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해외 반도체 밸류체인’ 숨통 트일까

SK스퀘어-하이닉스, 싱가포르에 ‘TGC 스퀘어’ 설립…신한금융, 넥스원 등 참여
日 소부장 기업 투자 검토중…회사 측 “국내, 해외 투자 동등”

 

[더테크=문용필 기자]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등 SK그룹 반도체 관계사들이 해외에 투자법인을 만들었다. 반도체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신규법인은 해외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을 발굴하고 적극 투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SK스퀘어는 투자법인 ‘TGC스퀘어’를 설립했다고 4일 밝혔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SK스퀘어 관계자는 <더테크>와의 통화에서 “해외 투자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외에 엔터티(entity, 독립체)를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딜소싱(deal sourcing)이나 원래 (SK그룹이) 투자하던 법인과 공동 투자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설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관련 법인임에도 SK하이닉스보다 SK스퀘어가 전면에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관계자는 “SK스퀘어는 투자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해외투자 네트워크 구조도 그렇고 딜소싱 투자, 밸류업, M&A 등의 전문인력이 있다”며 “기술 검증이나 인사이트 제공 등 하이닉스가 투자회사 선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투자 엔터티 운영은 스퀘어가 맡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양사가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TGC스퀘어는 싱가포르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선 세제 혜택이나 투자 효율성 등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K스퀘어 측은 글로벌 탑티어 반도체 기업 전문가가 기술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반도체 자문위원회’를 운영함으로써 전문적인 투자심의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최우성 SK스퀘어 반도체 투자담당 겸 SK텔레콤 재팬 대표가 CEO를 맡게되며 조희준 전 BNP파리바 일본법인 영업담당이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미야모토 야스테루 전 크레디트스위스 부사장이 전문심사역으로 영입됐다. 또한, 해당 법인에는 SK하이닉스외에도 신한금융그룹, LIG넥스원이 공동 출자자로 나선다. 반도체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미래에셋금융그룹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LIG넥스원은 법인 이사회 멤버로도 참가한다.

 

여러 기업들이 하나의 법인에 참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참여기업들의 지분율이 엇비슷한 조인트벤처(JV)를 연상할 수도 있지만 TGC스퀘어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SK스퀘어가 대주주를 맡고 다른 기업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공동 출자기업들은 반도체 영역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VR), 모빌리티 등 딥테크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세대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출자기업들의 자세한 지분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해외 소부장에만 투자하는 것 아니다”

 

TGC스퀘어의 첫 투자대상은 일본 소부장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시피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산업은 ‘글로벌 톱티어’라고 표현해도 손색없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TGC스퀘어의 주요 임원들이 일본과 연관돼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 검사장비 개발사와 친환경 반도체 부품 제조사, AI반도체 개발사,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사 등에 대한 기술검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본 이외에도 미국 등의 해외 소부장 기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국내 소부장 업계 입장에선 다소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SK스퀘어 관계자는 “(TGC스퀘어는) 해외투자 엔터티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해외 업체들에게만 투자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과거 하이닉스는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고 이달에도 새로운 펀드를 만들었다. 국내와 해외가 거의 동등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외 투자법인 설립을 두고 일각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SK그룹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흐름을 보면 기술 강국들의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보다 원활한 해외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투자법인을 설립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 2년 전부터 정부 주도의 육성 전략을 제대로 세워서 성과를 내고 있고 미국과 중국도 비슷한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엔 소부장을 비롯한 반도체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기업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제도적인 문제가 크다고 본다. 한국이 해외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소외가 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번 투자법인 설립은 민간 주도의 공급망 협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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