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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크=문용필 기자] 글로벌 ICT 업계 전체가 주목할만한 뉴스가 미국에서 14일 들려왔다.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Arm이 상장 첫날 나스닥(Nasdaq)에서 주가가 폭등했다는 소식이었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Arm은 상장 데뷔 당일 주가가 무려 25% 가까이 치솟았다. 공모가는 51달러였지만 결국 63달러를 가볍게 넘겼다. 더할 나위 없어 보이는 Arm의 충격적 데뷔는 뉴욕 증시를 출렁이게 만들었다.
상승한 주가를 Arm의 기업가치에 반영하면 610억달러에 이른다.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난 2016년 Arm을 320억달러에 매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이 따로 없는 셈. 소프트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48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사실 Arm의 IPO성공은 사실상 예견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올해 뉴욕증시에 데뷔하는 기업 중 최대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 2012년 IPO에 나섰던 메타(160억달러)와 2014년 알리바바(250억달러) 등 굵직한 이름들이 소환되기도 했다. IPO에서 Arm의 네임밸류를 높여줄 앵커투자자로 삼성전자와 애플, 알파벳, 인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물론 결정적인 성공요인은 Arm의 실력이라는 데 이견을 달 전문가는 없을 듯하다. Arm은 스마트폰 칩 설계 분야에서 100%에 근접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출중한 기술력을 갖고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상당 기간 지속될 인공지능(AI) 열풍은 AI반도체 시장에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어 글로벌 팹리스 기업으로서 Arm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Arm의 ‘대박’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성공에는 알맞은 시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전략적 판단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 등이다. 물론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적절히 예측한 손 회장의 예측력도 포함된다.
다만 이번 Arm의 IPO를 단지 ‘투자자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산업을 막론하고 시장은 돈이 오가는 곳이고 결국 승리여부는 ‘매출’과 기업가치가 말해주는 냉혹한 정글이지만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스토리와 오랜기간 축적된 기술력을 제외하고 논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다.
무릇 기업의 성장에는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노력과 성과, 그리고 위기극복의 담겨있다. Arm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rm 아키텍처가 현재 왜 최고로 평가받는지, 그리고 어떻게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는지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이번 IPO 성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해당 산업에서 성장 과정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특정기업의 IPO가 성공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업이 속한 분야가 유망하거나 급속한 성장세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산업군에는 Arm처럼 좋은 기술력을 가진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많다. 누군가 숫자에 열광할 때 이런 보석같은 강소기업들을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혜안이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빅테크의 대박’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낙수효과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단지 이상론이라고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