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DX서 경쟁우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전문가 인터뷰-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그룹 대표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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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그룹 대표 上

 

 

[더테크=문용필 기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라는 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머릿속에 ‘지폐뭉치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광경’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다소 거창한 느낌의 단어에서 볼 수 있듯, 기업에서 뭔가를 혁신하고 변화를 주려면 그만큼 많은 예산이 들 것이라는 선입견 탓이다.

 

그런데 김형택 디지털이니셔티브그룹 대표의 생각은 좀 달랐다. 오히려 대기업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약간은 뻔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의지와 적절한 전략만 있다면 얼마든지 DX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시각이다.

 

DX라는게 사실은 시스템을 갖추는 과정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예산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고요. 민망한(?) 질문이긴 하지만 이런 기업들이 저비용 고효율로 DX에 나서는 방법이 있을까요?

 

솔직히 DX는 대기업을 위한 전략이 아니에요. 이유를 설명해 드릴께요. 과거의 디지털이라고 하면 혁신이나 R&D, 기술 도입 등에 자체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했죠. 그런데 지금은 공개된 API를 도입할 수 있어요. 배달앱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배달앱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지도인데 예전처럼 지도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매핑 데이터를 운영하려면 예산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겠죠. 그런데 지금은 (지도 관련)API를 쓰면 돼요. 돈이 없어서 DX를 못한다는 건 핑계라는 이야기죠.

 

어찌보면 작은 기업들이 DX에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어요. 과거에는 돈이 없어서 못했는데 지금은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공개된 플랫폼에 (API가) 있거든요. AI도 빅데이터도 마찬가지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챗GPT도 그렇고요. 게다가 정부에서 스마트팩토리 및 업무자동화를 위해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생산 관리 시스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로봇 처리 자동화) 등의 구축도 지원해 주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 보다는 의지와 열정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큰 그림을 그리면 안돼요. 남들 하는 걸 따라 하는 것보다는 현재 우리 조직에 필요한 디지털이 뭔지 먼저 정의해야겠죠. 처음부터 거창하게 자동화하고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생산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 영업방식에 카카오톡을 연동시켜 효율적으로 자동화하거나 그간 DB화가 안됐던 부분을 디지털로 관리한다든지 하는 거죠. 그런데 DX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거나 현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정리하면 결국 의지와 전략의 문제네요.

 

그렇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중장기 경영 전략이에요. 변화한 고객,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경제환경 등의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DX에요. 기술이 먼저 앞서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큰 기업들은 자체 개발하면 되는거죠.

 

그런데 요즘에는 큰 기업들이 더욱 효율적이에요. 과거의 R&D와 DX의 R&D에는 차이점이 있는데요. 과거에는 내부 역량으로 자체적으로 다 개발했다면 지금은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해요.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걸려서 개발하는게 아니라 기술을 갖고있는 업체들과 빠르게 제휴하는거죠.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에요. 만약 자체적으로 (생성형)AI를 개발하려고 했다면 시간이 오래 걸렸을텐데 오픈AI라는 회사에 투자하고 그들의 기술을 가져다가 자사 제품에 빠르게 적용했잖아요. 이게 바로 오늘날의 R&D에요. 엑셀레이터나 해커톤의 개념도 생태계 구축과 연결돼 있죠.

 

올해 (DX) 트렌드가 바로 생태계 전략이에요. 아까 2016년이 국내 DX의 원년이라고 했잖아요. 7년이 자났다면 이제 성숙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역량구축이 다 된 상황에서 그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거죠. 그리고 이 생태계를 어떻게 잘 구축했느냐에 따라 격차가 생기게 되는거고요.

 

굳이 저비용 고효율 방안이라고 한다면 디지털 마케팅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DX의 범위는 넓은데 많은 이들은 제조 단계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손쉽게 DX에 접근할 수 있는 파트가 마케팅과 CS에요.

 

일선 기업 담당자들을 컨설팅하거나 강연하실 때 질문을 받으실텐데요. 이들이 DX에서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아까 이야기했듯 ‘저희는 예산이 없는데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이 가장 많아요. 그럼 저는 그건 핑계고 오히려 DX는 돈이 없는 기업들에게 기회가 된다고 이야기하죠.

