전기차, 태양광·풍력발전, 전력전송, 국방, 우주항공, 양자컴퓨터 등 국가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현재 95% 이상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소재·소자 기술의 국산화는 국가 전략기술의 자립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녔다.

연구진이 개발에 성공한 산화갈륨 에피 소재 기술은 단결정 기판 위에 고품질 전도성을 갖는 여러 층의 박막을 성장시키는 공정이다.

전대우 KICET 박사 연구팀은 금속유기화학기상증착법을 활용해 고품질 베타 산화칼륨 에피소재 성장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에피소재의 두께를 1나노미터(nm) 크기에서 1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만들 수 있다. 전자 농도도 광범위하게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크기의 전압과 전류 성능을 지닌 전력반도체 소자 개발이 쉬워 양산화에 가까워졌다.

아울러 연구진이 추가 개발한 산화갈륨 소자공정 기술은 에피소재 기판 위에 미세 패턴 형성·저손상 식각·증착·열처리 공정 등을 통해 전력반도체 소자를 제작하는 웨이퍼 스케일의 집적화 공정 기술이다.

문재경 ETRI 박사 연구팀은 해외 상용 에피소재가 아닌 KICET 연구팀에서 개발한 에피소재를 사용해 성능이 더 우수한 3kV급 모스펫 소자를 개발했다.

문 박사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를 시스템에 적용하는 시기를 한층 더 앞당길 것으로 생각한다”며 “세계 최초로 수 kV급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모스펫 소자를 상용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번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의 국산화는 질화갈륨이나 탄화규소 등 와이드밴드캡 전력반도체 기술이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 향상과 신시장 선점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연구진은 이번 산화갈륨 에피소재와 전력반도체 모스펫 소자 기술이 기존 전력반도체보다 1/3~1/5배 수준으로 제조비용을 줄일 수 있어 국산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차세대 전력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화갈륨 반도체는 물성이 우수해 반도체 소자 크기를 50% 이하로 줄이는 소형화가 가능하고 전력변환 효율도 높아 소자 성능을 1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20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TRI는 4미크론 두께의 도금공정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4인치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모스펫 소자 공정 및 상용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국내 기술로 개발된 4인치급 대면적 에피소재 및 소자 공정 기술을 활용한 양산화 기술의 확보도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2023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력반도체 시장은 약 49조원 규모로, 산화갈륨 시장은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