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테크=조재호 기자] 반도체는 현대 기술 사회의 근본이다. 산업 경제의 필수재이자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뤄지는 주요 자산이다. 이러한 반도체의 수요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도 핵심 산업인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지원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 학계에 주목할만한 움직임이 있었다. KAIST(이하 카이스트)가 반도체공학대학원(Graduate School of Semiconductor Technology)을 설립한 것. 산업자원통상자원부와 대전시의 지원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10개의 소자·소재·장비 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산학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나노종합기술원 등 연구기관도 협력해 시너지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카이스트는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더테크>는 반도체공학대학원을 이끌고 있는 최성율 대학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 원장은 반도체의 양자 도약(Quantum Jump, 퀀텀 점프)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라고 말했다.
먼저 반도체공학대학원을 설립한 취지가 궁금합니다.
대학원을 만드는 일이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렇지만 반도체 분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이자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핵심적인 자산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수출현황이나 경제도 반도체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전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작년부터 구체화된 것 같습니다.
카이스트는 1971년도에 설립돼 우리나라 산업 태동기에 핵심적인 인력을 공급했습니다. 벌써 52년이나 됐습니다. 기존에 잘 성장시킨 산업을 더 발전시킬 인재, 그리고 새로운 도전으로 산업을 지켜내고 창업도 하고 세계적인 리더가 될 인재들이 나와 우리나라 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이러한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에 반도체공학대학원을 설립해 국가적인 그리고 산업적인 기여를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라면 산업인재 육성에 있어서 다른 대학과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번에 설립된 반도체 대학원에서도 인재양성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데요.
반도체 교육을 처음 시작한 곳이 바로 카이스트입니다. 김충기 명예교수님은 워낙 유명하시죠.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많은 인원이 여기서 교육받고 (업계에) 진출했습니다. 글로벌 무대를 봐도 많은 인재들이 있지요.
카이스트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태동기를 함께하고 인재를 양성해왔습니다. 전기·전자뿐만 아니라 여러 관련 학과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거둬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1등이고 글로벌로 봐도 반도체 소자 분야에서는 1등이라고 보면 됩니다.
최근 미중 패권경쟁에서 지정학적인 변동성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AI의 발전이 눈부신 요즘처럼 반도체가 많이 필요한 시대도 없었습니다. 카이스트가 이번 대학원 설립으로 국가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산학연계 계획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대학원을 설립하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과 소부장관련 업체 컨소시엄이 들어와 있어요. 기존에도 연구협력은 활발히 진행했고요. 대략 25년 정도 진행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산학협력을 진행한 것도 카이스트고, 관련한 프로그램으로 배출한 석·박사가 1000명이 넘습니다.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다른 층위에서 논의할 문제기도 하고요. 카이스트만의 역사와 전통이 있고, 사립 대학과 결이 좀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감도 있고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도 있습니다.
반도체 공정을 크게 나눠본다면 파운드라와 팹리스가 있습니다. 반도체공학대학원의 교육과정은 파운드리 쪽에 무게가 실릴까요?
파운드리에 무게가 실립니다. 그 중에서 소자와 소재, 공정을 포함하는 분야입니다. 굉장히 전문성을 지닌 교수님들이 참여했고, 설계는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이 있습니다. 이쪽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진행 중입니다. 카이스트는 두 대학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이 같은 과 소속이고 연구도 활발하시니까요.
반도체 분야에서 제일 중요한 소재부터 소자 패키징, 공정, 설계까지 두 대학원이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거죠. 참고로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은 저희보다 인원이 조금 적습니다. 1년에 30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전기 및 전자공학부 17개와 신소재공학과 6개 물리학과 3개, 기계공학과3개, 생명화학공학과 3개로 총 32개 연구실이 참여합니다. 세계 최고의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들이 다 모였습니다. 아마 이런 집단을 어느 한 기관에서 만들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겁니다.
대학원의 정원 수가 궁금합니다. 어느정도 인원으로 출발하실 것 같으신가요?
대략 40~50명 정도, 석사 35명에 박사 15명정도 생각합니다. 5년 정도 지나면 200명이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졸업인원은 140~150명 정도지 싶습니다.
진로와 관련해서도 어떤 학생은 정해두고 오는 학생도 있지만, 스스로 모티베이션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학생도 있죠. 여러 가능성을 연계해주고 연구에 집중하게 해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학문적으로 좀 더 연구하는 친구들은 박사과정을 하면서 실용적인 것들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크게 우려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93년도 수능이 도입되고 대략 2000년대 초까지 서울대 물리학과나 전자공학 쪽이 의대보다 커트라인이 높았습니다. 우수한 친구들이 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발전한 것도 많아요. 하지만 꼭 그런 분들만 있어서 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의대 정원이 3000명 정도인가요? 지금 수능 응시자가 줄어서 40만명 정도라면 1% 조금 안쪽 이거든요. 그런데 나머지 5% 안에 든 친구들도 여러 대학에 가겠지만, 저는 예전보다 지금의 선진 시스템으로 교육받은 친구들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갔고 계속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믿기에 최상위권에서 조금 손실이 있더라도 그쪽(의대)에 가치를 둔다면 자기 인생의 진로를 그쪽으로 정하는 것이죠,. 이공계열 공대가 좋고 연구하는게 좋으면 이쪽으로 오거든요. 그게 2%, 3%라도 부족한 친구들이 아닙니다. 엄청나게 뛰어난 학생들이에요.
졸업하고 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추적해보면 입시 성적이 크다고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래서 대학이 해야 할 일은 이공계를 선택한 학생들이 잘 성장해서 글로벌 리더로 새롭게 도전하고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공계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 자체는 맞지만, 그 때문에 우리나라나 반도체 산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친구들이 오면 좋겠죠. 그래도 의대에 가서 의학관련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죠. 우리나라에 부족한 부분이니까요. 앞으로 20~30년 뒤에 그런 분야가 성장할 수도 있고요. 언론에서 이야기할 만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습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반도체공학대학원, 카이스트라는 학교가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이스트가 반도체 분야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이죠. 그리고 학생들도 우리 학교를 굉장히 선호합니다. 이제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우수한 교수님들과 함께 글로벌 리더들을, 세계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카이스트의 반도체공학대학원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양자 도약을 이끌 수 있는 그런 인재를 키워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최성율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이자 창의연구실 실장을 지냈다. 2011년부터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반도체공학대학원 원장을 겸직한다.
반도체 교육·연구 및 산학협력 전문가로 그래핀/2D 소재 연구센터장과 디스플레이 미래소재 연구센터장을 비롯해 기술가치창출원 원장,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 단장으로 활동 중이고, 카이스트홀딩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