 

성과 측정에 대한 질문들도 많아요. 결국 (DX는) 뭔가에 대한 투자가 일어나게 되니까요. 성과측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MAU(Monthly Activity User, 월간 활동 이용자)인데요. 이걸 포함해 기업들은 DX에서 3가지 지표를 갖고 성과를 측정해요. 두 번째는 재무관련 지표로 디지털채널에서의 매출 창출과 디지털투자를 통한 비용절감(Cost Saving)이 얼마나 일어났는가를 분석합니다.

 

그런데 DX성과에서의 가장 핵심지표는 NPS(Net Promoter Score), 즉 고객추천지수에요. DX전략의 궁극적 핵심은 고객 경험 강화거든요. 고객 경험이 강화됐다면 그들이 많이 이용하고 매출과 충성도가 늘어나게 되겠죠. 그런 것을 측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의 성공적인 DX 도입 사례 중 추천할 만한 케이스가 있다면요.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 이야기하는 곳이 바로 나이키입니다. 지난 2016년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진 나이키는 이듬해 ‘컨슈머 다이렉트 오펜스’(Consumer Direct Offense)라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을 도입하죠.

 

핵심은 크게 3가지인데요. 2배 혁신하고, 스피드를 2배로 올리고, 2배 더 다이렉트하겠다는 것이었죠. 이 3가지 미션을 단계별로 진행하면서 DX를 하기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해요. 제조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는데요. 대부분의 패션 혹은 리테일 기업들은 기획부터 상품이 매대로 가기까지 보통 6개월~1년 가량 걸립니다. 그런데 나이키는 이런 프로세스를 2주일로 단축시켰죠. 공장 자동화와 물류 최적화 그리고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상품 기획을 통해 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나이키가 DX를 추진하기 위해 2018년부터 테크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M&A했다는 거에요. 제조관리, 3D, 인공지능 기반의 ETL(Extract, Transform Load) 기업 등이었죠. 최근 나이키는 메타버스와 NFT 기반의 디지털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강화를 위해 RTFKT 라는 관련 스타트업도 인수하기도 했어요.

 

나이키의 D2C모델은 다른 제조업에도 참고가 될 수 있어요. 제조업의 경우 DX로 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D2C인데요. 기존의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이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일례로 제약회사 중에는 비타민 같은 제품을 구독모델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챗GPT같은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요. 이를 포함해 DX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주목할만한 ICT 기술은 어떤게 있을까요?

 

올해의 핵심기술은 바로 AI죠. 금융권을 보면 지난해까지 ‘설명 가능한 AI((XAI,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한 투자가 많았어요. 이런 흐름이 최근에는 생성형 AI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Co-Pilot) 서비스는 참 좋은 네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부조종사라는 뜻인데 누구나 ‘부조종사’를 통해서 뭔가 요청하면 바로바로 대답해준다는 이야기잖아요. DX의 핵심 중 하나는 온디맨드(On-Demand)거든요. 고객이 원하는 순간에 즉시 제공해주는 것. 이걸 생성형 AI가 가능하게 해준다는 거죠.

 

이외에 사실은 뭔가 크게 부각되는 기술이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사물인터넷(IoT)도 언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의 네스트같은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회사 앱을 별도로 깔아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매터(Matter, 스마트홈 연결표준)가 발표되면서 표준화가 됐죠. 즉, 네스트든 알렉사든 홈 오토메이션 디바이스마다 별도로 앱을 깔지 않고 연동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거든요.

 

과거 이야기했던 개념 중에 유비쿼터스가 있죠. 그 핵심은 센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홈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이었는데 센서의 단가, 네트워크 속도, 그리고 디바이스나 플랫폼이 갖춰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런 것들이 갖춰졌고 표준화까지 됐죠. 5G를 넘어 6G이야기도 나오잖아요. DX 차원에서 좀 더 범용적으로 이런 표준화 기술이 결합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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