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도 결국은 환자 우선주의 입니다”

[전문가 인터뷰-이병일 머스트 액셀러레이터 파트너 上]

스마트 테크‧산업 전문 미디어 <더테크>가 사이트 리뉴얼을 맞이해 다양한 테크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현재 주목되는 테크 영역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 현재의 흐름을 짚어보기 위함입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진 독자 여러분에게 좋은 인사이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전문가 인터뷰 보기>

[DX] 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그룹 대표 上

[DX] 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그룹 대표 下

 

 

“디지털 헬스케어도 결국은 ‘페이션트 퍼스트(Patient First, 환자 우선주의)’입니다.”

 

[더테크=조재호 기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정보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인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했다. 그리고 코로나19를 지나 비대면 진료를 비롯하여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산업의 성장으로 그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반도체에 이은 차기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 인천 송도 스타트업파크에서 벤처 육성 산업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머스트 액셀러레이터의 이병일 파트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져올 장밋빛 전망보다 본질에 집중했다. 

 

최근 이슈부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챗GPT 이후 AI나 멀티 모달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올해 CES (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나 MWC (Mobile World Congress, 모바일 기기 박람회)에서도 AI와 결합한 헬스케어 디바이스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헬스케어 디바이스에 관련해서는 모바일로 액세서블(Accessible)이 끝난 것 같아요.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반지나 귀걸이, 목걸이 같은 것도 있겠지만, 부수적인 거고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부분이 중요하죠. 그래서 AI와 결합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어플리케이션 시장에서 홍보나 검색으로 찾아가는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최적의 앱을 찾아주고 심지어 결과까지 만들어 주는 수준이죠. 다만, 콘텐츠와 관련한 부분을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와 정리하고 그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에서 콘텐츠 저작권과 저작물에 대한 논쟁이 아주 치열할 것 같아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것 자체가 독립적으로 큰 우주를 만드는 게 아니라 헬스케어에 기반한 디지털이라는 측면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헬스케어, 의학이라는게 이미 수백 년간 발전하면서 정교해졌고 사람들이 가장 민감한 건강과 질병을 다루는 만큼 규제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요. 어떤 새로운 시스템이 나와도 판단해야하는 위치, 이용자든 행정이든 판단을 해줘야 하거든요.

 

시장을 살펴보면 B2B 서비스보다 B2C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범위를 조금 더 줄여보면 일반 사용자에게 익숙했던 시장은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이죠. 병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단어는 최첨단 장비를 일컫는 말이었어요. MRI나 CT같은 전자 영상진단 장비나 라식, 라섹, 다빈치 같은 고가의 수술 장비들이요. 조금은 다른 의미였습니다.

 

분위기보단 알아도 몰라도 그만이었던 전문적인 기술 시장에 대해 여러 툴들이 지원되면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종의 접근가능한 체험분야로 화제가 된 것이죠.  인공지능이나 챗GPT처럼 사람들에게 회자되면서 잘 몰랐던 부분까지 더 보이기 때문에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 관심이 생겼다는 부분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엔 누가 약에 대한 성분이나 기전을 알았겠어요. 데이터베이스가 생기고 디지털 정보공개로 알려졌지요.

 

AI 열풍과 더불어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혁신의 저주'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로 보입니다. 새로운 혁신을 일으킨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인데요. 코로나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혁신이 허용됐었죠. 법규도 한시적으로 풀렸죠. ‘닥터나우’ 같은 비대면 진료도 이러한 흐름을 탔죠.

 

엔데믹 시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격 의료를 직접 체감했어요. 그리고 부작용도 우려한 것보다 적었죠. 그리고 어떠한 혁신이든 긍정적인 부분이 크다면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충분히 우려한 부분도 있었기에 조금 더 열린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시장이 열리면 꼼수가 나오니까 의사분들의 우려를 이해합니다. 그 꼼수 하나에 사람이 (자칫) 다칠 수 있으니까. 그런 부작용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부분은 충분한 이해가 필요해요.

