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사회적 역할, '돌봄 로봇' 전문 기업 로보케어

차세대 로보틱스 In - 문전일 로보케어 대표 上

차세대 로봇 산업 비전. 2024년 로봇 본격화에 앞서 대한민국 로봇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주요 인사와의 대담을 진행합니다. 본 기사는 한국로봇산업협회와 협력해 회원사를 소개하고 제품과 개발현황, 비즈니스 그리고 산업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더테크=조재호 기자] 로보틱스는 자동차와 조선 등 전통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면서 국방과 항공, 우주 등 차세대 신산업 분야와 서비스 산업까지 전방위에 걸쳐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반도체·배터리·정보통신 등의 후방산업과 결합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영역이다. 최근 인공지능(AI)과 함께 산업 현장의 로봇이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고령화 사회와 관련 돌봄 사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관련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로보케어의 문전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로보케어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로보케어는 큰 범위로 보면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회사로 그중에서도 돌봄 로봇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의 이슈인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인 기여를 위해 돌봄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거든요. 고령화된 사회에서 아무래도 혼자 사시는 분이 많아지고 관련한 복지 수요가 많아질 전망입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시스템도 만들고 있고요. 다른 서비스까지 연계할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로보케어가 서비스 로봇에 집중한 이유가 있을까요?

 

로보케어는 201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1호 기술 출자회사로 설립됐습니다. 그리고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치매예방로봇 ‘실벗’을 개발하고 로봇보급시범사업을 수행하면서 전국의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치매예방로봇을 운영 중입니다.

 

설립 초기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 로봇에 집중한 회사입니다. 2015년엔 현재 모기업인 GST(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에 인수됐는데, 로보케어 창업주나 인수한 GST도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약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가 연구 과제로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해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모든 인류가 바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회사를 설립한 KIST의 창업 철학이 기반이 되고 지금도 그 철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로보케어의 서비스 로봇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세 종류의 제품군이 있습니다. 실벗과 보미Ⅰ, 보미Ⅱ인데요. 실벗은 그룹형 로봇 인지 훈련 시스템을 탑재한 고령자 및 치매 위험이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로봇입니다. 보미 시리즈는 인지훈련 시스템을 탑재한 개인형 로봇으로 보미Ⅰ은 탁상형, 보미Ⅱ는 이동형이라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보미Ⅱ는 바퀴가 있어서 어르신들을 따라다니면서 개인 맞춤형 인지훈련도 하고 식사 시간이나 투약 등 돌봄 서비스 기능과 함께 모니터링 기능을 활용해서 어르신들의 응급 상황 발생 시 알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치매 예방과 함께 생활 지원까지 가능합니다.

 

그리고 도리라고 스마트 인터렉티브 기반의 아동 ADHD(과잉행동장애) 선별 및 행동 발달 치료, 교육을 지원하는 목적의 로봇이 올해 하반기쯤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회사가 10여년간 어르신들의 돌봄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경로당이나 노인종합복지관, 치매 안심센터 같은 곳에서 쌓아온 데이터도 있습니다. 지금도 쌓고 있고요. 이걸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취합하고 분석해서 관제 시스템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도 저희의 경쟁력 중 하나로 생각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만드는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로보케어는 현재 B2G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 로봇 산업을 보면 제조업 위주의 산업용 로봇은 오랜 기간 잘 성장해왔고 관련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반면에 서비스 로봇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당장 저희 제품도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바로 구매하긴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복지 정책 같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 지원사업이나 지자체 협력을 통해 하나의 사업을 벌이는 거죠. 그렇게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사용해보는 실증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B2G 먼저 하게 됐습니다.

 

 

로보케어의 제품 개발과 관련해 아쉬웠던 부분은 없었을까요?

 

보미의 경우 Ⅰ, Ⅱ로 나온 이유가 가격 이슈 때문입니다. 모든 로봇 제품이 서비스를 위해서라면 움직여야 하거든요. 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한 제품은 탁상용으로 출시됐습니다.

 

다음으로 디스플레이 부분이 있는데 보미 시리즈는 현재 9인치 정도의 모니터가 달려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에게 잘 보이려면 글자나 이미지 크기가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모니터 가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음 제품은 모니터 크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부분에서도 현재는 청소 로봇처럼 충전 스테이션으로 이동해 충전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부분도 추가 부속품이 들어가서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죠. 이런 것도 착탈식으로 변경한다면 어떨까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당장 올해 출시될 신규 상품에 적용될 고민이죠.

