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내수’에 바탕 둔 BYD의 성장, 어디까지?

[기획]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1위 中 BYD의 행보
내수 넘어 글로벌 시장서도 성장세…‘배터리 자체 조달’ 주목

[더테크=문용필 기자] ‘유일한’ 20%대 점유율이다.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90%에 근접한다. 좀처럼 선두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중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 중 하나인 BYD(비야디)의 이야기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BYD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점유율 50%가 넘는 강력한 내수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테슬라-中BYD 급성장 속 현대‧기아차 아쉬운 성장률)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 1월부터 8월까지의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순위를 보면 BYD는 21.1%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2위 테슬라와의 차이는 7%를 조금 넘는다.

 

해당 순위를 보면 BYD는 올해 들어서만 180만대 이상을 팔아치웠다. 블룸버그의 지난 8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창업자인 왕추안푸 회장은 애널리스트 대상 브리핑에서 올해 300만대 판매를 확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주목되는 수치는 성장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당연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7.4%나 성장했다. 정량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글로벌 전기차 업체 중 단연 톱이라고 볼 수 있다.

 

SNE리서치는 “BYD는 (글로벌) 톱10 그룹 중 유일하게 2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에서 브랜드 영향력을 점차 제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수치만 보면 BYD는 각축전이 심화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차 좀 만드는’ 기라성같은 완성차 기업들이 넘어야 할 만리장성처럼 보인다.

 

BYD의 업력을 보면 이같은 성장세가 더욱 경악스럽게 느껴진다. 모기업인 비야디는 원래 배터리 생산기업이었는데 지난 2003년 시안진촨자동차를 인수해 완성차 업계에 진입했다. 불과 20년 만에 글로벌 톱에 오른 셈이다.

 

이를 두고 전기차 업계의 또다른 공룡인 테슬라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테슬라도 BYD와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기 때문. 하지만 테슬라는 처음부터 전기차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지난해까지 내연차를 생산해오던 BYD와는 다소 결이 달라보인다.

 

‘안방 호랑이’ 넘어설까, BYD의 글로벌 공략

 

그렇다면 BYD는 넘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성일까.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좀처럼 멈출 줄 모르는 성장이라고 할 순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는 중국이라는 막강한 내수시장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7월까지의 비(非)중국 글로벌 전기차 누적 인도량 순위를 보면 BYD의 이름은 10위권 어디에도 없다. 중국업체 중에는 지리(Geely)와 상하이자동차(SAIC)만 각각 6위와 9위에 올라가 있을 뿐이다. 10위에 오른 포드의 점유율이 2.9%라는 점을 감안하면 BYD의 점유율은 이보다 낮다는 계산이 선다. 글로벌 No.1이라고는 하지만 ‘집 밖’에선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셈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무역관이 중국 내 자동차 산업 관련 데이터를 이용, 지난 8월 28일 ‘코트라 해외시장 뉴스’를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수출 톱10에서 BYD는 9위에 그쳤다. 업계진출 20년 만에 세계 10대 자동차 메이커까지 올라오고 중국 내 자동차 점유율 1위라고는 하지만 정작 수출량은 그 위상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즉, BYD 입장에선 점점 영역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있는 상황. 게다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이커이자 글로벌 점유율 2위 테슬라가 중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마냥 안방에만 머물러있을 수 없다.

 

(관련기사: ‘강력한 내수’ 업은 中 EV업체, 자국 밖에서도 약진?)

 

자국 시장에서 위상을 확립한 BYD의 ‘넥스트 타깃’은 유럽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일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BYD의 마이클 슈 유럽담당 전무이사는 독일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내 유럽공장 위치를 발표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아시아 권인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BYD의 위상은 강화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9일 BYD가 동남아 전기차 점유율의 4분의 1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BYD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테슬라가 절대적인 위치를 보여주는 북미를 제외하면, 유럽 및 아시아에서 BYD는 매년 2~3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는 테슬라에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세로만 보면 수년 내에 (비 중국 글로벌시장에서도) 5위권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고 예상했다.

 

다만, BYD가 유럽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걸림돌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전기차는) 신기술을 가미한 융합을 굉장히 잘하고 있고 중국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면서도 “(BYD가 유럽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만 유럽에서 반덤핑 관세가 생긴다면 지금의 10%보다 훨씬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외신보도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다는 이야기가 된다.

 

BYD 성공의 포인트는 ‘배터리’

 

특히, 가격 측면에서 BYD에게 유리한 요인은 전기차 부품의 핵심인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점이다. 그냥 단순하게 배터리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 8월까지의 누적 배터리 사용량을 보면 BYD는 같은 중국업체인 CATL(닝더스다이)에 이어 2위(15.9%)를 기록하고 있다.

 

37%에 육박하는 CATL의 점유율에는 비할 수 없지만 3위인 우리나라의 LG에너지 솔루션(14.2%)에 근소하게 앞서있다. 배터리분야에서도 ‘글로벌 톱3’에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다. 외부업체, 심지어 해외업체의 배터리를 공급받아야 할 수도 있는 다른 전기차 메이커에게는 부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배터리와 전기차 두 분야 모두에서 윈윈하는 셈. 게다가 BYD는 차량용 반도체도 자체 생산하고 있다.

 

BYD를 포함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주력품목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 품목인 MCN(삼원계) 배터리가 기술적인 완성도나 에너지 밀도, 무게 부분에서 우위에 있는 기술임은 틀림없지만  가격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큰 사항 중 하나다.

 

최근들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저렴한 전기차를 원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중국의 자동차 업체 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전기차 보급과 자사 브랜드 점유율을 위해 보다 저렴한 LFP 배터리를 탑재한 라인업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관련기사: 국내 3사 Top 5 수성, 관건은 가성비 LFP)

 

 

김필수 교수는 “(BYD는) 영업이익률이 클 수 밖에 없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 중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업체들이 있긴 하지만 쉬운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BYD는 그러한 장점으로 인해 (다른 업체보다) 두 세걸음 앞서 출발했다”고 평가했다.

 

배터리와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게 되면 외부요인에 따른 공급망 위기에서도 자유롭다. 이를 두고 언론 등에서는 이른바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들이 최소화된다는 이야기다. 많은 전문가와 언론들이 꼽고있는 BYD의 성공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BYD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최고의 기술수준으로 생산 및 판매하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업체다. 가격나 부품 수급 안정성 등에서 다른 OEM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보유했다는 의미”라며 “유수의 OEM도 배터리 생산에서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반대로 BYD가 얼마나 장점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물론 그 바탕에는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 역시 “배터리 품질에 대한 자체적인 노력과 중국 정부의 지원이라는 박자가 잘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BYD가 한국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지난 2016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BYD는 전기버스에 이어 올 4월 전기트럭 ‘T4K’를 국내시장에서 공식 출시하면서 먼저 국내 상용차 시장에 발을 디뎠는데 조만간 승용차 분야에서도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BYD의 무서운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글로벌 전기차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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