 

디지털 헬스케어는 진단과 치료, 예방, 건강 증진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디지털 헬스케어가 그렇게 3단계로 나눠지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진료·진단 이쪽은 제약이 좀 많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보다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디지털 하면 혁신이잖아요. 효율을 중시하죠. ICT산업에선 수시로 버그를 고치면서 애자일 방법론(Agile Software Development)처럼 개발과 즉시 피드백을 받아서 유동적으로 진행하잖아요. 그런데 헬스케어 산업을 보세요. 어떤 성격입니까. 내가 먹는 거고 내 몸에 작용하니까 검증이 제일 중요해요. 이걸 본질적인 속성의 가치로 보자면 디지털은 속도와 혁신이고, 헬스케어는 안전과 검증이 필요하니 규제해야 하죠. 극과 극이에요.

 

그런데 혁신이 모든 걸 대신하지 않아요. 역사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은 기존에 전문가들이 검증을 통해 축적된 증거중심(Evidence Based)의 전통 산업이 있어요. 의약품산업에서도 의사들이 처방하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인이 임의로 선택하는 일반의약품 산업을 바라봐도 전문의약품 시장이 90%를 차지하고 있어요.

 

혁신의 관점에서 놓치고 있는 기본이 있어요. 디지털 헬스케어 하면 디지털을 먼저 보는데 가장 본질적으로는 헬스케어를 보고 헬스와 케어를 나눠서 다시 케어를 보면 메디컬부터 핵심으로 봐야 해요.

 

디지털보다 본질인 헬스케어, 그 안에서 케어(메디컬)로 접근한다면 다른 관점이 있을까요?

 

메디컬로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말씀하신 진단, 치료(intervention)가 나오죠. 그러면 가장 먼저 비대면 진료가 떠오를 수 있어요. 진료하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부분이 의사죠. 의료행위는 부작용과 오남용이라는 위험 요소도 있으니 의사의 검증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 세계 어딜 가도 의사는 까다롭게 교육받아요.

 

누구나 내가 아프면, 조금 더 의심되면 가장 (우수한) 전문가에게 검증받고 까다로운 의료기기를 통해 진단받길 바라잖아요. 그러면 비대면 진료의 효용은 낮아지죠. 게다가 우리나라만큼 저렴하고 가까운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드물어요. 오히려 원격 의료보다 예약 시스템처럼 의사를 만나는 과정 자체를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방식이 환자에게는 더 좋을 수 있겠죠.

 

제가 임상시험 참여 지원 프로그램(Patient Enrollment)을 할 때도 페이션트 퍼스트 프로그램(Patient First Program, 질환의 이해를 촉진하면서 의료 자원을 적정화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강조점이었으니까요.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원격 의료를 구분하는 개념보다 환자에게 집중하죠. 그러면서 원격으로 처방하는게 자연스러운 거죠. 그냥 이 흐름을 한국으로 가져오면 되는데 꼬였어요.

 

디지털 헬스케어, 아니 디지털 전환(DX) 부분에 있어서 이용자의 편익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여기 건물 입구 앞을 보시더라도 혈압측정기가 서비스로 놓여 있어요. 예전엔 혈압은 다 병원에서 쟀지만 이게 기기가 발전하고 컴팩트해지면서 병원 밖으로 나와서 보건소에 있다가 피트니스 센터에도 생기기 시작하고 동사무소나 은행에도 있고, 그러다 개인의 손목(시계)로 까지 왔어요.

 

최근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최초의 진단은 병원에서 하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동의합니다. 다만, 의료기관 접근이 힘든 분들도 있어요. 도서·산간 (주민)이나 군인 같은 분들이 있죠. 산부인과나 중중외상센터처럼 전문의가 없어서 이용이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이런 부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샌드박스처럼 프로그램을 열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진을 배제하거나 단순화하자는 이야기가 아니고 의료진과 연결되는 생태계라는 의미에서 활성화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딱 내거 네거 이렇게만 구별해요. 이러한 인식은 안타깝습니다.