 

고급화 전략을 펼칠 수도 있겠습니다만 당장은 계획이 없습니다. 실벗처럼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로봇이라면 가격 문제에서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보미 시리즈처럼 개인용 로봇은 저렴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번 CES 출품된 제품들을 보세요. 아마 제값을 다 받는다고 해도 청소 로봇보다 비싸지 않을 거라 봅니다.

 

B2G 비즈니스에서 B2C로 확장할 전략이 있을까요?

 

B2C로 가려면 구독 서비스, 렌탈이라고 하죠. 이 부분의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저희도 노력하고 있고요. 금융권과 연계를 검토 중입니다. 그리고 노인복지와 관련되다 보니 보건복지부와 연동해 복지용구 등록 제도가 있습니다. 해당 제도와 연계되면 보조금이 나와서 개인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조달청 신제품 등록으로 수의 계약이나 중소기업 친화 제품으로도 판로를 개척하고 있죠. 무조건 싸게 만드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를 활용해 B2C 비즈니스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로봇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하면 휴머노이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라고 하면 인간 같은 로봇인데 개인적으로는 상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다리는 바퀴로 굴러가든 네다리로 걸어도 관계없다고 봅니다. 이동성을 갖췄다는게 중요하죠. 대신 사람의 손처럼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양 팔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관심 있게 보는 이유로는 카메라 기술을 활용한 상황 인식 능력에 있습니다. 그리고 AI에 기반한 기계 팔의 활용입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고 있고 언젠간 공장에서 사람들이 하는 작업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이죠.

 

다만 문제는 가격과 구동 환경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2만달러 그러니까 3천만원이 안 되는 가격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분야든 쓸 거예요. 웬만한 로봇이 다 대체될 겁니다.

 

휴머노이드는 결국 가격과 두 개의 팔을 활용한 작업 정밀도에 달렸다고 봅니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그렇고 기술은 성숙도는 충분합니다. 이게 바퀴나 다리로 이동할 수 있으면 가격, 그다음은 안전 그리고 윤리와 관련한 이슈가 있겠죠.

 

로보케어가 바라보는 로봇 산업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로봇 산업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매출 규모나 수출 측면으로 보나 서비스 로봇 시장은 미미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첨단 로봇 산업 비전과 전략 발표를 했잖아요. 우리나라 로봇 산업 중에서 산업용 분야는 앞서 말했듯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어요. 이제 서비스 로봇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파이를 키우려면 정부의 지원으로만은 부족하고 국내 기업끼리도 서로 상생 협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어떤 회사에서 좋은 부품이 나와도 전방 기업에서 사주질 않거든요. 이러한 문화를 깨고 상생해야 합니다. 산업용처럼 여러 차례 검증이 필요하면서 내구성과 정밀도를 갖춘 부품이 나오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만 서비스 로봇은 다릅니다.

 

아주 정확한 위치에 오차나 정밀도, 내구성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서비스 로봇의 부품 국산화는 제법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부품부터 소프트웨어 솔루션까지 전·후방 기업끼리 서로 협력해서 실증 사업도 진행하고 파이를 키워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로봇을 비롯해 AI 융합도 더 활발해야겠죠. AI가 결국 데이터니까. 우리 회사는 돌봄이지만 서빙, 실내 배송 이런 영역별로 특화된 데이터를 활용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정부 지원으로 실증하고 이걸 수출해야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전략처럼 범부처적인 차원에서 나서야 합니다. 서비스 로봇은 아직 파이가 작아서 어렵고 갈 길이 멀었지만, 성공 사례가 누적되고 있어요. 그래서 계속 나아가면 해볼 만합니다. 굉장히 비전이 밝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下편에 계속>

 

문전일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기계설계학(시스템제어)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 LG전자 로봇개발팀장을 시작으로 20년간 로봇 산업 현장을, 2013년 DGIST 로봇공학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을 지냈다. 지난 2023년 로보케어의 대표로 취임했다.

 

40여년간 산·학·연을 두루 거친 로보틱스 전문가로 대한민국 로봇대상 산업부장관 표창을 비롯해 대한민국 과학공로대상과 기계·로봇·항공산업 발전유공 대통령표창 등을 수상했다. 아울러 한국공학한림원의 회원이며 대한의료로봇학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관련기사

1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