 

관련해 전공의 문제나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 현상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디지털 전환이 하나의 방법으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국민 의료보험이나 의약분업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부분에 있어선 의사 선생님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할 말이 너무 많을 거예요. 한국은 행위별 수가제니까요. 우리가 느끼는 체감 진료비와 의사가 받는 보상 사이에는 갭이 있어요. 서로 공급자와 소비자의 민감성이 큰 의료서비스에서 이해를 못 하고 있어요.

 

누가 매일 잠도 못 자면서 응급실에 있고 싶겠어요. 이국종 교수님의 사례를 봐도 알잖아요. 수도권에 있는 아주대병원도 그런데 지방에 누가 있어요. 환자는 있는데 의사는 없죠. 누가 매일 피보고 싶겠어요. 죽어가는 것도 보고요. 그런데 아픈 환자 입장에서 의료현장에서 심리적으로 불안과 위축된 상황에서 불편과 서러움을 느끼는 환자의 입장은 너무 다르죠.

 

다시 의료 시장으로 돌아와서, 돈을 지불하는 주체도 여러 곳이에요. 환자와 정부 그리고 보험사까지 다양하죠. 이걸 가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일반 소비자와 달라서 고민이 늘어납니다. 각종 규제에 가격을 정하고 이걸 구매할 사람도 생각하고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부분이예요.

 

최근 관심을 모은 디지털치료기기를 예를 들어도 20년 전 수험생에게 인기를 끌었던 '엠씨스퀘어'처럼 스트레스 해소와 수면 유도, 집중력 증진을 돕는 웰니스 보조기구로의 공산품으로의 조기 진출이 더 빠르고 편할 수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증거중심의 전문적인 검증을 원하는 의료소비자들이 별로 안 믿죠. 더 의료적으로 효용이 밝혀진 전문적인걸 원하니까요.

 

보조기구와 관련해 디지털치료제(DTx) 이야기도 많이 들려옵니다.

 

디지털치료제라는 소프트웨어도 디지털치료기기를 통해 치료적 효과가 있는 비약물적 중재를 의약품처럼 처방한다는 의도를 둔 용어죠. 전통적인 의약품처럼 수가가 적용됩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시장에서도 인기가 많은 분야에요.

 

하지만 의약품과 의료기기로 분류하면 규제와 기준에 따라 ‘인허가’가 필요하고 기관의 책임이 뒤따릅니다. 의료기기라면 수가도 결정돼야 하고 일선의 의료진에게는 하나의 선택지가 돼 ‘처방’돼야하죠.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에도 합리적인 보상이 있어야 하고 환자도 마찬가지예요. 비용 부담은 적고 편의성이 커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이 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 다행인 부분은 의료계는 비교적 잘 정리돼 있습니다. 그리고 없는 부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준비가 돼있어요.

 

의학계와 스타트업 그리고 기관이 협력한 DTx의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에임매드의 ‘솜즈’와 웰트의 ‘웰트-I’가 있네요. 불면증 개선 디지털 치료기기로 지난 연말 확증임상을 끝내고 올해 3월과 4월 드디어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통합심사·평가를 받아 비급여로 현장에 진입했는데, 부분은 아직 시간적으로 풀어나갈 숙제죠.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적용 등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응원하고 있습니다.


< 下편에 계속>

 

이병일 파트너는...

SK그룹에서 OK캐시백과 네이트드라이브, 싸이월드의 법인 사업을 담당했고, 헬스커뮤니케이션사 엔자임헬스에서 다국적제약사 PR과 복지부, 식약처 등 공중보건 위기대응, 건강캠페인 사업 등을 주도했다. 병원해외진출컨설팅 HBA(現 올리브헬스케어)를 창업, 국내 최초 스마트임상시험지원앱 '올리브씨'를 상용화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팀장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머스트 액셀러레이터에서 바이오·글로벌 부문의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재직 중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으로 식약처와 정보통신부 규제샌드박스 규재해소 1호 사례로 정부의 입장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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